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재해 추경예산′을 편성해서라도 응급복구와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수도권과 중부지방에 연이은 집중 호우로 피해가 극심한 가운데 정치권에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보수 야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 일각에서는 ‘재해 추가경정예산(추경)’도 거론하며 발빠른 ′민심 잡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재해 추경을 먼저 꺼낸 것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다. 안 대표는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중삼중의 국가적 재난이 덮친 지금 정부 여당이 집중해야 할 일은 야당에 대한 정치공세나 감사원장, 검찰총장 등 올곧은 공직자들에 대한 비난과 보복이 아니라 유가족과 이재민에 대한 지원과 피해 복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재해복구예산과 예비비를 활용하고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면 본예산 세출 항목 변경을 포함한 재해 추경예산을 편성해서라도 신속한 응급복구와 지원, 그리고 항구적인 시설 보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의 제안에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도 분위기를 맞췄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의 ‘제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수해가 극심해서 재난지역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예산이 책정된 게 없다면 추경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송언석 통합당 비대위원장 비서실장은 “추경을 하겠다는 말이 아니고 예산이 없다면 그렇다는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현재 예산 활용이 먼저고, 예비비도 쓰고 안 될 경우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태풍, 홍수, 호우 등 자연재난의 경우 추경편성을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실제로 재해로 인한 추경 편성은 과거에도 진행돼 왔다. 2002년 태풍 루사로 인한 추경 예산이 편성됐고, 이듬해인 2003년에는 태풍 매미로 인한 재해 대책 차원의 추경이 시행되기도 했다. 2006년에도 태풍 에위니아로 인한 피해지원을 위한 추경이 편성된 바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재해 추경′ 제안에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도 분위기를 맞췄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뉴시스

◇ 야권, 여당보다 앞서 ‘민심 잡기’ 행보

정치권에서는 야권이 ‘재해 추경’까지 거론하면서 선제 대응을 한 것을 두고 민심 잡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야권이 추경을 먼저 거론한 것은 이례적 상황이라는 평가다. 

지난해 강원도 산불 당시 민주당이 ‘추경 편성’을 언급하자 나경원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원내대표는 “재난에 대한 복구비용은 예비비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며 “정치적 목적이 있지 않나 싶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던 것과도 대비되는 모습이다.

실제로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7월 임시국회가 끝나자마자 이천, 충주, 단양 등 수해 현장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하고, 피해 주민들의 고충을 듣는 등 분주한 행보를 보였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이날(6일) 경기도 안성 수해 현장을 방문한 것보다 먼저다.

이들의 발빠른 행보는 최근 부동산 이슈 등으로 여당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TBS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실시하고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의 지지율은 35.6%였고, 통합당은 34.8%를 기록해 두 당의 격차는 0.8%p에 불과했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그리는 상황에서 통합당이 반전을 꾀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민주당은 수해 복구에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을 강조하면서도 야권과 온도차는 유지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경기도 안성 수해 현장에서 “지난 일요일 특별재난지역 선포와 관련해 당정 간 협의를 마쳤다”라며 “신속한 복구작업이 이뤄지도록 오늘 다시 한번 당정 간 협의를 긴급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추경까지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송갑석 민주당 대변인은 “올 초에 큰 재해재난은 없어서 재원에 여유가 있다”며 “추경까지 굳이 갈 일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생산, 방역, 일자리안정자금 등에 적잖은 예비비가 투입된 상황에서 수해 피해가 장기화 될 경우 예산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재해 추경이 본격적으로 공론화 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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