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테넷’이 베일을 벗었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테넷’이 베일을 벗었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테넷’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인터스텔라’ ‘인셉션’ 등으로 관객을 새로운 세계로 이끌었던 그는 업그레이드된 스케일과 기발한 상상력으로 다시 한 번 놀라운 세계를 선보인다. 코로나19 이후 개봉하는 첫 번째 할리우드 텐트폴 영화라는 점도 기대를 더한다. 극장가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이해하지 말고 느껴라!”

시간의 흐름을 뒤집는 인버전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오가며 세상을 파괴하려는 사토르(케네스 브래너 분)를 막기 위해 투입된 작전의 주도자(존 데이비드 워싱턴 분). 인버전에 대한 정보를 가진 닐(로버트 패틴슨 분)과 미술품 감정사이자 사토르에 대한 복수심이 가득한 그의 아내 캣(엘리자베스 데비키 분)과 협력해 미래의 공격에 맞서 제3차 세계대전을 막아야 한다.

‘테넷’은 제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해 미래의 공격에 맞서 현재 진행 중인 과거를 바꾸는 이야기로,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 가장 먼저 알아야 할 키포인트는 ‘인비전’의 개념이다. 극 중 인비전이란 사물의 엔트로피(Entropy)를 반전시켜 시간을 거스를 수 있는 미래 기술로, 미래에서 인버전된 무기를 현재로 보내 과거를 파괴할 수 있다.  

역대급 스케일을 자랑하는 ‘테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역대급 스케일을 자랑하는 ‘테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영화 내내 인비전을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에서 동시에 협공하는 미래 세력에 맞서 시간을 이용하는 작전이 펼쳐지는데, 이 과정에서 순행하는 시간과 역행하는 시간이 얽히고설키며 전개돼 모든 장면이 연결된다. 게다가 매우 빠른 호흡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잠깐 한눈을 팔았다간 흐름을 놓치기 십상이다.

‘테넷’은 압도적인 스케일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국제적인 첩보전을 완성, 놀라운 영화적 체험을 선사한다. 오프닝부터 대규모 총격신으로 시선을 사로잡더니, 순행하는 이들과 역행하는 이들의 쫓고 쫓기는 독특한 카체이싱으로 신선한 재미를 느끼게 한다. 비행기 충돌부터 선박 액션까지 육해공을 넘나드는 액션 시퀀스로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대부분의 장면들이 CG가 아닌, 실제 촬영돼 더욱 놀랍다. 대부분 장면을 IMAX 카메라로 촬영해, 특수효과 장면이 300개 미만이라고 한다. 보통의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수천 개의 CG컷을 사용하는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숫자다. 특히 격납고 폭발 장면은 초대형 야외 세트장에서 실제 보잉 747 비행기를 사용해 완성했다고 한다. ‘역대급’이라는 찬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주도자를 연기한 존 데이비드 워싱턴(위)와 그의 조력자 닐 역을 맡은 로버트 패틴슨(아래 왼쪽)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주도자를 연기한 존 데이비드 워싱턴(위)와 그의 조력자 닐 역을 맡은 로버트 패틴슨(아래 왼쪽)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다만 주도자를 연기한 존 데이비드 워싱턴은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해 아쉽다. 미식축구 선수 출신답게 고난도 액션도 무난히 소화하지만, 관객을 끌어당기는 힘은 부족하다. 주인공으로서 극을 이끌어가며 러닝타임 내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존재감은 약하다.

아쉬움은 주도자의 조력자 역을 맡은 로버트 패틴슨이 채운다. ‘트와일라잇’으로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한 로버트 패틴슨은 등장부터 반가움을 자아내더니, 안정적인 연기로 극에 중심을 잡는다. 세상을 구하는 작전에 동참하는 캣 역을 맡은 엘리자베스 데비키 역시 매력적인 캐릭터를 완성해냈고, 빌런인 사토르를 연기한 케네스 브래너도 제 몫을 다한다.

‘테넷’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답게 고도의 집중력과 이해력이 요구된다. 낯선 물리학 개념부터 생소한 용어들, 복잡한 스토리라인과 빠른 전개까지 한 번의 관람만으론 영화를 온전히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영화 속 과학자 로라를 통해 관객들에게 “이해하려 하지 말고 느껴라”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관객들의 선택이 궁금해진다. 러닝타임 150분, 절찬 상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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