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지난달 불법파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한국지엠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지난달 불법파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한국지엠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임기 만료를 앞둔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의 향후 행보를 놓고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연임 여부를 둘러싸고 ‘진퇴양난’의 상황을 마주하게 됐기 때문이다.

카허 카젬 사장은 2017년 9월 초 취임했다. 박동훈 전 사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하면서 그의 빈자리를 카허 카젬 사장이 메웠다. 그리고 어느덧 3년의 세월이 흘러 통상적인 임기 만료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카허 카젬 사장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재판을 받는 처지가 됐다. 검찰은 지난달 카허 카젬 사장을 비롯한 한국지엠 전·현직 임원과 협력업체 운영자 등을 불법파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는 카허 카젬 사장의 운신 폭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로 국가 간 이동이 어려운 가운데, 재판까지 받게 되면서 타지역 발령이 더욱 복잡해지게 됐다.

더욱이 최근 수입차업계에서는 유사한 상황이 거듭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요하네스 타머 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총괄사장은 2017년 1월 기소 직후 고국으로 향해 돌아오지 않고 있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사장 역시 지난 5월 배출가스 조작 적발 발표 직전 인사를 통해 한국을 떠나기로 발표했다. 이미 그전에 한국을 떠나있던 그는 입국하지 않은 채 남은 임기를 모두 마쳤다.

이 같은 전례가 있는 만큼, 카허 카젬 사장 역시 다른 지역으로 발령이 날 경우 재판 관련 논란이 불가피하다. 출국 자체가 어려울 가능성 또한 높다.

연임이 이뤄지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카허 카젬 사장은 취임 이후 많은 ‘큰 일’을 치러왔다. 군산공장 폐쇄 및 철수설 관련 논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고, 극심한 판매부진과 노사갈등을 겪었다. 연임의 명분이 될 만한 뚜렷한 성과는 찾아보기 어렵고, 오히려 노조의 반발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게 현실이다.

이처럼 연임 여부를 두고 ‘진퇴양난’에 빠진 모양새인 가운데, 카허 카젬 사장은 당분간 한국지엠에 머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사장 인사와 관련해서는 아직 별다른 내용이 없다”며 “3년 임기라는 것이 명확하게 못 박혀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본사 차원의 고위급 인사는 특별히 정해진 시기가 있는 것이 아니며, 언제라도 단행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카허 카젬 사장은 지난 20일 창원 공장을 찾아 신규 투자 진행 상황을 살핀 바 있다. 이 같은 행보 역시 그의 연임 관련 행보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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