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아그룹이 이태성 부사장(왼쪽)과 이주성 부사장의 3세 사촌경영 체제를 사실상 완성했다.
세아그룹이 이태성 부사장(왼쪽)과 이주성 부사장의 3세 사촌경영 체제를 사실상 완성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수년간에 걸쳐 3세 사촌경영을 구축해온 세아그룹이 또 하나의 중대 숙제를 해결했다. 2018년 9월 설립된 세아제강지주가 세아베스틸 지분 정리를 마친 것이다. 최근 재계에서 형제간 경영권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별다른 잡음 없이 사촌경영 구축을 완성 중인 세아그룹의 행보가 더욱 눈길을 끈다.

◇ 세아제강지주, 세아베스틸 지분 정리 마무리

세아베스틸은 지난 11일 최대주주 지분 변동을 공시했다. 세아제강지주가 보유 중이던 세아베스틸 지분 3.24%(116만3,186주)를 모두 처분했다는 내용이다. 처분은 지난 7일 블록딜(시간외매매) 방식으로 이뤄졌다. 세아제강지주는 앞서 지난 6월에도 100만주의 세아베스틸 주식을 세아홀딩스에 매각하며 처분한 바 있다.

이번 처분으로 세아제강지주는 세아베스틸 지분 정리라는 숙제를 매듭짓게 됐다. 2018년 9월 세아제강의 인적분할로 설립된 세아제강지주는 기존에 세아제강이 갖고 있던 세아베스틸 지분 6.03%를 이전해 보유 중이었다. 그런데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자회사가 아닌 계열회사 지분을 보유할 수 없어, 세아제강지주는 2년 내에 세아베스틸 지분을 정리해야 했다. 시한이 오는 9월로 다가온 가운데, 세아베스틸 지분 정리를 마무리한 것이다.

이로써 세아그룹의 3세 사촌경영은 완성도가 한층 더 높아지게 됐다.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해도 무리가 아니다.

세아그룹은 동갑내기 사촌형제인 이태성 세아홀딩스 부사장과 이주성 세아제강 부사장이 3세 경영의 두 축을 형성하고 있다. 이태성 부사장은 세아홀딩스-세아베스틸-세아특수강을 중심으로 특수강사업을 담당하고, 이주성 부사장은 세아제강지주-세아제강을 중심으로 강관사업을 담당한다.

세아제강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 세아제강지주를 설립하고, 세아제강지주가 세아베스틸 지분 정리를 통해 제재에서 벗어난 일련의 과정 역시 이 같은 사촌경영 체제 확립의 일환이었다.

이 같은 차원의 지분 교통정리는 수년 전부터 최근까지 장기간에 걸쳐 진행돼왔다. 방향성은 명확했다. 한때 세아제강 최대주주였던 이태성 부사장은 세아제강 지분 정리에 박차를 가하는 대신 세아홀딩스 지분을 적극 늘렸다. 지난 3월을 기해 세아제강 및 세아제강지주 지분을 모두 정리한 이태성 부사장이다. 이주성 부사장은 반대로 세아제강 지분을 확대했고, 이번에 세아제강지주가 세아베스틸 지분을 모두 정리했다.

물론 아직 지분관계는 남아있다. 이주성 부사장은 현재 세아홀딩스 지분 17.95% 보유 중이다. 이주성 부사장의 부친인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 역시 세아홀딩스 지분 8.66%와 세아베스틸 지분 0.3%를 보유하고 있다.

일각에선 세아그룹 오너일가들이 남은 지분까지 모두 정리하고 완전한 계열분리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가능성은 낮다.

이순형 회장과 이주성 부사장이 보유 중인 세아홀딩스 지분은 합쳐서 26%가 넘는다.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한 지주회사라는 점에서 이 같은 지분을 외부로 처분하기엔 부담이 따른다. 이태성 부사장에게 넘기기에도 자금 부담이나 세금 부담 등이 크다. 이태성 부사장과 그의 모친이 세아홀딩스 지분 과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굳이 지분 교통정리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계열분리는 별다른 매력이 없다. 세아그룹 관계자는 “앞서 계열 분리를 단행했던 다른 대기업 그룹사와는 달리, 세아그룹은 영위 중인 업종이 하나뿐이어서 분리가 적합하지 않다”며 “함께 했을 때 효율성 및 시너지가 더 크기 때문에 계열분리는 크게 고려하지 않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 경영권 분쟁의 시대, 눈에 띄는 세아그룹의 ‘정도(正道)’

이처럼 3세 사촌경영 체제를 사실상 완성한 세아그룹은 경영권 분쟁이 끊이지 않는 최근 재계 상황과 맞물려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세아그룹은 사실 3세 경영체제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비상사태’를 마주한 바 있다. 동생 이순형 회장과 함께 형제경영을 이어오던 고(故) 이운형 회장이 2013년 남미 출장 중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것이다.

이에 따라 형제경영의 균형은 깨졌고, 고 이운형 회장의 지분은 일찌감치 그의 아들인 이태성 부사장에게 상속됐다. 어떤 양상으로건,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세아그룹은 이후 경영권과 관련해 어떠한 잡음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순형 회장이 고 이운형 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의 중심을 잡았고, 이태성·이주성 부사장은 나란히 각자의 영역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지분 교통정리 역시 일말의 논란 없이 착착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이태성 부사장은 지분을 정리한 자금 등으로 무려 1,7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완납하며 세간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는 경영권을 놓고 형제끼리 갈등을 빚으며 법적분쟁도 불사하고 있는 롯데그룹, 한진그룹, 한국한국타이어그룹(한국테크놀로지그룹) 등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세아그룹 관계자는 “선대 회장님들부터 정도를 강조하며 본인들이 앞장서 실천해오셨다”며 “그런 모습이 세아그룹 전반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보니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지 않는 것 또한 당연하게 여기는 내부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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