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식품이 '자연은 맛있다'라는 브랜드로 라면 시장에 재도전장을 내민다. 사진 2011년 버전의 '자연은 맛있다'(아래)와 이번에 리뉴얼 된 2세대 버전. / 풀무원식품.
풀무원식품이 '자연은 맛있다'라는 브랜드로 라면 시장에 재도전장을 내민다. 사진 2011년 버전의 '자연은 맛있다'(아래)와 이번에 리뉴얼 된 2세대 버전. / 풀무원식품.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풀무원식품이 코로나19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라면 시장에 재도전장을 내민다. 주로 별미로 즐기는 각종 요리면에 치중했던 관습에서 벗어나 라면 자체에 집중해 다시 링 위에 오른다. 농심, 오뚜기 등 기라성 같은 경쟁 업체들의 틈 사이에서 풀무원이 확실한 포지셔닝을 구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자연은 맛있다’ 다시 꺼내든 풀무원… 왜?

풀무원식품이 전열을 재정비 해 라면 시장에 뛰어든다. 자사의 면 브랜드인 ‘생면식감’을 ‘자연은 맛있다’로 리뉴얼 해 소비자들을 다시 찾는다. 선발대로 우선 정면(식물성라면). 백면(하얀 라면), 홍면(매운맛) 3개 제품을 내놓는다. 풀무원식품은 HTT 로스팅 공법으로 깊은 맛을 구현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자연은 맛있다’는 이미 풀무원식품이 한 차례 선보인 바 있는 이름이다. 지난 2011년 풀무원식품은 ‘자연은 맛있다’라는 브랜드로 본격적으로 라면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냉장라면을 포기하고 라면의 주류 무대인 건라면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단 기름에 튀기지 않은 비유탕면으로 선두 업체들과 차별화를 꾀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자연은 맛있다’를 발판 삼아 업계 3위로 올라서겠다는 당찬 포부는 장밋빛 청사진에 그쳤다. 농심과 오뚜기, 삼양 그리고 팔도의 4강 구도를 깨지 못했다. 결국 ‘자연은 맛있다’를 6년 만에 용도 폐기한 풀무원식품은 ‘생면식감’으로 재출사표를 던졌다. 이번에 선보인 ‘자연은 맛있다’는 전전작을 잇는 2세대 버전인 셈이다.

풀무원식품 관계자는 “건강을 강조하는 브랜드 콘셉트에 잘 맞는 이름이라고 생각해 다시 ‘자연은 맛있다’를 들고 나오게 됐다”면서 “각종 면 요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생면식감’을 리뉴얼 해 라면 자체에 집중할 방침이다”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금까지 생면식감은 라면 브랜드 범주에 넣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랐다. ‘육개장 칼국수’ ‘돈코츠 라멘’ ‘마라탕면’ 등 별미의 성격이 강한 제품들이 ‘생면식감’이란 이름으로 출시됐다.

◇ 위기에 강한 ‘기본 라면’… 풀무원의 깨달음

회사 관계자는 “정‧백‧홍을 제외한 나머지 제품들은 당분간 생면식감 이름으로 유지는 하지만 차차 메뉴를 정리해 프리미엄급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풀무원식품이 기본 라면에 방점을 두게 된 건 코로나19 시국을 염두한 한 것으로 관측된다. 집콕 생활이 일반화 되면서 대표적인 저장 식품인 라면이 수혜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라면시장은 전년 대비 7.2% 성장한 약 1조1,30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이는 반기 실적으로는 사상 최대치로 알려졌다.

해당 조사에서 나타난 특징은 소비자들이 신제품 보다는 스테디셀러를 구매하는 경향이 뚜렷했다는 점이다. 신라면, 진라면, 삼양라면 등 각 제조사의 얼굴과 같은 대표 제품들이 높은 성장률과 함께 ‘탑10’ 자리를 지켰다. 경기불황이나 재해 등 위기상황에서는 ‘모험’ 보다는 ‘안정’을 택하는 소비자 심리가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번에 선보인 ‘정‧백‧홍’은 늦게나마 기본 라면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깨달은 풀무원식품의 자각이 투영된 결과물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풀무원식품은 줄 곧 비유탕면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라면을 먹는 순간 만큼은 잠시 ‘건강’이라는 가치를 잊고 맛 자체에 몰두하려고 한다”면서 “수십년에 걸쳐 선두 업체들이 쌓아 온 높은 벽에 근접하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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