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집회를 허가한 판사의 이름을 딴 법안이 발의 된 가운데 대표발의자인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이견을 보이며 맞붙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이른바 ‘박형순 금지법’을 두고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맞붙었다. 이 의원은 공공의 해를 끼치는 판결을 막겠다는 입장이지만, 진 전 교수는 ′내로남불식 사법개혁′이라며 비꼬았다. 광화문 집회 여파로 여당이 입법전쟁에 나서는 상황에서 정치권의 파열음도 거세질 조짐이다.

이 의원은 지난 21일 광복절 집회 금지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판사의 이름을 붙여 ‘박형순 금지법(행정소송법‧집회시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감염병 확산 상황에서 집회나 시위를 금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예외적으로 법원의 판단을 통해서 허용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이같은 상황에서 행정청의 집행정지 사건의 경우 법원이 반드시 질병 관리 기관의 의견을 듣도록 규정했다.

앞서 진 전 교수는 광화문 집회 이후 코로나 확산세 등으로 박 판사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우려스러운 것은 대중의 집단행동으로 사법부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친문 의원들을 겨냥해 “대깨문들 지지받겠다고 이 또라이들이 정말 그런 법을 만들지도 모른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발언은 곧 뇌관이 됐다. 법안을 발의한 이 의원은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 생명, 인권을 지킬 수 있는 법을 만드는 것이 ‘또라이’라 한다면 기꺼이 영광스럽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 전 교수의 비판을 일일이 반박했다. 이 의원은 “박 판사가 집회를 금지할 이유가 없었음을 (진 전 교수가) 대변인이 돼 지적하고 있다”며 “집회의 자유와 국민의 생명권이 충돌하는 경우 최종적으로 이를 해석하는 곳은 법원이며 법관의 주요 임무 중 하나다. 그런데 이러한 고민을 한 흔적이 알려진 결정문은 어디를 보아도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불특정 다수가 모였을 경우 전파가 우려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모두 아는 것이 아닌가”라며 “통제가 어려울 정도의 행동을 보인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 그러한 점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코로나쯤이야’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대깨문 지지받겠다고 만든 것이 아니라 국민안전, 내 아이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이라며 “판사 역시 결정할 때 반드시 감염병 전문가 의견을 들어 결정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의 반박에 진 전 교수는 같은 날 저녁 페이스북에 재차 글을 올려 “입법부에서 사법부의 판결이 마음에 안 든다고 그런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아예 입법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라며 “남이 하면 사법농단이고, 내가 하면 사법개혁인가”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진 전 교수는 “사법부에서 판결을 내리면 행정부는 그 판결에 따라서 대책을 취할 의무가 있는 것”이라며 “‘원인’이 자기들한테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으니 엉뚱하게 ‘범인’을 만들어 잡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이어 “도대체 이 정권은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 책임을 못 지겠다면 권한도 내려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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