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 호남 끌어안기 행보를 이어가는 것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경계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미래통합당이 호남 민심 잡기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못마땅한 기색이 흘러 나오고 있다. 호남 민심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지지율을 끌기 위한 ‘보여주기’라는 평가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호남을 더 분노케 하는 헛다리 전략’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정치를 잘하면 영남이든 호남이든 뭔 상관이랴. 누가 배척하랴”라며 “영호남을 운운하며 동진정책이니 서진정책이니 하는 것 자체가 군사문화 용어다. 그 자체가 구태정치”라고 비판했다.

통합당은 같은 날 ‘호남인사 비례대표 우선추천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비례대표 당선권 내 25%를 호남지역 인사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당헌‧당규에 명문화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동안 거리를 뒀던 호남을 끌어안으면서 본격 세 확장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해 정 의원은 “호남출신 인사를 국회의원 시켜주면 호남의 민심을 얻을 것이라 생각하는가”라며 “호남출신 인사 몇 명이 통합당에 없어서 호남이 통합당을 싫어하는가? 호남에서 왜 당신들을 안 찍는지부터 먼저 생각하시라”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신들이 진정 호남의 한을 아는가? 한과 응어리를 근본적으로 참회하고 반성하고 뉘우친다는 것을 호남분들이 느끼면 서서히 통합당 지지율도 올라갈 것”이라며 “생색내지 말고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고 잔기술 쓰지 말라”고 힐난했다.

앞서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의 5‧18 사죄와 관련해서도 민주당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이 이어졌다. 호남 수해 복구 활동을 시작으로 통합당의 호남 구애가 계속되자 견제에 나선 셈이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입은 닫은 채 무릎만 꿇는다면 그것이 반성인가”라며 “미래를 향한 다짐, 실천 없이는 무릎 꿇기는 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도 “흔히들 사과에는 항상 진심이 담겨야 하고, 피해자를 위로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이번 김 위원장의 사과는 그게 빠진 것 같다”라며 “표심 잡는 데 좋겠다고 생각해서 불쑥 억지로 만들어 낸 사과인 것으로 보인다”고 비꼬았다.

민주당은 통합당이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려면 ‘실천’에 나서라고 강조했다. 윤관석 민주당 수석부의장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일각에서는 호남에서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통합당의 쇼로 보인다는 말까지 있다”며 “사과의 생명이 진정성과 실천인 만큼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망언한 통합당의 정치인들에게 철저하게 책임을 묻고 제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정민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에서 “그릇된 역사관으로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해온 통합당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라면서도 “김 위원장이 사과에 진정성을 담았다면 통합당이 반대해왔던 5‧18 3법을 당론으로 채택하는 행동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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