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스텔스 차량’, 야간에 도로에서 헤드라이트(전조등)와 테일램프(후미등)를 끈 채 주행하는 차를 일컫는다. 어원은 상대 레이더나 탐지기를 통해 식별이 불가능한 은폐 기술을 뜻하는 ‘스텔스(Stealth)’에서 비롯됐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며 운전자라면 야간 주행 중 목격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차량 때문에 놀라는 운전자는 부지기수며,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아 대책이 시급하다.

그러나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이상하게도 ‘도로 위의 폭탄’이라 불리는 스텔스 차량에 대해 너무나도 관대하다.

먼저 야간 주행 시 등화 점등‧조작 불이행은 위법행위에 속한다. 범칙금은 승용·승합차 기준 단돈 2만원이다. 이는 차량 탑승자 안전띠 미착용 3만원보다 저렴하며, 주정차금지구역 주차위반 과태료 4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경찰 측의 단속 의지도 문제다. 야간 음주단속 중 스텔스 차를 보고도 통과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종종 스텔스 차 운전자에게 전조등을 켜도록 계도를 하는 경찰관도 있으나, 범칙금 고지서를 발부하는 모습은 보기가 힘들다.

실제로 경찰청 관계자도 “야간 전조등 미점등 차량은 단속 대상이고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최초 적발 시 우선 전조등을 점등할 수 있도록 경고 조치를 실시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말했다. 전조등 미점등 차량운전자를 단속해 범칙금 2만원을 부과하려하면 불만을 토로하는 운전자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운전자들을 단속할 시 다수는 “전조등 켰다”고 말을 한다. 그러나 그들이 켰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주간주행등’이다. 최근에 제작된 차들은 시동만 켜면 계기판과 주간주행등이 자동으로 점등되며, 주간주행등의 조도가 워낙 높은 탓에 야간에도 전조등을 작동한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주간주행등과 전조등을 구분하지 못하는 운전자도 존재한다.

여기에 보험사들의 ‘과실비율 나눠먹기’도 한몫 거든다. 다수의 손해보험사들은 야간에 차로변경 사고나 후미추돌 사고 시 한쪽이 스텔스 차량인 경우 해당 차량운전자에게 과실비율을 10% 정도만 더할 뿐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후미등을 점등하지 않고 주행 시 뒤따라오는 차량 운전자들은 해당 차량을 발견하기까지 인지지연 시간이 발생하고 제동 타이밍을 놓쳐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얘기한다. 또 스텔스 차량과 사고는 안전거리를 확보하더라도 소용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보이지 않아 피할 수가 없다는 얘기다. 즉, 스텔스 차량과의 사고에서 원인은 스텔스 차량에 있음에도 보험사는 해당 운전자에게 큰 책임을 묻지는 않는 모습이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야간 등화 미점등은 다른 운전자의 목숨까지 위협하는 행위임에도 이를 바로잡고자 하는 의지는 없다. 스텔스 차량과 관련한 보도는 5년이 넘도록 수없이 전파를 탔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법안을 발의‧개정하려는 국회의원은 보이지 않는다. 결과물이 당장 눈에 띄는 ‘음주운전 처벌강화’와 같은 법안에 더 큰 관심을 가질 뿐이다.

국회의원들은 관련 법안 개정을 하루빨리 서둘러 주길 바란다. 또 경찰은 야간에 음주단속만 할 것이 아니라 잠재적인 살인자와 같은 스텔스 차량 단속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범법자를 보고도 그냥 보내주는 경찰은 직무유기다.

운전자들은 야간에 등화 점등‧조작 불이행이 얼마나 심각한 행위인지 자각하길 바란다. 자동차는 편리한 이동수단이지만, 그와 동시에 한 순간의 실수로 흉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운전자의 작은 실수는 타인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으며, 그 피해자가 내 가족, 내 자신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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