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태백권’(감독 최상훈)이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영화 ‘태백권’(감독 최상훈)이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한국형 무협액션의 신세계를 꿈꿨지만, 실패다. 코미디와 액션의 만남으로 웃음과 통쾌함을 동시에 잡고자 했지만, 이 역시 실패다. 유일한 성과는 ‘액션배우’로서 오지호의 가능성이다. 영화 ‘태백권’(감독 최상훈)이다.

태백권 전승자 성준(오지호 분)은 대결을 앞두고 홀연히 자취를 감춘 사형 진수(정의욱 분)을 찾기 위해 속세로 내려온다. 우연히 운명의 그녀 보미(신소율 분)를 만나 졸지에 가장이 되고, 속세에 눌러앉게 된 성준은 생계의 벽 앞에 평생 수련한 태백권은 무용지물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재능을 살려 지압원을 차리지만, 이 또한 순탄치는 않다. 사채업자와 재개발 세력에 의해 지압원과 가족들이 위험에 처하게 되고, 성준은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다시 한 번 태백권을 연마하기 시작한다.     

‘태백권’은 태백권의 전승자가 사라진 사형을 찾기 위해 속세로 내려왔다가 지압원을 차리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 코믹 액션물이다. 국내 유일의 태백권 전승자 자리를 두고 펼쳐지는 무술 대결의 긴장감과 함께, 평범한 일상 속 정체를 숨긴 무림 고수의 가족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내고자 했다.

‘태백권’ 스틸컷.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태백권’ 스틸컷.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하지만 결과는 실패다. 유치하고 뻔한 스토리 전개와 평면적이고 매력을 잃은 캐릭터, 도무지 웃을 수 없는 개그 코드, 몇몇 배우들의 과한 연기까지 더해져 107분이라는 러닝타임 내내 한숨을 유발한다.

우선 성준이 다시 태백권을 연마하기까지의 과정이 예측을 벗어나지 않는다. 능력은 없고 그저 사람만 좋은 남편과 악착같이 빚에서 벗어나려는 생활력 강한 아내의 모습은 그동안 숱하게 봐왔던 조합이다.

갑작스러운 악의 무리가 등장하면서 이들의 소소한 일상이 위협받게 되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각성한 주인공이 악당들을 처단하며 히어로로 거듭난다는 흐름 또한 익숙하다. 여기에 재개발을 둘러싼 비리와 조직폭력배와 손잡은 권력자, 허당기 가득한 사채업자 등 전형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해 지루함을 배가시킨다.

웃음 타율도 낮다. 코믹 액션물을 표방한 만큼, 코믹한 상황 연출과 대사로 웃음을 주고자 부단히 노력하지만 관객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특히 오지호와 신소율의 코믹 ‘케미’가 전혀 터지지 않는데, 신소율의 다소 과하고 튀는 연기가 방해 요소로 작용한다. 

‘태백권’의 유일한 장점은 오지호다.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태백권’의 유일한 장점은 오지호다.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영화의 유일한 장점은 오지호다. 국내 유일의 태백권 전승자 성준으로 분한 그는 짠내 나는 가장의 모습부터 강호의 고수다운 면모로 극을 이끈다. 특히 그동안 흔히 봐왔던 타격감 넘치는 액션이나 총기나 칼 등을 활용한 무기 액션이 아닌, 손끝으로 인체의 경혈을 눌러 상대방을 제압하는 부드러운 액션을 보여주는데, 탁월한 완급조절로 부드러움 속 강인함을 지닌 태백권의 매력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마지막 클라이맥스 대결 신은 속도감과 긴장감이 떨어져 아쉬움이 남지만, 이는 배우의 연기 때문이 아니라 연출의 문제다.

최상훈 감독은 “유년 시절 봤던 무협 영화에 대한 향수로부터 출발해 ‘태백권’을 연출했다”며 “누군가는 향수를 느끼고,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시너지가 되는 밝고 명쾌한 가족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감독의 바람이 이뤄질지 모르겠다. 오는 2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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