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저계급론’은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상징하는 신조어다. 태어날 때부터 운명이 정해져있다는 슬픈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 헌법엔 계급을 부정하는 내용이 담겨있지만, 현실에선 모두가 수저계급론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중에서도 ‘주식금수저’는 꼼수 승계와 같은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하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세상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주식금수저’ 실태를 <시사위크>가 낱낱이 파헤친다.

강소기업의 대표주자 대주전자재료도 주식금수저를 품고 있다.
강소기업의 대표주자 대주전자재료도 주식금수저를 품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학창시절이 한창인 16살 중학교 3학년이 무려 60억원이 넘는 주식자산을 거머쥐고 있다면 어떨까. 일반인들은 상상조차하기 힘든 일이지만 이는 엄연히 우리 사회에 실재하고, 또 우리와 공존하고 있다. 심지어 이름만 들으면 아는 굴지의 재벌 대기업 이야기도 아니다.

◇ 60억대 주식 가진 중학생

주인공은 대주전자재료의 미성년자 오너일가 A양. 2005년생인 A양은 대주전자재료 창업주인 임무현 회장의 손녀다. A양은 현재 대주전자재료 주식 12만4,448주를 보유하고 있다. 현 시세로 60억원대에 달하는 규모다.

A양이 대주전자재료 주식을 처음 취득한 것은 11살 무렵인 2015년 7월이다. 2015년 8월 별세한 임무현 회장의 부인이 두 딸과 세 손자에게 자신이 보유 중이던 주식을 증여했다. A양이 당시 증여받은 주식은 6만9,540주였다. 당시 시세로 38억여원 규모다. 

이후 A양의 보유 주식은 2016년 12월 무상신주취득을 통해 8만3,448주로 증가했다. 그리고 지난 4월, 임무현 회장으로부터 또 한 번 주식을 증여받았다. 증여받은 주식은 5만5,000주다. 이렇게 12만4,448주의 주식이 형성됐다.

지금은 A양만 남아있지만, 대주전자재료의 ‘주식금수저’는 더 많았다. 1998년생 B군은 11살이던 2008년 임무현 회장으로부터 30만주를 증여받아 처음 주식을 취득했다. 나란히 2001년생인 C양과 D양은 2015년 A양과 함께 주식을 증여받은 바 있다. 이제는 성인이 된 B군과 C양, D양 역시 미성년자 시절부터 막대한 규모의 주식을 보유했던 것이다.

물론 A양을 비롯한 이들의 주식 보유가 법적으로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자기자금이 아닌 증여를 통해 보유하게 된 만큼, 적법한 증여세를 납부했을 것으로 보여 논란의 소지 또한 덜하다.

하지만 아직 16살에 불과한 학생이 오로지 부모를 잘 만나 수십억대 주식을 보유하게 된 모습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일반 서민 및 청년들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위화감을 안겨주기 충분하다. 대주전자재료는 올해 상반기 250여명의 직원들에게 총 62억8,500만원의 급여를 지급했는데, 이는 A양이 보유한 주식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또한 지난해 기준 대주전자재료의 직원 평균 연봉은 4,700만원인데, 이를 온전히 100년 동안 모아도 A양의 주식자산에 미치지 못한다.

아울러 미성년자 오너일가의 이른 주식 보유가 장기적인 측면에서 자산증식 효과 및 증여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여지도 적지 않다. 

실제 대주전자재료의 주가가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미성년자 시절부터 보유해온 주식은 뚜렷한 자산증식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B군이 30만주의 주식을 증여받을 당시 2,030원이었던 주가는 현재 5만원 안팎에 이른다. 당시 6억원 정도였던 주식의 가치가 지금은 5만여주를 처분했음에도 불구하고 130억원에 달한다.

대주전자재료는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대표적인 강소기업으로 꼽힌다. 특히 최근 소재산업이 강조되면서 위상이 더욱 높아졌고, 전기차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더욱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탄탄하고 유망한 강소기업이 품었던, 그리고 여전히 품고 있는 주식금수저 실태는 진한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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