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X그룹의 내부거래 실태가 올해 상반기에도 계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KPX그룹의 내부거래 실태가 올해 상반기에도 계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KPX그룹의 내부거래 실태가 올해 상반기에도 꿋꿋하게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중견기업 1호 타깃’으로 주목을 끌었던 KPX그룹이지만, 내부거래엔 흔들림이 없는 모습이다.

◇ 계열사 상품 매입해 해외 법인에 판매

중견 화학기업인 KPX그룹의 내부거래 논란 중심엔 씨케이엔터프라이즈가 있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감사보고서엔 오너일가 2세 양준영 부회장 등이 지분 100%를 보유 중인 것으로 나온다. 구체적인 지분구조가 마지막으로 공개된 것은 2016년 감사보고서인데, 양준영 부회장이 88%, 부친 양규모 회장과 모친이 각각 6%를 보유 중이었다.

이처럼 오너일가, 그것도 2세 후계자의 개인회사인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주요 사업내용은 부동산임대업과 도매업이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무척 단순하고 손쉬운 사업구조를 지니고 있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핵심 거래처는 모두 KPX그룹 계열사다. KPX케미칼과 KPX그룹의 베트남 법인이 주인공이다. KPX케미칼과는 매입거래, 베트남 법인과는 매출거래가 발생한다. 전체 상품매출원가의 대부분은 KPX케미칼과의 매입거래가 차지하고, 상품수출 매출액의 대부분은 베트남 법인과의 매출거래다. 즉, KPX케미칼로부터 상품을 매입해 베트남 법인에 판매하며 수익을 얻는 구조인 셈이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지난해 매출액은 69억원. 이 중 상품수출 매출액은 60억원이다. 그런데 베트남 법인을 통해 올린 매출액은 60억원으로 상품수출 매출액과 정확히 일치했다. 이 같은 매출의 기반이 된 상품매출원가는 50억원이다. KPX케미칼을 통한 매입은 이보다 많은 51억원에 달했다.

이를 통해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지난해 10억원의 영업이익을 남겼다. 여기에 KPX홀딩스 배당금을 포함한 배당금 수익도 23억원에 달했다.

이 같은 구조는 2012년 이후 줄곧 이어지고 있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 상반기 내부거래 실태는 KPX케미칼과 베트남 법인을 연결 대상으로 두고 있는 KPX홀딩스의 반기보고서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이에 따르면,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올해 상반기 그룹 계열사를 통해 21억원 규모의 매입거래와 29억원 규모의 매출거래를 올렸다. 각각 26억원, 31억원이었던 지난해 상반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 씨케이엔터프라이즈 내부거래, 승계와도 맞물려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이러한 내부거래 실태가 더욱 주목을 끄는 이유는 2세 승계작업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현재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위치한 KPX홀딩스 지분을 11.24% 보유 중이다. 최대주주인 양규모 회장(19.64%)에 이어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중 지분이 가장 많다. 2세 후계자인 양준영 부회장의 경우 10.40%의 지분을 보유 중인데,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지분을 더할 경우 양규모 회장을 넘어서게 된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KPX홀딩스 지분은 2011년까지만 해도 1%에 미치지 않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공교롭게도 내부거래가 본격화된 2012년 이후 KPX홀딩스 지분을 적극 확대하기 시작해 지금에 이른 모습이다. 오너일가 개인회사의 내부거래를 승계작업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KPX그룹의 내부거래 관련 논란은 이미 수년 전부터 지속돼오고 있다. 지난해 4월엔 공정거래위원회가 KPX그룹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아직 조사결과 및 처분은 발표되지 않았으나, 중견기업에 대한 감시 강화를 천명한 공정위의 첫 행보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KPX그룹의 상반기 내부거래 실태는 별다른 변화 없이 꿋꿋하게 이어졌다. 거듭되는 내부거래 관련 지적 및 논란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해명이나 입장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KPX그룹의 이 같은 행보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어떻게 마침표를 찍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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