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혜인의 두 사외이사가 마지막까지 불성실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혜인의 두 사외이사가 마지막까지 불성실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종합건설기계 업체 혜인의 사외이사 실태가 ‘총체적 난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두 사외이사 모두 마지막까지 씁쓸한 뒷모습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혜인은 현재 천기흥, 김주은 두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2009년 처음 선임된 천기흥 사외이사는 재직기간이 10년을 훌쩍 넘겼고, 김주은 사외이사 역시 2012년 처음 선임돼 9년째 머무르고 있다. 두 명의 사외이사 모두 ‘장수 사외이사’ 반열에 올라선 모습이다.

사외이사는 최대주주 및 경영진을 견제·감시하고, 일반주주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 같은 역할을 위해 독립성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요건으로 꼽힌다. 하지만 특정 기업에서 장기간 사외이사로 재직할 경우 유착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 지침을 통해 10년 이상 장기 재직한 사외이사의 재선임에 반대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엔 아예 상법 개정을 통해 6년 이상 사외이사로 재직하는 것이 불가능해지기도 했다.

혜인의 심각한 사외이사 실태는 단순히 재직기간에만 그치지 않는다.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이사회 출석은 사외이사가 제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는데 있어 가장 기본이 된다. 하지만 혜인의 두 사외이사는 이사회 출석률 또한 낙제점에 그치고 있다.

올 상반기 혜인은 총 10차례에 걸쳐 이사회를 개최했다. 이 중 천기흥, 김주은 사외이사가 참석한 것은 단 4번뿐이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같은 날에만 출석했고, 나란히 40%의 출석률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총 17차례에 걸쳐 이사회가 개최됐는데, 이때도 두 사람은 딱 4번만 출석했다. 역시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 같은 날이었고, 두 사람 모두 출석률은 23.5%에 그쳤다. 2018년에도 30%의 저조한 이사회 출석률을 기록했고, 2017년엔 10.5%, 2016년엔 10%에 머물렀다. 

국민연금은 사외이사의 이사회 출석률과 관련해서도 의결권 행사 지침을 마련해두고 있다. 이사회 출석률이 일정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선임에 반대하는 내용이다. 그 기준은 75%인데, 혜인의 두 사외이사는 여기에 한창 미치지 못한다. 심지어 이러한 실태가 수년째 거듭되고 있다.

이처럼 ‘총체적 난국’인 혜인의 두 사외이사는 내년 3월 혜인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상법 개정에 따라 추가 연임은 불가능해졌고, 기존 임기까지만 마칠 수 있다. 그러나 올해 이사회 출석률 또한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는 모습이어서 ‘유종의 미’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