1973년 한미약품 창립, 향년 80세 숙환으로 별세
매년 매출 10% 이상 R&D에, 최근엔 20% 육박… 투자 아끼지 않아

한국 제약산업에 한 획을 그은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회장)가 지난 2일 숙환으로 타계했다. / 한미약품
한국 제약산업에 한 획을 그은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회장)가 지난 2일 숙환으로 타계했다. / 한미약품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의 거인으로 꼽히는 한미약품그룹 임성기 회장이 지난 2일 새벽,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0세. 임 회장은 대학 졸업 후 작은 약국을 차려 개인 사업을 시작했고, 이후 직접 의약품을 만들어 보겠다는 목표로 1973년 한미약품공업을 창업했다.

고인이 된 임 회장은 경기도 김포에서 태어났으며,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약학과)을 졸업하고 1967년 서울 동대문에 ‘임성기 약국’을 차렸다. 이후 그는 1973년 한미약품공업을 창업했으며, 1984년 계열사인 한미정밀화학을, 1986년 한미약품 연구센터를 각각 세우는 등 48년 간 한미약품을 이끌었다.

한미약품은 1990년대까지 해외 제약바이오사의 특허 기간이 만료된 의약품을 복제한 ‘제네릭 의약품’을 생산·판매하며 몸집을 키웠다. 임 회장은 매년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했다. 덕분에 2013년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 ‘에소메졸’로 국내 개량신약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 시판 허가를 얻었다. 

국산개량신약을 들고 최초로 미국시장 진출에 성공한 한미약품은 2013년 연말 기준, 상장 제약사 중 최초로 R&D 투자비가 1,000억원을 넘었다. 국내 제약업계의 R&D 1,000억원 시대를 연 것이다. 한미약품은 1973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적자가 발생했던 2010년에도 매출의 14.3%인 852억원, 2011년에는 14.4%인 740억원, 2012년에는 14.6%인 795억원을 R&D에 투자하는 등 신약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꾸준한 R&D 투자는 신약 개발완성으로 이어졌고, 2015년 한 해에만 총 7건의 대형 신약 라이선스 계약을 글로벌 제약기업과 잇달아 성사시켰다. 이는 매출 증대로 이어졌으며, 한미약품은 2015년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해 ‘제약업계 매출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임 회장은 제약기업이 신약개발 역량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본연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믿고 매출의 적지 않은 부분을 R&D에 투자해 왔다. 다수의 제약회사가 매출의 5∼7%만 R&D에 투자하던 때부터 이미 10% 이상을 투입해 왔고, 최근 10년 동안은 20%에 육박하는 비용을 R&D에 투자했다.

이러한 R&D 투자는 올해 2분기 실적에서도 나타났다. 한미약품은 올해 2분기, R&D에 483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전년보다 12.9% 늘어난 수치며, 2분기 매출대비 19.8%에 달한다. 2019년에도 연매출 1조1,137억원 대비 18.8%에 달하는 2,098억원을 R&D에 투자했다. 이는 국내 제약사 중 최고수준이다.

R&D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한미약품은 지난 1분기 분기보고서 기준 △바이오신약 14종 △합성신약 13종 △개량·복합신약 9종 등 총 36개 신약에 대해 연구개발을 진행 및 계획 중이다.

뿐만 아니라 임 회장은 2016년에 2,800여명의 직원에게 한미사이언스 주식 4.3%(90만주)를 무상으로 증여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송영숙씨와 아들 임종윤·임종훈씨, 딸 임주현씨가 있다. 장남인 임종윤씨는 현재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로 임 회장의 후계자로 일찌감치 지목됐다. 임종윤 대표는 현재 그룹내 신성장 동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둘째인 임주현씨는 현재 한미약품 부사장직을 맡고 있으며, 차남인 임종훈씨는 지난 2017년 한미약품 사내이사로 선임돼 현재 경영기획 부사장직을 맡고 있다. 임종훈 부사장은 그룹 관계사인 한미헬스케어와 벤처캐피탈인 한미벤처스 상근 대표로도 근무 중이다.

한편, 고 임성기 회장의 장례는 고인과 유족들의 뜻에 따라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른다. 빈소는 확정되는대로 추후 알릴 예정이며, 발인은 8월 6일 오전이다. 유족 측은 조문과 조화는 정중히 사양한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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