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과 관련 입장을 달리하고 있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판하고 있는 것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견제구라는 주장이 나온다./뉴시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과 관련 입장을 달리하고 있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판하고 있는 것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견제구라는 주장이 나온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를 놓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 연일 집중포화를 퍼붓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지사는 2차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 입장을 보이고 있는 홍 부총리가 ‘전국민 지급’을 주장하고 있는 자신을 비판한 것에 대해 “당황스럽다”며 “‘철없는 얘기’라 꾸짖으시니 철이 들도록 노력하겠다”고 응수한 바 있다.

홍 부총리가 지난달 31일 미래통합당 임이자 의원이 자신의 ‘재난지원금을 30만원씩 100번 지급해도 선진국 평균 국가 부채 비율보다 낮다’는 언급에 대해 “아주 철없는 얘기”라고 비판한 것에 동조하고 “책임 없는 발언”이라고 비판했기 때문이다.

이에 홍 부총리는 지난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제가 어떻게 도지사에 대해 ‘철이 있다, 없다’고 하겠나”라고 한발 물러서면서도 “1차처럼 나눠드리는 형태보다는 정말 어려움을 겪는 계층을 선별해서 드리는 쪽에 방점을 갖고 있다”고 이 지사의 ‘전국민 지급’ 주장을 다시 한번 반박했다.

그러나 이 지사는 홍 부총리에게 또다시 직격탄을 날렸다. 이 지사는 지난 1일에는 페이스북에 ‘홍남기 부총리께 드리는 5가지 질문’이라는 글을 올려 2차 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에 대한 정당성을 설파하며 “학교급식과 아동수당, 기초연금에서 선별지급을 주장하는 보수야당과 싸우며 민주당이 쟁취해 온 보편복지와 공평의 가치에서 이번에는 왜 벗어나려는 것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이 지사는 또 2일에는 ‘저축하는 이유는 어려울 때 쓰려는 것’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국가부채 0.8% 증가만 감수하면 가계 지원, 매출 지원, 생산 지원을 통해 경제살리기 효과가 확실한데 기재부는 왜 국채 핑계대며 선별지원 고수하는지 정말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 ‘재난지원금’ 논쟁의 속내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지사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이 지사가 홍 부총리를 고리로 당권을 획득한 이낙연 대표에게 견제구를 날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 부총리는 관가에서는 ‘이낙연 사람’으로 불리운다. 이 대표가 국무총리를 지내던 때 홍 부총리는 국무조정실장을 지냈고 이 대표의 적극적 추천으로 경제부총리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홍 부총리가 설파하고 있는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에 대한 입장도 이 대표의 견해와 일맥상통한다. 이 때문에 이 지사가 선별 지급을 주장하는 홍 부총리 ‘때리기’에 집중하는 것은 사실상 이 대표를 비판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 기간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에 대해 “어려운 분들을 더 두텁게 돕는 차등 지원이 맞다”면서 선별 지급을 주장해왔고, 당 대표에 오른 후 이를 구체화시키고 있다.

민주당과 정부는 4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을 통해 준비 중인 2차 재난지원금을 1차 지급 때처럼 1인당 및 가구당 일괄 지급 방식을 채택하지 않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 및 취약 계층에게 선별적으로 지급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이낙연 대표는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영업자와 노동자 등의 눈물을 닦아드리도록 당정협의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추경안을 편성·처리함으로써 최대한 빨리 집행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를 시작으로 이 대표와 이 지사의 대권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재명 지사가 홍 부총리 공격으로 이낙연 대표에게 견제구를 날린 측면이 있다”며 “당 대표가 된 이 대표와 곧바로 맞장뜨고 각 세우는 것 자체가 모양새가 안 좋기 때문에 홍 부총리를 때려서 이 대표와의 정책적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하나의 정치적 수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선주자 지지율 1‧2위를 다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권 경쟁을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뉴시스
대선주자 지지율 1‧2위를 다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권 경쟁을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뉴시스

◇ 민주당, ‘친이낙연’ ‘친이재명’으로 갈려

이 대표와 이 지사의 전선이 확대되면서 그동안 특정 대선주자 비호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민주당 인사들의 행보도 ‘친이낙연’과 ‘친이재명’으로 갈리는 모습이다. 이 같은 흐름이 대선을 앞두고 ‘이낙연계’와 ‘이재명계’라는 계파 형성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지사를 겨냥해 “홍남기 부총리는 할 말은 할 수 있어야 하고 그 나름대로 존중되어야 한다”며 “조금 아쉬운 발언이 있었다고 말의 꼬투리를 잡아 책임을 물을 때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별적 지급을 염두에 두고 있는 당 지도부나 내각을 향해 ‘야당 같다’, ‘야당 편을 든다’고 공격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라며 “이는 합리적 토론을 막고 대중들의 공격을 유도하는 행위다”고 비판했다.

염태영 최고위원은 “재난지원금과 관련된 당 입장이 여러 가지로 정리되고 있는데 지금으로서는 가장 중요한, 피해가 심각한 곳에 집중지원 할 수 있도록 해줄 필요가 있다”면서 이낙연 대표와 같은 입장을 보였다.

‘이재명계’로 꼽히는 이규민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1,300만 경기도민이 선택한 도지사이며,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2위를 달리고 있는 분의 뜻에 대해 공식적인 자리에서 ‘철이 없다’, ‘책임감 없다’라는 식의 발언은 국민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것”이라며 “홍남기 부총리는 공식적으로 사과하시기 바란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재명계’ 인사는 아니지만 이상민, 김원이, 진성준 의원 등도 이 지사를 비판한 홍 부총리에 대해 “무책임하다”, “경솔하다”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의 홍 부총리 ‘때리기’를 ‘이재명 라인 줄서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지난 1일 페이스북을 통해 “벌써부터 이재명 라인으로 눈도장 찍고 줄서는 건가. 포퓰리즘 정책을 번번이 반대하는 부총리가 미운 건가”라며 “여당 의원들과 여당 대선주자가, 정부 관료를 비난하고 윽박지르는 것은 레임덕 징후 아니면 흔치 않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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