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지난 13일 전북 남원시 금지면의 집중호우 피해지역인 용전마을을 방문해 수해복구를 위해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지난 13일 전북 남원시 금지면의 집중호우 피해지역인 용전마을을 방문해 수해복구를 위해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미래통합당이 지지율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앞지르면서 자신감을 일순 회복한 분위기다. 통합당이 민주당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조사 결과가 나온 것은 창당 이래 처음이다.

통합당은 21대 국회 개원 후 176석 과반 의석을 앞세운 거여(巨與)에 속수무책으로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 정부여당 악재를 부각하면서 내부 실수를 줄이고 결속을 강화한 통합당 전략이 맞물리면서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승기류를 탄 통합당이 오는 18일 문을 여는 8월 임시국회부터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 199주 만에 역전된 지지율에 통합당 표정관리

통합당은 전날(13일) 한 여론조사 성적표를 받아들고 반색했다. 철옹성 같았던 민주당 지지율을 제쳤기 때문이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10~12일 전국 성인 1,507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통합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1.9%p 오른 36.5%로, 민주당은 전주 대비 1.7%p 내린 33.4%로 집계됐다. (95% 신뢰수준·표본오차 ±2.5%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는 지난 2월 통합당 창당 후 처음인 것은 물론, 전신인 새누리당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리얼미터 10월 3주차 여론조사 기준 새누리당 지지도는 29.6%로 민주당의 29.2%를 근소하게 앞섰다. 10월 4주차부터는 민주당이 새누리당을 앞섰고, 이후 지지율 1위 자리를 허용하지 않았다. 통합당의 지지율 1위 탈환은 무려 199주 만의 일이다.

뜻밖의 결과에 통합당은 즉각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한 번의 여론조사 결과로 자만하는 모습을 보였다간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다. 당 내부적으로도 입단속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조사는 하나의 추세로 참조”(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여론조사는 기관마다 (집계 결과가) 다르다”(주호영 원내대표)며 담담한 평가를 내렸다.

103석에 불과한 통합당은 의석 수에서 여당에 절대적 열세인 만큼 여론의 호응이 절실하다. 정부여당에 돌아서기 시작한 민심을 반드시 붙잡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지난 10일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주호영 원내대표, 하영제 사천남해하동 국회의원 등 당 지도부가 경남 하동군 화개면 소재 화개장터 수해현장을 찾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지난 10일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주호영 원내대표, 하영제 사천남해하동 국회의원 등 당 지도부가 경남 하동군 화개면 소재 화개장터 수해현장을 찾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 ‘당 실책 최소화+민주당 실책 부각’ 전략

개원 직후 통합당은 무력했다. 원 구성 협상부터 여당이 의석 수로 밀어붙이자 관례상 야당 몫으로 배분해왔던 법제사법위원장조차 눈 뜨고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반발한 주 원내대표가 지방 칩거에 들어가고 전 상임위원장 포기, 본회의 보이콧 등의 초강수를 두며 여당의 독주를 비판했지만 공허한 외침처럼 보였다. 오히려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라는 여당의 프레임에 말려들 분위기였다. 송곳 검증을 별렀던 통일부 장관·국가정보원장 인사청문회 역시 큰 문제 없이 정부여당 뜻대로 됐다.

급기야 당 일각에서는 장외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도부 생각은 달랐다. 소속 의원들에게 장외투쟁 대신 국회 안에서 정부여당 실정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해 국민에 호소하는 원내투쟁으로 의원의 본분을 다할 것을 주문했다.

기회는 찾아왔다. 계속되는 정부의 부동산값 안정 대책에도 폭등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사회적 갑론을박이 이는 부동산법·임대차법 등을 여당이 속전속결 처리하면서 여론이 들끓기 시작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당시 윤희숙 통합당 의원의 임대차법 반대 5분 연설도 국민적 관심을 받으면서 요동치는 민심에 불을 지폈다.

당 지도부의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김 위원장과 주 원내대표는 당 회의 또는 수해현장을 찾아 민심을 살피는 데 주력하고 있다.

회의에서는 정부여당의 실정에 발언의 초점을 맞추면서도 협상의 여지 역시 남기며 실언을 최소화하고 있고, 수해현장에는 보좌진·당원 등 등 대규모 인력을 대동하면서 내부 결속을 다지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전날 수해지역인 전북 남원 용전마을을 찾아 구슬땀을 흘렸다. 주 원내대표를 비롯해 소속 의원·당원·보좌진 등 300여 명이 현장을 찾았다. 보수정당의 고질적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호남 민심도 잡겠다는 의지다.

당 관계자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당에 자신감이 생겨 뭉치기 시작한 것”이라며 “한동안은 해도 안 된다는 분위기가 많았고 지도부가 뭘 하자고 해도 미지근한 반응이 있었는데 당이 상승세를 타면서 분위기가 많이 좋아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윤희숙 의원 말고는 ‘잘했다’고 뇌리에 남은 것이 별로 없다는 점은 아쉽다”면서도 “우리가 잘해서 당(지지율)이 이렇게 올라갔다기보다 민주당이 못해서 올라간 것이 큰 것 같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우리가 큰 실수를 하지 않고 민주당 실책을 타고 올라가는 전략도 괜찮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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