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의료계의 갈등 상황이 깊어지면서 그 피해는 고스라이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대학병원 전공의들은 지난 23일 무기한 업무중단을 시작으로 26일에는 2차 총파업을 강행했다. 급기야 대한의사협회가 나서서 9월 7일 무기한 총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정부의 행정명령 철회 등 태도 변화를 촉구하면서다. 뿐만 아니라 의과대학 교수들 역시 이를 지지하는 뉘앙스를 비치며 자칫 들불처럼 번질 모양새다.

사태의 발단이 정부에게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의대정원 확대·공공의대 설립·원격의료 확대·한방첩약 보험 급여화 등 의료계가 민감할 만한 정책들을 한꺼번에 쏟아낸 것이 문제다. 정부의 진의(眞意)를 곡해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국가적 위기’라고 규정한 상황에서 과연 시의적절한 처사였는지 의문이 든다.

이같은 상황에 대한 정치권의 대응도 여러모로 아쉽다. 갈등 해결에 힘을 쏟기보다는 말만 앞서는 분위기다. 여당에서는 31일 의료계를 향해 ‘불법 진료 거부’, 자격 박탈‘ 등의 강경 발언이 쏟아져 나왔다. 한 의원은 급기야 의사협회장을 향해 ‘제2의 전광훈’, ‘극우난동꾼’이라는 말까지 했다. 

의료계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신뢰를 잃었던 것이 불과 며칠 전이다. 정부가 ‘행정명령’을 발동하자 의료계의 반발이 오히려 더 거세졌다.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의료계를 자극하는 말들이 사태 해결의 진정성을 보여줄 리 만무하다.

의료계 태도도 안타깝다. 비현실적인 의료수가, 근무 환경 어려움 등은 코로나19 국면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애를 쓰는 의료인들에게 국민은 ‘영웅’이라며 존경심을 표했다. 그간의 고생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권리를 침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화가 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계속되는 정부의 협상 노력에도 거부로 일관하는 모습은 이러한 감정을 꺼뜨릴 우려가 있다. 이들은 정부가 ‘정책 추진 중단’ 등 합의안을 제시했음에도 “정부를 믿을 수 없다”고 하고, 오로지 ‘정책 철회’만을 외치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이날 한 라디오에서 “최대한 양보안을 냈다”라고 씁쓸함을 표하기도 했다.

당연한 소리지만 이러한 갈등 상황의 피해는 고스라이 국민의 몫이다. 이미 병원에서는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말들이 나오고, 응급실을 찾지 못해 사망한 환자의 이야기도 전해진다.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는 건 아닌지 우려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오랜 시간 투병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더욱 걱정이 깊다. 치료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코로나19 상황 속 의료공백을 걱정하는 국민들도 많다. 지난 26일 TBS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의료계에 대한 행정명령이 ‘적절했다’는 답변이 51%로 ‘일방적이다(42.%)’라는 답변을 앞섰다. 의료계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답은 너무나 분명하다. 문제를 풀기 위한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선 양측 모두 진정성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임시처방’ 대책을 내놓는 것이 아닌 의료계의 요구를 진솔하게 들어야 한다. 땜질식 대책은 의료계의 불신만 더욱 키울 뿐이다. 의료계 역시 적극적인 대화에 나서야 한다. 귀를 막은 채 주장만 반복할 경우 명분도 실리도 놓칠 수 있다. 진정성 있는 대화로 조속한 해결방안을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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