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지오코리아가 16년 만에 외국인 CEO를 선임하며 위기 극복에 나선다. / 디아지오코리아 홈페이지 캡쳐
디아지오코리아가 16년 만에 외국인 CEO를 선임하며 위기 극복에 나선다. / 디아지오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시사위크=범찬희  디아지오코리아가 침체된 위스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순한 술을 선호하는 트렌드에 맞춰 32.5도로 도수를 대폭 낮춘 저도주를 들고 나옴과 동시에, 16년 만에 외국인 최고 경영자를 선임하며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비치고 있다.

◇ 주류‧아시아 ‘통’ 모셔온 윈저

‘윈저’ ‘조니워커’ 등 유명 위스키를 생산‧판매하는 디아지오코리아가 회심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한국인 CEO를 선호해 오던 관례에서 벗어나 16년 만에 용병 CEO를 전면에 내세웠다. 댄 해밀턴 전 디아지오 북유럽 사장을 디아지오 한국지사를 전담할 새 수장에 선임했다.

호주 태생의 댄 해밀턴 신임 대표의 이력을 살펴보면 디아지오 영국 본사가 고심한 흔적이 묻어난다. 신흥 시장으로 기대했지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한국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겠다는 확고한 다짐이 엿보인다.

댄 해밀턴 대표는 전임이었던 이경우 대표와 달리 주류 전문가로 통한다. 2011년 디아지오에 합류해 아시아, 유럽의 주류시장을 두루 경험했다. 최근까지 보직했던 북유럽에서 새로운 소비자 트렌드를 적극 반영해 강한 성장세를 이끈 점을 인정받아 한국 법인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시장에 밝다는 점도 발탁 배경으로 꼽힌다. 그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대표이사를 맡은 일본에서 스카치위스키와 기네스 맥주를 성공시키며 디아지오 사업을 전략적으로 재구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에서도 백주와 스카치위스키, 기네스 맥주의 성장을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주류에 관해서는 물론, 한국 시장이 가진 특수성까지 헤아릴 수 있는 최적의 글로벌 인사가 이뤄진 셈이다.

◇ 실적 급감‧공장 중단… 순한 위스키로 극복할까

디아지오코리아는 2004년 별세한 송덕용 회장 이후 고집해 오던 한국인 CEO를 포기할 만큼 사정이 악화되고 있다. 2015년을 기점으로 4년 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4,000억원을 바라보던 연매출은 지난해 2,973억원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반토막(493억원)이 났다. 김영란 법 도입과 주 52시간제 도입, 경기침체 등 ‘술 권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로 흘러가면서 고급술의 대명사인 위스키가 타격을 입은 것이다.

급기야 38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천 공장이 문을 닫으며 국내 생산을 중단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또 디아지오코리아는 간판 브랜드인 ‘윈저’(12·17년산) 등 주요 제품 6종의 출고가를 내리며 자구책을 내놓았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경우 대표가 전임자들과 달리 2년 8개월간 단신 부임하게 된 건 이러한 회사의 경영 사정과 연관이 깊은 것으로 풀이된다.

댄 해밀턴 신임 대표의 진두지휘 아래 디아지오코리아는 저도수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류 시장 전반에 깔려 있는 저도주 선호 현상이 위스키에도 옮겨 붙으면서 40도를 밑도는 제품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페르노리카코리아 등 경쟁사의 보폭에 맞춰 디아지오코리아도 최근 32.5도의 저도주 위스키 2종(더블유 19‧더블유 허니)을 선보였다. 디아지오는 ‘술 맛’을 좌우하는 두 제품의 블렌딩에 세계적인 위스키 마스터 블렌더인 크레이그 월리스를 투입할 만큼 공을 들였다.

코로나19라는 암초까지 마주한 가운데서 꺼내든 디아지오코리아의 두 가지 생존 전략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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