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캐피탈이 ‘직장 내 괴롭힘’ 사건으로 한바탕 진통을 겪고 있다. 최근 가해자로 지목된 직원에게 정직 6개월 처분을 내렸지만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시사위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어느덧 1년이 훌쩍 넘었다. 해당 제도 도입을 계기로 직장 내 갑질 문제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한층 높아진 분위기다. 하지만 이 같은 기조에도 직장 내 갑질 사례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최근엔 IBK캐피탈이 ‘직장 내 괴롭힘’ 사건으로 한바탕 진통을 겪고 있다. 특히 IBK캐피탈은 솜방망이 처벌 논란까지 휘말려 이목을 집중시켰다. 

◇ ‘직장 내 괴롭힘’ 직원에 정직 6개월 처분  

IBK캐피탈은 최근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신고된 직원 A씨에게 정직 6개월의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IBK캐피탈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관련 사내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 징계 조치를 결정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사용자나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우위를 이용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등의 행위 등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법으로, 지난해 7월 16일 도입됐다. 

해당 법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는 경우 회사는 즉시 이를 조사하고 피해 직원의 희망에 따라 근무장소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피해 신고자에게 불이익을 줄 경우, 회사는 3년 이하 징역 혹은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각 사업장들은 지난해 법안 도입을 앞두고 취업규칙을 개정해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방안 등의 조항을 마련했다. IBK캐피탈도 지난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와 관련된 내부 지침을 만들었다. 직원들에게 이와 관련된 내용도 수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조치가 무색하게 지난달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접수됐다. IBK캐피탈 측은 곧바로 조사에 착수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직원에 대해선 조사 다음날 대기발령 조치를 취한 뒤, 기존 근무지에서 분리시켰다. IBK캐피탈은 지난달 말 인사위원회를 열고 A씨에 대해 정직 6개월의 처분을 내렸다. 

그런데 징계 처분이 내려진 후, 회사 내에선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됐다. 이 같은 내용은 직장인 익명앱인 ‘블라인드’를 통해 “국책은행 자회사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협박 및 솜방망이 처벌 널리 알려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면서 알려졌다. 

IBK캐피탈 직원으로 추정되는 게시자는 “IBK기업은행 자회사 IBK캐피탈에서 1~2년간 이어져 온 폭언·폭행·성희롱 사건의 가해자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해당 주장에 따르면 IBK캐피탈 한 지방지점 과장 A씨는 부하직원들을 상대로 지속적인 폭언 등의 갑질 행위를 일삼았다는 논란을 샀다. 

아울러 게시자는 사측 인사 담당자가 피해 직원에 진술 번복 등 협박을 가한 정황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가해 직원의 징계 수위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게시자는 “사건 경위를 알게 된 사장이 ‘가해자 및 관계자 엄벌 조치’를 지시했지만 가해자에 대한 징계는 출근도 하고, 월급도 지급되는 정직 처분이었다”며 “몇개월이 지나면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정상적으로 회사에 출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회사 “엄중대처” 설명에도 사내서 “솜방망이 처분” 뒷말 무성

IBK캐피탈 측은 솜방망이 처벌 논란에 당혹스런 분위기다. IBK캐피탈 관계자는 “지난달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대해 신고가 접수된 후, 신속하고 엄중하게 처리하려고 노력했다”며 “신고가 접수되자마자 조사에 착수했고, 가해 직원에겐 바로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다. 조사 착수 일주일 여만에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징계 처분까지 확정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신속한 처리엔 CEO인 최현숙 대표의 의중도 반영됐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최 대표는 지난 3월 IBK캐피탈 대표이사로 취임한 여성 CEO다. IBK캐피탈 관계자는 “대표이사는 사건 초기부터 엄중하고 신속하게 처리하라고 당부했다”며 “내부 지침상 20일 내에 조사를 하도록 돼 있는데 그것보다 더 빨리 절차를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정직 6개월 처분 수위가 낮다는 지적에 대해선 “처벌 수위는 조사 내용을 토대로 사내변호사와 공인노무사 의견을 종합해 내린 것”이라며 “정직 6개월 처분은 면직 처분 다음으로 무거운 징계”라고 해명했다. 

인사 담당자가 피해 직원에게 진술 번복 등의 협박을 가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사실무근”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IBK캐피탈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조사해본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직장 내 갑질 사건을 엄중하게 처리했다는 사측의 해명에도 뒷말은 지속되는 모양새다. IBK캐피탈은 가해 직원의 구체적인 괴롭힘 행위에 대해선 언급을 꺼렸다. 익명 게시글에는 가해 직원이 폭언, 성희롱, 물리적 폭력을 가한 의혹을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IBK캐피탈 관계자는 “가해 직원이 한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관련 규정에 저촉다고 판단돼 징계가 내려졌다”며 “구체적인 행위에 대해 말하긴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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