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표의 초장수 사외이사가 임기 마지막해 저조한 이사회 출석률을 보이고 있다.
샘표의 초장수 사외이사가 임기 마지막해 저조한 이사회 출석률을 보이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이제는 ‘구시대의 유물’이 된 샘표의 ‘초장수’ 사외이사가 마지막까지 씁쓸함을 남기고 있다.

샘표는 현재 단 1명의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주인공은 김현 사외이사. 주목할 점은 그의 임기가 무려 20년에 달한다는 것이다. 김현 사외이사는 지난 2000년 샘표식품 사외이사로 처음 선임됐고, 2016년 회사가 분할된 뒤에는 지주회사인 샘표로 자리를 옮겼다.

최대주주 및 경영진을 견제·감시하고, 일반 주주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사외이사는 독립성이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꼽힌다. 하지만 장기재직 사외이사의 경우 이 같은 독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

더욱이 김현 사외이사는 샘표 오너경영인인 박진선 사장과 각별한 관계에 있다. 샘표는 2000년대 중반 경영권 분쟁에 휩싸여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이복형제였던 오너일가 2세에서 3세로 승계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분쟁이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사외이사 선임을 놓고도 대립을 벌였는데, 이때 김현 사외이사는 박진선 사장 측 인사로서 꾸준히 그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이제 샘표와 김현 사외이사는 작별을 앞두고 있다. 장수 사외이사에 대한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면서 정부는 올해 초 상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사외이사의 임기를 제한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이에 따라 기존 임기가 내년 3월로 끝나는 김현 사외이사는 더 이상의 연임이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이처럼 무려 20여년 만에, 법 개정에 의해 사외이사직을 내려놓게 된 김현 사외이사는 마지막까지 씁쓸함을 남기고 있는 모습이다.

샘표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김현 사외이사의 이사회 출석률은 0%로 기재돼있다. 다만 이사회 회차별 내용 및 이사 출석 여부를 기재하는 항목엔 1차례 참석한 것으로 나온다. 샘표는 올 상반기 총 4차례 이사회를 개최했다. 어떤 것이 사실이건, 김현 사외이사의 이사회 출석률은 저조하다.

김현 사외이사는 그동안 이사회 출석에 있어서만큼은 성실한 모습을 보여 왔다. 지난해까지 최근 3년 동안 100% 출석률을 기록했고, 2016년과 2015년엔 각각 15차례, 18차례 열린 이사회에 단 1번씩만 불참했다.

앞서 언급했듯 중요한 역할을 지닌 사외이사에게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이사회 참석은 가장 기본적인 의무다. 국민연금의 경우, 사외이사의 이사회 출석률이 저조할 경우 재선임에 반대하는 의결권 지침까지 마련해놓았다.

‘장수 사외이사’로서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던 샘표 사외이사가 법 개정에 따른 임기만료를 앞두고 불성실한 모습까지 남기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