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이 2018년 4월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 집 회담장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자리로 다가가고 있다.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에게 권한 일부를 위임했다. 이는 당 중심 국정운영 체제 확립을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김 위원장과 김 제1부부장이 2018년 4월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 집 회담장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자리로 다가가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에게 권한 일부를 위임했다. 항간에 떠도는 ‘건강이상설’로 인한 것이 아니라 역할을 김 제1부부장과 측근들에게 분담해 당 중심으로 통치하지만, 권력은 자신이 쥐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국정원 “김정은, 김여정 등 측근에게 권한 이양”

국가정보원은 지난 20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김 제1부부장 등 측근에게 권한을 이양했다고 밝혔다. 박지원 국정원장 임명 후 첫 업무보고다. 하태경 정보위 미래통합당 간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위임통치는 김여정 1인에 다 된 것이 아니고, 김여정이 전반적으로 가장 많이 이양받았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김 제1부부장이 사실상 2인자로서 대남·대미 정책 대비전략 등 국정 전반을 담당하고 있고 그만큼 위상도 강화됐다. 경제 분야는 박봉주 당 부위원장과 김덕훈 내각 총리, 군사 분야에선 최부일 당 군정지도부장이 감독 기능을,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전략무기 분야를 맡았다.

국정원은 이같은 ‘위임통치’의 배경으로 김 위원장이 9년간의 통치로 권력 집행에 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분석했다. 또한 김 위원장이 9년간의 통치로 스트레스가 높아졌는데 그것을 줄이는 차원이고, 김 위원장이 모든 것을 결정할 경우 정책 실패 시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에 위임받은 쪽에 책임을 분산하려는 목적이라고 전했다.

또한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이나 후계자 준비 동향도 포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제1부부장이 2인자의 위치에 있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후계자로 지목됐다는 의미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김병기 정보위 더불어민주당 간사는 “(건강 이상은) 전혀 없는 것 같다. 여러 가지 출처상 없는 걸로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라며 “대미·대남 업무를 김여정이 총괄하되 중요한 업무는 김정은이 직접 챙긴다”고 강조했다.

◇ 당 중심 국정운영으로 통치 시스템 확립 목적

김 위원장이 김 제1부부장 및 주요 간부들에게 권한을 위임한 것은 시스템 통치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즉, 권한의 이양·배분을 한 것이다. 권한 이양의 목적은 과거 ‘수령무오류성’에 근거해 유일 지배체제를 벗어나, 시스템을 통해 국정운영을 하는 국가 체제로 바꾸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집권 초기부터 전문 관료들에게 적극적으로 주요 현안을 챙기라고 독려했다.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집권 당시 직접 현지지도를 다니며 권력을 강화한 것과는 대조되는 행보다.

김 위원장이 노동당 중심의 국정운영을 강화하고자 하는 모습은 지난 13일 김 위원장 주재로 열린 당 정치국 회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은 이 회의에서 국정운영의 핵심인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기존 김정은·최룡해·박봉주 3인 체제에서 김덕훈·리병철을 추가한 5인 체제로 확대 개편했다. 상무위원회에 정치, 경제, 군사 부문 전문 관료를 고르게 포진시켜 이름 뿐이었던 내각을 실체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국정원의 ‘위임통치’ 분석은 기존 김 위원장의 통치 스타일을 재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최종 결정권은 여전히 김 위원장이 쥐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위임통치라는 용어는 국정원이 선택한 것으로, 비상체제라는 뜻을 담고 있어 북한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에 국정원 측은 “권한이 분산됐다”라고 추가 설명했으며, 김병기 간사는 “대통령이 다 사인 못하니까 장관에게 위임하지 않느냐. 북한도 그걸 세 분야로 나눠서 한다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본인이 직접 챙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