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임 100일을 맞아 대국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임 100일을 맞아 대국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4·15 총선 참패로 치명상을 입은 당을 맡아 한때 더불어민주당을 제치고 정당 지지율 1위를 차지하는 등 중도 외연 확장을 위한 바탕을 마련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우세하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내년 4월 예정된 데 이어 2022년 대선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취임 전후 불거졌던 불협화음을 딛고 초반 100수를 산뜻하게 마무리한 김 위원장의 다음 행마도 보선·대선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 임기는 내년 4월까지다.

◇ 외연 확장 주력한 100일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공식 당무를 시작한 이후 당원들에게 탈(脫)보수를 주문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정강정책에 5·18 민주화 정신을 넣고 기본소득제를 거론하는 등 파격적 체질 개선에 나섰다. 일부 중진의원들은 외부인이자 시한부 대표격인 김 위원장이 당의 정체성을 희석한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아랑곳 않고 정면돌파했다.

지난달(8월) 기록적 폭우로 수해를 입은 호남 지역을 찾아 봉사하고, 5·18 묘역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등 고질적 불모지인 호남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기도 했다. 사실상 한묶음으로 여겨지던 강성 보수진영과 명확한 선 긋기로 이념색을 덜어내고 당을 중도실용 기조로 바꿔나가는 데 집중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은 국민 모두를 아울러야 한다는 과제를 갖고 있다”며 “조금 생각을 달리 하는 이들도 흡수할 여건을 만들어가면 자연적으로 영역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는 지지율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8월 10~12일 전국 성인 1,507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통합당(현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 대비 1.9%p 오른 36.5%였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1.7%p 내린 33.4%였다. (95% 신뢰수준·표본오차 ±2.5%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당 지지율에서 앞선 것은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시절인 2016년 10월 3주차 집계 후 199주 만이다. 정부여당의 부동산 정책 실패·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등 잇따른 악재에 따른 반사효과라는 말도 있지만, 국민의힘의 쇄신 노력이 뒤따랐기에 이같은 반등이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권 대권잠룡으로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7월 30일 오전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는 모습. /뉴시스
여권 대권잠룡으로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7월 30일 오전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는 모습. /뉴시스

◇ 이낙연·이재명 꺾을 대권후보 마련 절실

임기 만료를 약 8개월 앞둔 김 위원장의 최대 과제는 중도층 흡수와 유력대권후보 마련 등이다.

100일 동안 외연 확장을 위한 길을 닦았다면 앞으로는 중도층을 당의 실제 지지층으로 끌어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2022 대선에서 민주당 유력 주자를 꺾을 만한 후보 발굴이 급선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에서 어떻게든 인물을 발굴해 서울시장 후보도 내놓고 대통령 후보도 내놓을 것”이라며 “당을 국민에 가장 사랑받을 수 있는 형태로 변경함으로써 자연발생적으로 당 내부에서 대통령 후보가 나올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현실은 녹록치 않다. 민주당은 이낙연 대표·이재명 경기지사가 이미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 2위를 놓고 오차범위 접전을 펼치며 관심을 모으는 반면, 국민의힘은 비교적 관심 밖에 놓인 상황이다.

야권 대선후보로 윤석열 검찰총장·안철수 국민의당 대표·홍준표 무소속 의원 등이 주로 거론되고 있어 국민의힘은 갈 길이 바쁜 모양새다. 이들은 잠재적으로 국민의힘 합류 가능성이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원희룡 제주지사·오세훈 전 서울시장·황교안 전 대표·유승민 전 의원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정도다.

이와 관련, 신율 명지대 교수는 3일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중도층 흡수 환경을 조성한 것 같아 (김종인 체제를) 나름대로 성공적이라고 평가한다”며 “이제 유력한 대권후보를 빨리 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명의 가시적 대권후보를 내세워 경쟁하게끔 만들어 정당 주목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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