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해 현안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뉴시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해 현안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최근 미래통합당의 맹추격을 당하던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결국 역전을 허용했다. 4‧15총선 압승 후 4개월 만에 민주당의 지지율이 붕괴된 것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줄곧 정당 지지율에서 선두를 지켜왔으나 최근 통합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점점 좁혀졌고 두 당의 격차가 0.5%포인트로 좁혀졌다는 결과까지 나왔었다.

13일에는 통합당이 민주당의 지지율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이후 처음으로 앞질렀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리얼미터는 이날 TBS 의뢰로 지난 10∼12일 실시한 주중 조사(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보다 1.7%포인트 하락한 33.4%, 통합당은 1.9%포인트 오른 36.5%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통합당 계열 보수정당 지지도가 민주당을 앞선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이 시작된 2016년 10월 3주차 조사 이후 3년 10개월 만이다.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기준으로 당시 새누리당(현 통합당) 지지도는 10월 3주차 조사에서는 29.6%로 민주당(29.2%)을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그러나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4주차 조사에서 새누리당(24.7%)은 민주당(31.2%)에게 역전을 허용했고, 이후 민주당은 줄곧 선두를 지켜왔었다.

민주당은 전통적 텃밭인 광주·전라에서까지 전주보다 11.5%포인트나 떨어진 47.8%를 기록해 50%대가 붕괴됐다. 지난 총선에서 49개 의석 중 41개를 싹쓸이했던 서울에서는 통합당( 39.8%)과 민주당(32.6%)의 지지율 격차가 7.2%포인트나 났다.

민주당은 ‘조국 사태’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2주차 조사에서도 35.3%를 기록하며 34.4%를 얻은 자유한국당(현 통합당)에게 선두를 내주지 않았다. 그러나 총선 압승 4개월 만에 2위로 내려앉은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치권 안팎에서는 총선 이후 윤미향 사태, 오거돈‧박원순 사건, 부동산 정책 후폭풍, 다주택 고위 공직자들의 부적절한 처신 논란 등이 누적되면서 결국 민주당의 지지율 붕괴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오른쪽) 원내대표와 이낙연 의원을 비롯한 원내 지도부가 지난 11일 오전 충북 음성군 삼성면 대야리 마을회관 일대에서 수해 복구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민주당은 통합당에 지지율을 역전당하면서 충격에 휩싸인 분위기다./뉴시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오른쪽) 원내대표와 이낙연 의원을 비롯한 원내 지도부가 지난 11일 오전 충북 음성군 삼성면 대야리 마을회관 일대에서 수해 복구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민주당은 통합당에 지지율을 역전당하면서 충격에 휩싸인 분위기다./뉴시스

◇ 민주당 “국민의 경고… 혁신해야”

그동안 민주당 지도부는 지지율 하락 흐름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밝혀왔지만 통합당에 지지율이 역전당했다는 결과까지 나오자 충격에 휩싸인 분위기다. 민주당이 부동산 정책 보완책 마련 의지를 밝히고 청와대가 참모진을 교체하는 등 악화된 민심을 돌리기 위한 국면 전환 시도가 이뤄졌지만 상황은 더 악화됐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국민들의 경고”, “채찍질”이라는 진단과 함께 혁신과 소통, 부동산 정책 효과 발휘를 위한 뒷받침 등의 대응책이 제시됐다.

이낙연 의원은 이날 한 언론을 통해 지지율 역전에 대해 “경기침체, 고용불안, 집값상승과 상대적 박탈감, 답답한 국회, 긴 장마의 피해 등으로 국민의 실망과 답답함이 쌓인 결과”라며 “국민의 삶과 마음을 더 세심하게 파악하고 더 정확한 처방으로 더 기민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당대회가 새로운 리더십으로 당내 기풍을 쇄신하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이) 부동산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 정책으로 인한 고통과 어려움이 지지율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았나”라며 “정치는 언제나 국민 의사를 존중하고 국민 삶을 개선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좀 더 노력을 많이 해달라는 채찍”이라고 분석했다.

박주민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지지율 하락을 보며 당의 혁신과 미래를 깊이 고민하게 된다”며 “이는 분명 우리 당에 보내는 국민들의 경고다. 혁신하겠다. 당원과 소통하고 국민과 함께 하겠다”고 강조했다.

허영 의원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전국적으로 수해가 난 상황이고, 부동산 정책 문제도 있고 국민들께서 여당이 더 잘하라고 채찍질하는 국면이 아닌가 한다”며 “수해 복구를 빨리 하고 완료된 부동산 대책 입법들이 효과가 날 수 있게 뒷받침하고, 국민들이 원하는 민생 입법을 찾아서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면서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13일 전북 남원시 금지면의 집중호우 피해지역인 용전마을을 방문해 수해복구 사항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통합당의 지지율 역전에 대해 “노력한 만큼 국민들이 알아주시는구나”라고 크게 반색했다./뉴시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13일 전북 남원시 금지면의 집중호우 피해지역인 용전마을을 방문해 수해복구 사항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통합당의 지지율 역전에 대해 “노력한 만큼 국민들이 알아주시는구나”라고 크게 반색했다./뉴시스

◇ 통합당 “국민은 현명”

통합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 지지율을 추월하자 크게 반색하고 있다. 통합당 내에서는 부동산 정책 입법 등과 관련 민주당의 독주에도 불구하고 장외투쟁에 나서지 않고 원내에서 정책 투쟁을 벌인 것이 지지율 상승에 주효한 원인이 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지지율은)하나의 트렌드로 참조하는 것이지 이런저런 특별한 얘기를 할 필요가 없다”면서도 “우리나라 국민은 현명해서 뭐가 잘못이고, 뭐가 잘하는 것인지 스스로 평가한다. 이것이 지지율로 나타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전북 남원시 금지면 용전마을에서 수해 복구 활동 중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리 조사에서는 많이 뒤처져 있는 것도 있어서 더 많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라면서도 “노력한 만큼 국민들이 알아주시는구나라는 믿음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결산국회, 정기국회에서 법안이든 예산이든 정책이든 국민이 아쉬워하고 필요한 것을 여당보다 더 정교하게 잘 만들어야겠다”고 강조했다.

◇ 민주당, ‘겸손‧포용‧설득’ 모습 보여야

전문가 그룹에서는 민주당이 지지율을 다시 반등시키기 위해서는 향후 지지자들만 바라보는 정치가 아닌 반대 세력까지 포용하고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민주당은 총선 후 오만과 편견을 보여줬다. 부동산 관련 입법 과정에서 보여줬던 여당의 독주에 대한 우려들이 시장에 불안 요소로 작용되면서 민심을 결국 떠나게 만든 것이 아닌가 한다”며 “또 박원순 사건이 진보정권의 도덕성 문제로 이어지고, 윤미향 사태에 대해서도 제대로 수사되지 않고 있는 부분들이 모두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러나 아직 통합당이 완전하게 수권정당, 대안정당으로는 인식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의 지지율 반등은 가능하다”며 “이젠 여권이 국정 운영 방향을 겸손과 포용으로 바꾸고 반대 세력을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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