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감동과 웃음을 전하는 영화 ‘오! 문희’(감독 정세교). /CGV아트하우스
따뜻한 감동과 웃음을 전하는 영화 ‘오! 문희’(감독 정세교). /CGV아트하우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평화로운 금산 마을. 불같은 성격에 가족 사랑도 뜨거운 두원(이희준 분)에게 하나뿐인 딸 보미(이진주 분)가 뺑소니 사고를 당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진다. 게다가 현장의 유일한 목격자는 기억이 깜빡깜빡하는 엄마 문희(나문희 분)와 개 앵자뿐.

보미는 의식 불명 상태로 병원에 있고, 경찰 수사에 진전이 없자 두원의 속은 점점 타들어간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순간 문희가 뜻밖의 단서를 기억해내고 두원은 문희와 함께 논두렁을 가르며 직접 뺑소니범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영화 ‘오! 문희’(감독 정세교)는 뺑소니 사고의 유일한 목격자 엄마 문희와 물불 안 가리는 아들 두원이 범인을 잡기 위해 펼치는 수사극이다. 영화 ‘애자’ ‘최종병기 활’ 조연출 출신 정세교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으로, 관록의 배우 나문희와 연기파 배우 이희준이 모자로 호흡을 맞췄다.

따뜻한 가족애를 그린 ‘오! 문희’ 스틸컷. /CGV아트하우스
따뜻한 가족애를 그린 ‘오! 문희’ 스틸컷. /CGV아트하우스

영화는 평화로운 농촌 마을을 배경으로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모자가 범인을 찾아 나서면서 벌어지는 과정을 유쾌하면서도 뭉클하게 담아낸다. 또 사고 목격 후 더욱 치매 증세가 심해지는 문희와 물불 가리지 않는 두원이 작은 증거부터 하나씩 찾아내며 뺑소니 사건 범인에 접근해 가는 과정이 꽤 쫄깃하게 펼쳐져 흥미를 자극한다. 

종잡을 수 없는 문희와 어설픈 수사를 밀어붙이는 두원의 ‘케미’는 ‘오! 문희’의 웃음 포인트다. 문희는 돌직구 화법으로 주위를 당황하고, 예상치 못한 행동으로 웃음을 선사한다. 두원은 그런 문희와 티격태격하며 현실 모자 콤비를 완성, 재미를 더한다. 여기에 딸 보미와 반려견 앵자의 깜찍한 열연까지 더해져 유쾌한 웃음을 자아낸다.

감동도 있다. 철없는 아이 같지만 가슴속 깊이 아들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간직한 문희는 우리네 엄마를 떠올리게 하며 따뜻한 공감대를 선사한다. 누구보다 가족을 사랑하면서도 속마음을 쉽게 드러내지 않던 두원이 가족을 위해 온몸으로 맞서는 모습도 뭉클한 감동을 전한다. 

‘오! 문희’로 호흡을 맞춘 나문희(왼쪽)과 이희준 스틸컷. /CGV아트하우스
‘오! 문희’로 호흡을 맞춘 나문희(왼쪽)과 이희준 스틸컷. /CGV아트하우스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배우들의 열연이다. 나문희는 역시 나문희였고, 이희준도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먼저 매 작품 웃음과 감동을 아우르는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아온 나문희는 특유의 맛깔나고 에너지 넘치는 연기로 예측할 수 없는 캐릭터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또 직접 트랙터를 몰거나, 와이어 액션을 하는 등 데뷔 후 처음으로 액션 연기에 도전, 더욱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 같은 순수함부터 애틋한 모성애까지, 나문희라서 가능한 ‘오! 문희’다.

다수의 작품에서 강렬한 캐릭터 연기를 선보였던 이희준은 카리스마를 벗고 친근하고 편안한 매력으로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그는 두원으로 분해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로 극을 이끈다. 충청도 사투리는 물론, 체중 증량 등 남다른 열정으로 인간적인 매력의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딸 보미부터 엄마 문희까지, 어떤 캐릭터와 만나도 환상의 시너지를 만들어내며 스크린을 사로잡는다. 보미를 연기한 아역배우 이진주도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오! 문희’는 코미디보단 가족극에 가깝다. 잔잔한 웃음이 터져 나오지만, 빵 터지는 재미는 없다. 대신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로 마음을 흔들고, 뭉클한 가족애로 따뜻한 감동을 안긴다. 연출자 정세교 감독은 “‘오! 문희’는 나의 이야기, 우리 주변에 있을 수 있는 이야기”라며 “각자의 어머니를 떠올리고 웃으며 극장을 나설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러닝타임 109분, 절찬 상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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