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자가격리를 마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31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에 참배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현충원 참배 이후 공식적인 당무를 시작했다./뉴시스
코로나19 자가격리를 마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31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에 참배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현충원 참배 이후 공식적인 당무를 시작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지난 29일 열린 전당대회에서 과반이 넘는 압도적 득표율(60.77%)로 민주당의 새 수장에 올랐다.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위협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이 대표는 한동안 대선주자 경쟁에서 1인 독주를 이어가며 대세론을 누려왔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이 대표의 대세론은 사실상 ‘문재인 정부 첫 국무총리’ ‘최장수 총리’라는 후광에 의한 것이었다.

이낙연 대표의 대선주자로서의 리더십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이 대표의 임기는 원칙적으로 2년이지만 당권·대권 분리 규정에 따라 대선에 출마하려면 대통령선거 1년 전인 내년 3월 9일까지 대표직에서 물러나야만 한다.

이 대표는 6개월 남짓에 불과한 임기 동안 정부여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야 하고 이를 통해 대선주자로서의 경쟁력도 입증해야만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대선주자로서의 위상은 급락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4‧15총선 이후 윤미향 사태, 오거돈‧박원순 사건,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발 등이 누적되면서 최근 지지율이 하락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사태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다시 상승하기는 했으나 코로나19 방역과 경제 위기 문제 등을 해결하지 못할 경우 다시 민심 이반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에서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이라는 최우선 과제와 함께 이 대표가 ‘당청 관계’와 ‘야당과의 협치’ 문제에서 어떻게 정치력을 발휘할 것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 당청 관계 재정립 나서나

이 대표가 최근 ‘사이다’ 행보로 주목을 받아온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대선주자 1위 자리를 내주면서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의 지나친 신중 행보가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이 대표가 당 대표가 된 이후에는 ‘친문 눈치보기’에서 벗어나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점에 대해서 과감하게 지적하는 등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철저한 관리형이었던 이해찬 전 대표와 달리 유력 대권주자인 이 대표가 당 대표 자리에 오르면 당의 주도권을 강화하는 등 이전과는 다른 당청관계 정립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 기간 “대표가 되면 할 일, 할 말 다 하게 될 것”이라며 “총리는 제2인자지만 대표는 1인자”라고 말해 당 대표 취임 후 ‘변화’를 예고했다.

이 대표는 당 대표 당선 직후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는 “당정청이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겠다”면서도 “대통령께 드릴 말씀은 늘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대표가 지난 29일 당선 후 방송 인터뷰에서 “(자가격리 기간 동안) 대통령님 생각이 제일 많이 났다”고 언급한 것에서 나타나듯이 당장은 청와대와의 차별화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대표가 ‘자기 목소리’내기에 나설 경우 문재인 대통령과의 차별화 행보로 보여지면서 친문과 갈등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이 대표가 자신의 분명한 색깔을 보여줘야 하지만 당청간의 갈등,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충돌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은 문제”라며 “이 대표가 정치적 시험대에 놓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당 운영 방향에 대해 밝혔다./뉴시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당 운영 방향에 대해 밝혔다./뉴시스

◇ 야당과의 협치 가능할까

이와 함께 이 대표가 야당과의 협치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4‧15총선 이후 지금까지 국회 단독 원구성과 부동산 관련 법안 단독 처리 등을 비판하며 ‘의회 독재’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31일 비대위 회의에서 이낙연 대표를 향해 “개원 국회부터 시작해 여야 대치가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새로 선출된 민주당 지도부는 원만한 여야 관계를 이끌어가는 데 더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야당과의 협치 문제에 대해 “국회에서 여야가 안건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내실 있는 협치”라며 “우선 여야의 의견이 접근하고 있는 비상경제, 균형발전, 에너지, 저출산 등 4개 특위를 조속히 가동할 것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수락연설에서는 “원칙은 지키면서도 야당에 양보할 것은 양보하는 원칙있는 협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해찬 대표 체제에서 야당의 ‘의회 독재’ 비판이 거셌던 만큼 이낙연 대표가 전임 지도부가 강력 드라이브를 걸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검경 수사권 조정 후속 입법 등 개혁 과제 추진에서 무리하게 속도를 내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그러나 여당 내에서 여전히 개혁 과제 추진에 대해 강경 목소리가 팽배한 상황이기 때문에 속도 조절에 나설 경우 당 내 반발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한 의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최근 민주당이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지지율이 하락한 것이다”며 “지지자들이 원하는 공수처 출범 등 개혁과제를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협치를 하려면 여당에서 양보를 해야 하는데 여당은 내년 4월 재보궐선거 이전에 자신들의 숙원 사업인 법안과 정치적 현안 문제를 반드시 다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그렇다면 협치는 기대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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