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에너지의 '상징'으로 불리는 태양광 시설이 최근 자연재해로 인해 안전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태양광 발전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산의 지면을 깎고 나무를 베어낸 것이 산사태의 원인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으며, 태풍에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지난 6월 24일부터 시작된 장마가 52일째를 맞으며 역대 가장 긴 장마로 기록됐다. 기상청은 당초 7월말에서 8월 초 끝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를 수정해 오는 16일 장마가 종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긴 장마로 인해 지반이 약해지면서 산사태 등의 태양광 발전시설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문제는 태양광 발전시설이 장마나 홍수·태풍 등으로 인해 피해를 본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로 인해 태양광의 안전성이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 정부는 아니라지만… 전문가 “태양광이 산사태 원인일 것”

이번 집중 호우로 인해 강원도 철원, 충북 제천, 충남 금산 등 전국 12곳의 태양광 발전시설에서 산사태가 발생하자 태양광 사업이 산사태의 주요 원인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발전 효율을 높이기 위해 산의 나무를 베어내고, 산비탈에 설치한 산지 태양광이 지반을 약화시켜서 산사태를 유발했다는 것이다.

실제 산지 태양광 발전시설에서 산사태가 발생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특히 지난해 7월 붕괴됐던 경북 청도군 풍각면의 산지 태양광 시설은 2018년 6월 장마 때도 붕괴된 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0일 “이번 하계 폭우로 인한 산지 태양광 피해는 12건에 불과했다”며 “이는 이번 산사태 발생건수 대비 1%, 전체 산지 태양광 발전사업 허가건수(1만2,721곳) 대비 0.1%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어 “산사태 발생은 산지 태양광 허가실적과는 상관관계가 약하고, 장마철 강수량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태양광이 산사태의 주 원인이라는 주장은 객관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해명했다.

올해 최장 기간 장마가 지속되면서 지반이 약화돼 산사태가 일어난  충북 제천의 한 태양광발전설비 모습. 정부는 태양광 발전시설 건설과 산사태가 연관성이 별로 없다고 해명하지만, 전문가들은 태양광이 산사태의 원인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뉴시스

다만 전문가들의 입장은 산업부의 해명과는 다르게 태양광 발전시설 건설이 이번 산사태의 원인을 제공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수곤 전 시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산사태는 산이 스스로 안정을 이뤄나가는 자연현상인데 태양광 설비 건설 작업으로 산이 불안정해졌으니 산사태가 발생한 것은 필연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태양광 발전시설 건설을 위해 산의 지반을 건드리고, 나무를 베어내면 산사태가 일어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것이다.

이수곤 교수는 “산업부 해명처럼 비가 많이 와서 태양광 발전시설도 함께 무너진 것이라면, 사람 건드리지 않은 근처 사면도 함께 무너져야 했다”며 “태양광 발전시설 부근만 무너지고 근처의 사면들은 괜찮다는 것은 이번에 폭우뿐만 아니라 태양광 설비 공사를 한 것도 산사태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증거”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태양광 발전시설 건설이 산사태에 아무 영향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60년간 홍수 등 수해를 막겠다고 진행해 온 산림 사업 전부를 부정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수곤 교수는 부실한 공사 과정과 점검도 이번 태양광 발전시설 산사태의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사태가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산을 개발할 때 지반을 깎고 다짐하는 과정을 철저히 해야하는데, 민간 기업 중심으로 추진된 태양광 발전시설 건설의 경우 비용 문제 등으로 부실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수곤 교수는 “태양광 발전을 위해 산을 개발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고속도로, 터널 건설 등 대형 공사처럼 제대로 된 비용 투자와 전문가 중심으로 이뤄졌어야 했다”며 “실제로 산사태 현장을 방문해보니 옹벽과 배수로 등의 건설이 지질과 지형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진행된 것으로 추정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 5월 달에 정부 측에서 이번에 무너진 곳을 안전검사를 했다는데, 땅 속 상황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대충 점검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이라고 1만2,721곳의 태양광 건설을 잠시 중단하고, 무너진 12개의 원인을 파악해 안전 보안하는 것이 시급할 것”이라고 유지·관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지난해 9월 한반도에 상륙했던 태풍 링링의 강풍에 태양광시설이 날아가면서 인근 차량 1대가 파손된 모습.(전남 진도군 지산면)/ 뉴시스

◇ 태양광, 태풍에 취약하다는 우려도… 정부 “내풍설계로 안전할 것”

산사태뿐만 아니라 태양광 발전시설이 태풍에 취약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이는 태양광 발전을 위해 필수인 태양광 패널(태양빛을 받아서 전기를 만드는 태양전지판)의 널찍한 구조 때문이다.

태양광 패널의 경우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260~270W짜리 모듈의 넓이는 1.64m² 정도된다. 이처럼 넓고 얇은 판들이 줄지어 붙어있어 바람 저항을 강하게 받기 때문에 강풍이 불 경우 날아갈 위험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태양광 업체 관계자 및 전문가들은 강풍에 태양광 패널 자체가 파손되는 일은 거의 없다고 설명한다. 태양광 패널은 보통 50m/s의 강풍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건축구조기준’에 따르면 바람이 심한 제주도의 경우엔 44m/s의 강풍에도 견딜 수 있도록 시공돼야 한다. 우리나라에 자주 찾아오는 중형태풍의 경우 최대풍속이 25m/s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태양광 패널 자체가 태풍에 의해 파손되는 일은 적을 듯 하다.

하지만 20kg에 육박하는 태양광 패널을 지지하고 있는 볼트와 너트, 지지대 등이 40m/s에 육박하는 강풍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파손될 위험이 존재한다.

실제 지난 2018년 8월 한반도를 강타했던 태풍 ‘솔릭’은 최대 풍속이 1분 평균 54m/s, 10분 평균 44m/s으로 기록됐는데, 당시 솔릭이 제주도를 통과하면서 노인복지시설 옥상에 있던 태양광 패널 지지대가 강풍을 이기지 못하고 떨어져 나가면서 인근 주택을 덮쳤다. 

또한 지난해 9월 발생했던 태풍 ‘타파’ 때도 제주도 서호동의 일반주택용 태양광 패널이 강풍에 통째로 무너진바 있다. 당시 타파의 1분 평균 풍속은 31m/s, 10분 평균 풍속은 33m/s로 기록됐다.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제주도의 건축구조기준인 44m/s에 못미치는 풍속임에도 태양광 패널이 파손된 것이다.

다만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의 경우 건축구조기준과 함께 안전율 등을 추가해 지자체에 허가처리를 하고 있다”며 “예전에 바람의 풍화점이 높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진동수가 일치하면서 교량이 붕괴됐던 미국의 타고마 다리 사건처럼, 태양광 패널 파손도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태양광뿐만 아니라 간판 등도 내풍설계를 받았음에도 태풍에 떨어져나가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서 반드시 태양광이 태풍에 취약하다고 보긴 힘들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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