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미래통합당이 6일 일명 ‘권언(權言)유착’ 의혹과 관련, 정부여당을 향한 공세 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있다. 앞서 MBC의 ‘검언(檢言)유착’ 의혹 첫 보도 직전 정부 고위관계자가 관련 내용을 사전에 인지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지난 3월 31일 MBC가 보도한 검언유착 의혹은 한동훈 검사장과 공모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이철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 전 대표에게 접근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 제보를 압박했다는 것이 골자다. 검찰은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의 공모 여부를 수사 중이나 아직 확실한 증거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전날(5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 권경애 법무법인 해미르 변호사는 검언유착 의혹 관련 중대한 주장을 제기했다.

권 변호사는 지난 5일 새벽 페이스북에 “MBC의 한동훈과 채널A 기자의 녹취록 보도 몇 시간 전에 한동훈은 반드시 내쫓을 거고 그에 대한 보도가 곧 나갈 거니 제발 페북을 그만두라는 호소? 전화를 받았다”고 적었다. 이어 “날 아끼던 선배의 충고로 받아들이기에는 그의 지위가 너무 높았다. 매주 대통령 주재 회의에 참석하시는 방송을 관장하는 분”이라고 했다.

통합당은 권 변호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의심할 여지 없는 권언유착으로 보고 국정조사·특별검사까지 거론하며 본격적인 진상규명 절차에 돌입하기로 했다.

◇ 한상혁 방통위원장 논란의 중심으로 부상 

MBC의 검언유착 의혹 보도와 관련해 권 변호사에게 전화를 건 인물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으로 드러났다. 권 변호사의 글이 정치권은 물론 사회적 논란으로 확대되며 반박 입장문을 냈기 때문이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매주 대통령 회의에 참석하는 분이 이 일에 관여했다면 그야말로 권언유착이 아닐 수 없다”며 “사실이라면 국가 권력 시스템을 사유화하는 국기문란에 해당한다”며 한 위원장을 겨냥했다.

한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통합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엄격히 준수해야 할 방통위원장이 청와대, 민주당과 당정청 회의에 참석한 것 자체가 방송법 위반”이라며 “한 위원장 사퇴와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은 “방통위원장이 3월 31일자 MBC 뉴스데스크 (검언유착) 보도 시점까지 알고 있었다는 것은 놀라지 않을 수 없다”며 “공작보도의 한 축이거나 주도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했다. 이어 “범법 행위가 많아 사퇴하고 수사받는 것이 답”이라고 덧붙였다.

황규환 통합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제는 검언유착이 아닌 권언유착의 진실이 밝혀져야 할 때”라며 “4개월간 법치주의가 짓밟히고 국민 앞에 법무부와 검찰에 대한 신뢰를 땅에 떨어뜨린 사건이다. 그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 국민들은 알아야 한다”고 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7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뉴시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7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뉴시스

◇ 한상혁 “허위사실” vs 권경애 “A 검사장 실명 어떻게 알았나”

한 위원장은 입장문을 통해 권 변호사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한 위원장은 “MBC 보도 직전 권 변호사와 통화했다는 보도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통화시간은 MBC 보도가 나간 후 1시간 이상이 지난 3월 31일 오후 9시 9분”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권 변호사는 재차 페이스북을 통해 “시간의 오류가 있었다”면서도 “(한 위원장이 통화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한동훈 검사장은 꼭 쫓아내야 한다’ ‘한동훈은 내가 대리인으로 조사를 받아봤는데 진짜 나쁜놈’이라고 했다”고 폭로를 이어갔다.

특히 권 변호사가 ‘수사 참여할 때 검사가 좋아보일 리가 있나. (한 검사장이) 뭐가 그렇게 나쁘다는 거냐’고 묻자 한 위원장은 ‘곧 알게 돼’라고 답했다고 한다.

권 변호사는 “한 위원장은 왜 3월 31일 MBC가 ‘A 검사장’으로만 보도했는데 한동훈의 이름과 부산(채널 A 기자와 한 검사장이 만난 장소)을 어떻게 언급했는지 의문을 떨칠 수 없다. 권언유착 가능성을 여전히 의심하는 이유”라고 적었다. 이어 “권언유착 의혹을 시간을 둘러싼 기억의 오류로 덮을 수는 없다”며 “취재와 수사로 권언유착 의혹의 진실을 밝혀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권언유착 의혹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어 통합당의 공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통화내용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할 방통위원장으로서 부적절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초 첫 번째 페이스북 글 내용이 알려지는 것에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던 권 변호사가 이번엔 “앞으로 해야 할 말이 있으면 페북을 통하도록 하겠다”며 추가 폭로 가능성을 열어뒀다.

황규환 통합당 부대변인은 이날 추가 논평을 내고 “남은 것은 권 변호사가 추가 폭로한 내용의 진위 여부”라며 “만약 사실이라면 누구보다 공정해야 할 방통위원장이 정치적 중립성을 내팽개친 채 문재인 정권의 윤석열 총장 흔들기에 동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이어 “최초 의혹보도 시점과 별개로 보도를 사전에 한 위원장이 인지했는지, 인지했다면 누구와 공유를 했으며 부적절한 보도 개입은 없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무엇보다 스스로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한 위원장은 방통위원장 자격이 없다.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