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영(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5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해 있다. 같은 당 황운하(왼쪽) 의원이 지난 6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신현영(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5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해 있다. 같은 당 황운하(왼쪽) 의원이 지난 6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2일 대표발의한 ‘남북의료교류법’(남북 보건의료 교류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안)과 같은 당 황운하 의원이 지난 8월 24일 대표발의해 입법예고 중인 ‘재난기본법’(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두고 정치권과 의료계 등에서 뒤늦게 논란이 일고 있다.

두 법안이 모두 통과될 경우 정부가 의료인을 북한 재난 발생 시 강제로 동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될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정치권과 의료계에서 문제 삼는 대목은 남북의료교류법 제9조 ‘재난 공동대응 및 긴급지원’과 재난기본법 제34조 ‘재난관리자원의 비축·관리’ 부분이다.

남북의료교류법 9조 1항은 ‘정부는 남한 또는 북한에 보건의료 분야 지원이 필요한 재난이 발생할 경우 공동대응 및 보건의료 인력·의료장비·의약품 등 긴급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고, 2항은 ‘정부는 북한에 1항에 따른 재난이 발생할 경우 재난 구조·구호 활동을 하는 단체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필요한 지원 또는 지도·감독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기존 재난관리법 34조 1항은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장은 재난 수습활동에 필요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비·물자·자재 및 시설을 비축·관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황 의원의 개정안은 비축·관리 대상에 ‘인력’을 추가했다.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신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강제성을 갖고 의료인력을 북한에 파견하려는 법안이 아니다”라면서도 “의료계가 우려하는 부분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과감히 법안 내용을 수정, 삭제하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의료계의 우려’는 신 의원의 법안에 국한해 생겨난 것만은 아니다.

북한 재난 발생 시 의료인력을 포함한 전반적 의료자원을 긴급 지원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신 의원의 남북의료교류법, 그리고 여기에 재난관리기관의 재난수습 비축 대상에 인력을 추가한 황 의원의 재난기본법 개정안이 맞물리면서 논란과 우려가 증폭된 것이다.

미래통합당과 의료계는 "북한에 재난이 발생했을 때 황 의원의 법안에 의해 필요 인력으로 지정된 의료인들이 개인 의사와 관계 없이 동원될 수 있다"며 반발하는 모습이다.

김기현 통합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을 향해 “정부가 강제로 의료인을 북한으로 차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드는 법안이 제출돼 있다”고 질의하기도 했다.

황규환 부대변인도 같은 날 논평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도 정부여당은 북한만을 바라보고 있다”며 신·황 의원의 법안을 거론한 뒤 “의료진을 물건 취급하고 강제 징집하듯 동원해 북한에 파견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재난 시 의료진을 강제로 재난관리자원에 편입해 사용한다는 법에 이어 유사 시 의료진을 북한에 보내는 법이 논의 중이라고 한다”며 “우리는 물건이 아니다”라고 불편한 심기를 표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 일각에서는 해당 법안들이 통과될 경우 의료인 강제동원 논란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태훈 변호사(사법연수원 5기·전 법무법인 화우 고문변호사)는 1일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아무리 법이라 해도 재난 시 의료인력을 마치 장비처럼 북한에 보낼 수 있을까 의문”이라면서 “물적자원이라면 몰라도 인적자원까지 법으로 동원할 수 있다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의료인이 북한에 가기를 꺼려하더라도 정부가 파견할 법적 근거가 될 우려가 있다”며 “타당한 법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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