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최근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맹추격을 당하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결국 역전을 허용했다.
이 지사는 지난달 16일 대법원으로부터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의 판결을 받고 사법적 족쇄에서 풀려난 이후 지지율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지지율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이 의원과의 격차를 바짝 좁혀나갔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 의원과 이 지사의 지지율이 역전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왔고 14일 결국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다음번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이재명 지사가 전월보다 6%포인트 오르면서 19%를 기록해 처음으로 이낙연 의원을 누르고 1위로 올라섰다.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선호도 20%대 중반으로 1위를 달렸던 이낙연 의원(17%)은 지지율이 전월보다 7%포인트 하락하면서 2위로 내려앉았다. 뒤이어 윤석열 검찰총장(9%),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3%), 홍준표 무소속 의원(2%) 순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미래통합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 지지율을 앞질렀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상황에서 대권구도까지 요동치고 있다.
◇ ‘이낙연-이재명’ 지지율 역전 '왜?'
정치권 안팎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문재인 정부 첫 국무총리를 지낸 이 의원의 지지율까지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이 의원의 ‘신중 행보’가 이 지사의 ‘사이다 행보’와 비교되면서 지지율이 빠졌다는 지적도 있다.
대법원 판결 이후 정치적 행보가 자유로워진 이 지사는 ‘코로나19’ ‘재난 안전’ 등에서 단호하고 결단력 있는 대처 능력을 보였다. 동시에 그는 부동산 정책, 기본소득 등의 주요 정책에 대해서도 주도적으로 명확한 소신을 밝혔다. 이 같은 이 지사의 행동이 지지율 역전의 발판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재명 지사가 선명성을 보이면서 코로나 국면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해 지지율이 오르기는 했지만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아서 오를 만큼 못 올랐었다. 이제 악재가 해결되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 같다”며 “반면 이낙연 의원에 대해서는 무난함에 대한 피로감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지사가 전국 지지율에서 이 의원을 추월했다고 하더라도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이 지사(28%)가 이 의원(37%)에게 뒤진 것으로 나온 만큼 결국 민주당의 최대 주주인 친문의 선택을 받아야 민주당의 대선주자로 선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대세론 와해에 충격 빠진 이낙연
이낙연 의원은 지지율 역전에 대해 "대선주자 지지율의 등락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사실상 ‘대세론 와해’ 현상이 나타난 것이어서 내심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이 의원은 공식 입장을 내고 “여러 현안들에 대해 쌓인 국민의 실망과 답답함은 저에게도 해당된다고 생각한다”며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이 오르고 내리고는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은 저를 포함해 정부 여당이 겸손했는지, 유능했는지, 신뢰를 얻었는지 되돌아볼 때”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당 대표에 나선 후보로서 특별한 책임감을 느낀다. 저부터 되돌아보겠다”며 “29일 전당대회가 새로운 리더십을 세워 국민의 삶과 마음에 더 세심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이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이 지지율 역전에 대한 입장을 묻자 “민심은 늘 움직이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 의원의 지지율이 문재인 대통령, 민주당의 지지율과 연동돼 있어 하락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여권의 지지율이 회복되면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게 이 의원 측의 반응이다.
이낙연 의원과 가까운 이개호 의원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지지율 역전에 대해 “저희들도 심각하게 보고 있다”면서도 “일시적 현상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다만 요즘 상황을 명확히 봐야하는데 문 대통령, 민주당의 지지율과 이 의원의 지지율이 같이 연동돼 있다”며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계속 빠지면서 이 의원의 지지율도 같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집값 문제,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의 일탈 문제, 덧붙여서 수해까지 영향을 받아서 안 좋은 상황이다”며 “차근차근 극복해 가는 과정에서 역량을 인정받으면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상승, 회복될 것이고 이 의원도 같이 연동해서 나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 반응 자제하는 이재명… “도정 외에 신경 쓸 겨를 없어”
이 지사 측은 지지율 역전에 크게 고무된 분위기지만 공식적 반응은 내지 않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오후 도내 모든 종교시설에 대한 집합제한 명령을 내리기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러나 이 지사는 대선주자 1위에 오른 것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답변 자체를 아예 하지 않았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한 언론을 통해 “코로나19 확진자가 대폭 증가하고 수해로 도민들의 상심이 큰 상황에서 도정 외에 어떤 것도 신경 쓸 겨를이 없다”며 “지지율 변화에 대해서는 담담하게 받아들일 뿐 특별히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민주당 내 ‘친이재명계’ 한 의원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지지율 역전 현상에 대해 “여당 내에서도 새로운 변화를 원하는 분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면서 “시대 흐름에 맞는 분이라는 점이 이 지사의 장점이기 때문에 (지지율 상승 흐름은)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본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 친문의 선택은?
이낙연 의원의 대세론이 힘을 잃고 이재명 지사에게 역전을 허용한 것으로 나타나 친문진영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의원을 대선주자로 밀지 않고, 결국 친문과 불편한 관계인 이 지사를 견제하기 위해 ‘친문’ 적자 대선후보를 내세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배종호 세한대 교수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이낙연 의원과 이재명 지사의 지지율이 역전되면 친문은 이재명을 이길 수 있는 친문 주자를 선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친문은 결국 자신들 중 누군가를 주전 투수로 내세우려고 하지 않을까 싶다”며 “재판 결과에 따라 조국 카드도 여전히 살아 있다고 보고, 김경수 김두관 유시민 카드도 있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 ‘이재명 19% vs 이낙연 17%’…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첫 역전
- 민주당 당권주자들, ′당 지지율 하락′에 고개 숙였다
- [요동치는 민심] 민주당 재집권 '빨간불'
- 이재명‧박주민 회동 불발에 해석 분분
- 이재명, 갑자기 '대선 경선' 고해성사 '왜?'
- ‘문재인 대통령-여야 대표 회동’ 불발 공방
- 이낙연, 대세론 ‘반등 카드' 만지작…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조화가 관건
- 이낙연, 코로나19 검사 ‘음성’… “모두 위해 다행”
- 민주당 전대, 코로나 확산으로 흥행 ‘빨간불’
- 지자체장의 중앙정치 광폭 행보 '득과 실'
- 이낙연-이재명, 2차 재난지원금 이견… “차등 지급” vs “전부”
- 1‧2위 다투는 '이낙연‧이재명' 대권지지율에 숨은 함의
- 이재명-홍남기, “철 없다” 공방 2라운드
- 김경수, 대권 플랜 가동하나… 친문 ‘대망론’ 솔솔
- 김경수, 민주당 대선구도서 빠지나… 이낙연-이재명, 양강구도 고착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