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20 03:36
정의당 혁신안에 뒷맛 씁쓸한 이유
정의당 혁신안에 뒷맛 씁쓸한 이유
  • 권신구 기자
  • 승인 2020.08.13 17: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의당 혁신위원회는 13일 ′강령개정′, ′지도체제 개편′ 등 내용을 담은 최종 혁신안을 발표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정의당 혁신위원회가 3개월간 장고(長考)를 마치고 최종 혁신안을 발표했다. 지난 총선 참패 이후 지적된 당의 명확한 정체성과 지도체계 문제 등을 쇄신하기 위해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하지만 혁신안을 내기까지 내부 진통을 겪어온 데 이어, 간담회에서도 파열음이 나오면서 혁신안 의결도 험로가 예상된다.

정의당 혁신위는 13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종 혁신안을 공개했다. 장혜영 정의당 혁신위원장은 “하나의 세상에서 다른 세상으로 이주하는 것만큼 어렵고 힘든 도전이었다”며 “어떤 분들은 깃발 같은 혁신을 기대하셨을 것이지만, 오늘 혁신은 밥그릇, 국그릇 같은 기본에 충실한 혁신안”이라며 소회를 밝혔다.

혁신안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룬 것은 ‘강령’과 ‘지도체제’를 고치는 일이었다. 총선 직후 사실상 ‘참패’를 선언했던 정의당은 정체성과 관련해 당 안팎의 지적이 쏟아졌다. 당 대표가 막강한 권한을 갖는 지도체제 개편도 문제점으로 거론돼 왔다.

이에 정의당 혁신위는 차기 지도부가 새로운 진보적 가치를 담는 ‘강령개정’을 권고했다. 혁신위는 △변화된 세계질서에 대한 인식 △자본주의 문제의식 및 새로운 사회구조 △기후위기극복 △인간의 존엄·다양성 존중과 같은 진보적 가치 △당이 대변해야 할 계층 △지역불균형해소 등 6개 철학을 강령에 담아낼 것을 요구했다. 물리적인 시간 문제로 강령개정을 직접 추진하지는 못했지만, 새 지도부를 구성해 2021년까지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도체제 개편안도 완성됐다. 당초 혁신위는 단일 대표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집단지도체제’가 검토됐다. 하지만 혁신위 내부에서 의견이 갈리면서 부대표 권한을 확대하는 방안을 채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혁신안에는 ‘대표단회의’를 신설하고, 선출직 부대표를 기존 3인에서 5인으로 늘리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전국위원회, 대의원대회에 대한 당 대표 추천권한은 폐지된다.

당내 당인 ‘청년정의당’도 탄생할 예정이다. 새로운 리더십을 발굴, 육성해 당의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장 위원장은 “독립적인 인사권이나 예산권 같은 것을 부여받아 운영되는 당”이라며 “새로운 시대 감수성 등을 반영할 수 있도록 정치적 기회의 장을 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혁신안에는 청소년 예비당원의 선거권도 보장하도록 했다.

성현 혁신위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혁신위는 심상정 대표의 책임 면피용으로 만들어진 기획″이라며 ″그 기획조차 계파와 그룹의 숙원사업을 해결하는 장으로 이용됐다″고 혁신위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뉴시스 

◇ 간담회서 혁신위원 ‘공개 반발’

하지만 이날 간담회에서는 혁신위와 최종안을 비판하는 돌발 발언이 나왔다. 그간 혁신위의 쟁점으로 부각됐던 ‘강령개정’과 ‘지도체제개편’ 등에 대한 비판의 연장선이었다. 성현 혁신위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혁신위는 사실상 실패했다”며 “우리가 부대표 수가 다섯 명이 아니어서 총선에 실패했나, 강령개정을 안 해서 총선에 실패했나”라고 반문했다.

성 위원은 “총선에서 패배해 당원들의 절망 속에 혁신위가 출범했는데, 해결방안은 담기지 못했다”며 “혁신위는 심상정 대표의 책임 면피용으로 만들어진 기획이었고, 그 기획조차 계파의 숙원사업을 해결하는 장으로 이용됐다”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앞서 정의당 혁신위는 지도체제 방식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총 18명의 혁신위원 중 12명은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강조한 반면, 6명은 현 체제인 ‘단일지도체제’를 요구하면서 혁신안이 복수로 작성되기도 했다.

당 내에서도 집단지도체제에 대한 부정적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정미 정의당 전 대표는 지난 달 29일 혁신위 토론회에서 “역설적으로 이번 혁신위 구성과 운영을 보며 ‘집단지도체제’는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확신을 가졌다”며 “혁신위 보고서가 미흡하다고 비판들이 많은데, 이 책임은 누가 지는 건가. 18명이 나누는 건가”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성 위원은 이날 공식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부대표를 늘리는 것은 당에 좋지 않은 일이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정당이 될 것”이라며 “계파 이해관계에 따라 밥그릇을 늘리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혁신위는 혁신안을 오는 15일 당 전국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이후 오는 30일 최종적으로 당 대회에서 최종안을 선정하고 의결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다만 당내 반발이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혁신안을 통한 당 쇄신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성 위원은 “가장 큰 문제는 이것이 당원들에게 어떤 이득이 되는지 설명이 없다”라며 “이것(집단지도체제)만큼은 당 대회에서 수정 동의안을 내서 막을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