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국회의장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후보추천위원회의 운영 등에 관한 규칙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뉴시스
박병석 국회의장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후보추천위원회의 운영 등에 관한 규칙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5일 여야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둘러싸고 본격적인 줄다리기에 나선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미래통합당에 8월 임시국회 개회 전까지 공수처장 추천위원 선임을 요구했다. 국회법에 따라 8월 임시국회는 오는 16일 소집되고 회기는 같은 달 31일까지다. 다만 1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됐기 때문에 8월 임시국회는 18일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은 통합당이 지속적으로 공수처 출범에 비협조적 태도로 일관할 경우 관련법 개정까지 불사하겠다는 분위기다. 통합당은 즉각 공수처의 부적절성을 국민에 알리는 여론전으로 맞불을 놨다.

◇ 추천위원 선임 놓고 공방

전날(4일) 국회 본회의에서 공수처 설치를 위한 후속법안이 처리되면서 공수처장에 대한 인사청문 근거 및 소관 상임위원회(법제사법위원회)가 정해졌다. 또 국회의장이 교섭단체에 기한을 정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추천을 요청하고 각 교섭단체가 기한 내 추천하도록 하는 운영규칙도 제정했다. 공수처 설치를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공수처 후속법안이 본회의 문턱을 넘자 민주당은 즉각 통합당을 몰아세우며 공수처 출범을 위한 속도전에 들어갔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통합당이 야기한 국회 탈법상태와 공수처 출범 지연을 용인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통합당은 늦어도 8월 국회 시작까지 추천위원을 선임해 법적 책임을 다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그렇지 않으면 민주당은 공수처 출범을 위한 다른 대책을 세울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경고했다.

이 대표가 언급한 ‘다른 대책’이란 공수처법 개정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행 공수처법은 야당 동의 없이는 공수처장 선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과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과 여야 교섭단체 추천 각 2인 등 7명으로 구성된다. 이 중 6명이 찬성해야 공수처장 후보 추천이 가능한데, 야당 몫 2명이 반대표를 던지면 후보 선출을 할 수 없다. 공수처장 후보가 추천되지 않으면 공수처 출범 자체가 요원해진다.

민주당의 경우 일찌감치 2명의 추천위원 선임을 마쳤지만 통합당은 미정이다. 당 내부적으로는 추천위원 물색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전히 공수처 반대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모습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민주당이 공수처법 개정 절차를 밟을 경우 공수처장 후보 추천 절차 자체를 손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 176석 막강한 의석을 보유한 만큼 법 개정 및 공수처 출범은 지체 없이 가능하지만 또 다시 ‘입법 독주’라는 정치적 부담도 짊어지게 된다.

통합당에 8월 임시국회 전이라는 시한을 준 것도 이같은 부담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출범 법정시한은 지난달(7월) 15일이었다.

법제사법위원회 김도읍 미래통합당 간사를 비롯한 위원들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권력형비리 수사 등 법사위 현안 관련 기자화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법제사법위원회 김도읍 미래통합당 간사를 비롯한 위원들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권력형비리 수사 등 법사위 현안 관련 기자화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 통합당, 원내투쟁 주력

민주당의 공수처 압박에 통합당은 즉각 반응했다. 법사위 소속 통합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격에 나섰다. 적극적 원내투쟁을 통해 여당의 일방적 국회운영과 공수처의 부적절성을 알려 통합당에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앞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소속 의원들에게 “의원들이 가급적 많은 발언을 해 국회에서 벌어지는 실상을 국민이 잘 알 수 있게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 사명”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법사위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도읍 의원은 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 공수처법에 대한 헌법재판소 위헌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헌재 판단을 지켜보는 것이 순리라는 주장을 펼쳤다. 김 의원은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면서 법을 밀어붙이면 큰 저항이 따를 것”이라며 “그러지 못할 것이라 본다”고 주장했다.

배준영 통합당 대변인도 이날 이해찬 대표의 공수처 발언 관련 구두논평을 통해 “공수처 관련법이 어제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통합당은 동의한 바 없다”며 “공수처는 헌법에 근거가 없는 초법적 기관으로 현재 헌재에서 심리 중에 있다”고 했다. 이어 “(헌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발언을) 자제해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배 대변인은 앞서 YTN 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여당이 숫자로 밀어붙이면 방법이 없다”며 “정부여당의 부당함을 국회라는 공간을 통해 최대한 알리려 하고 있다. 명확한 논리와 국민 공감 메시지로 건강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