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현재 상황으론 종식 불가능… 백신 나와야 가능할 것”

지난해 12월 중국의 우한에서 처음 전파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의 기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팬데믹 상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사람들은 점점 지쳐가면서하루빨리 코로나19의 종식이 선언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픽사베이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긋지긋하다’라는 말이 이보다 잘 어울리는 질병이 또 있을까.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의 확산 기세가 도저히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9일을 기준으로 2,239만4,945명을 기록했으며, 하루 추가 확진자는 27만4,058명이다. 사망자도 현재까지 78만7,363명에 이르렀다. 하루 사망자 수는 6,763명에 이른다.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했었던 뉴질랜드조차 다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총선을 연기했다.

나름 방역에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우리나라도 역시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달 확진자 증가세가 감소하면서 코로나19의 기세가 꺾인 듯 했으나 이달 13일을 기점으로 다시 폭발적으로 확진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사랑제일교회발 대유행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 코로나19의 기세를 당분간 멈추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 

◇ 의료계 전문가들, “코로나 종식은 현재 불가능… 깜깜이 환자에 지속될 것”

코로나19의 팬데믹 상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사람들은 점점 지쳐가고 있다. 일상생활은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있어 힘들고, PC방, 노래방 등 자영업자들은 문을 닫으며 생계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이다. 전세계의 사람들이 코로나19가 종식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처지다.

하지만 방역당국과 의료계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종식 시기를 섵불리 예상을 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확진자 수가 일시적으로 줄어들겠지만, 다시 경제활동 등을 이유로 봉쇄를 해제하면 숨어있던 무증상 감염자들을 중심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때문에 코로나19는 현재 상황으로는 종식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국내 코로나19의 종식은 당분간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확진자 수가 일시적으로 줄어들겠지만, 봉쇄를 해제할 경우, 무증상 감염자들에 의해 새로운 확진자가 다수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20일 전북 전주시 화산체육관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검사자 검체를 채취하는 모습./ 뉴시스

지난달 8일 질병관리본부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국내 코로나19의 종식 예상 시점을 묻는 질문에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유행이 계속되는 상황이라 국내 종식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대학교 감염내과 김남중 교수도 지난달 10일 서울대병원이 개최한 코로나19 대책 토론회에서 “코로나19의 조기 종식은 불가능하다”며 “코로나19의 토착화에 따른 방안을 마련하고, 중환자 증가에 대비한 대응책 마련에 집중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도 지난 6월 21일 서울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내 코로나19 무증상 감염자는 파악된 환자의 열 배 규모일 가능성이 높다”며 “무승장 감염자에 의한 깜깜이 감염, n차 감염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오명돈 의원장은 “방역대책의 최종 목표는 코로나19 종식이 아닌, 유행과 확산 속도를 늦추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우리 의료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환자가 발생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코로나19 종식 위해선 백신이 관건… 하지만 안전성 논란 여전

의료계 전문가들은 결국 코로나19의 종식 시점은 백신과 치료제가 얼마나 빨리 상용화될 수 있냐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백신 및 치료제의 개발 시점까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켜 이 상황을 버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셈이다.

현재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상용화 시점은 정확하진 않지만, 전 세계 연구진들의 노력으로 백신 개발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하지만 세계 각국이 ‘백신 선점 경쟁’을 달리면서 백신의 안전성을 간과한 채 상용화를 너무 서두르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일반적으로 백신 개발은 초기 연구가 진행된지 전임상 1상 2상 3상 임상시험을 거쳐 생산을 시작한다. 각 단계별 연구에 통상 2년의 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10년이나 걸리는 셈이다. 하지만 코로나19의 경우 상황이 심각한 만큼, 연구단계를 병합하거나 생략하며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있다. 안전성의 논란을 부르는 이유다.

전 세계 연구진들의 노력으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하지만 세계 각국이 ‘백신 선점 경쟁’을 달리면서 백신의 안전성을 간과한 채 상용화를 너무 서두르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특히 지난 15일 러시아는 코로나19의 백신을 개발했다고 선언했으나, 전 세계 전문가들은 3상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아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은 러시아가 개발했다고 밝힌 백신의 모습./ AP,뉴시스

일단 코로나19 백신을 가장 먼저 개발했다고 밝힌 나라는 러시아다. 지난 15일 러시아 타스 통신의 보도에서 러시아 보건부는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가 코로나19의 백신 1차분을 생산했다”고 밝혔다. 1차분의 수량이 어느정도인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해당 백신은 1957년 소련이 쏘아올린 인공위성의 이름을 따서 ‘스푸트니크V’로 명명됐다. 하지만 전 세계 전문가들은 해당 백신에 대한 안전성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스푸트니크V가 백신의 안전과 효과를 보여주는 3상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유전학 연구소 시스템 생물학자 프랑수아스 발루스는 자신의 사회연결망 서비스(SNS)에 “러시아의 백신 도박은 효능의 유무와 관계 없이 무모하고 어리석은 일”이라고 비판했다.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도 11일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백신에 있어 중요한 것은 최초가 아니라 전 세계인에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WHO는 러시아의 백신에 대한 사전 자격인정 가능성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HO 타릭 야사레비치 대변인은 “WHO는 코로나19 백신과 의약품에 대한 전 자격 심사 절차를 마련한 상태”라며 “어떤 백신이든 사전 적격성 심사에는 안전성 및 효능에 대한 필수 자료의 검토와 평가가 포함된다”고 전했다.

현재 세계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선두주자로 알려진 미국의 모더나,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는 3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독일의 백신연구소인 파울에를리히연구소도 3상 임상시험에서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이 판명되면 내년 초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조건부로 승인할 방침이다. 중국의 국유 제약회사 시노팜도 올해 12월에 코로나19 백신을 출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시노팜 산하 연구소가 개발한 2종의 코로나19 백신은 3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WHO는 백신이 개발된다해도  빈곤국들은 당분간 접종이 불가능해 ‘코로나 빈부 격차’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WHO는 백신을 자국민들에게만 투여하는 것은 코로나19 종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하며, 백신이 개발되면 두 단계를 거쳐 공정하게 분배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의 모습./ 뉴시스

◇ WHO, “백신 민족주의 안돼”… “종식 위해선 힘 합쳐야”

다만 백신이 개발돼도 빈곤국들은 당분간 접종이 불가능해 ‘코로나 빈부 격차’에 대한 우려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후보물질 160여종을 미국, 유럽, 중국 등 선진국들이 ‘사재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외신보도에 따르면 현재까지 7억 회분의 백신 제작이 가능한 후보물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WHO는 이 같은 백신 물질 독점 현상에 백신을 자국민들에게만 투여하는 것은 코로나19 종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백신이 개발되면 두 단계를 거쳐 공정하게 분배할 것이라고 밝혔다. 1단계는 각국 인구의 20%에 해당하는 물량을 동시에 분배하는 것이며, 2단계는 각국이 처한 상황을 고려해 추가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WHO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백신 민족주위는 코로나19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안전해질 때까지 우리가 안전해지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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