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가 유발한 ‘지구 온난화’, 태풍 피해 증가시켜…
뜨거워진 바닷물과 공기온도… 태풍에겐 ‘무한 에너지원’
그린피스, “2030년엔 태풍과 해수면 상승으로 한반도 5% 잠길 것”

환경 분야와 기상 전문가들은 최근 들어 태풍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의 전초 증상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구 온난화로 상승한 해수면과 공기 온도가 태풍의 규모를 빠르게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픽사베이,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올해 여름은 유난히 힘들지 않은가 싶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더해 날씨까지 도와주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 7월과 8월에 무려 54일동안 이어진 역대 최고로 긴 장마와 함께 크고 작은 태풍까지 쉬지 않고 우리나라를 찾아오면서 국민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특히 태풍의 경우 강력한 바람에 많은 비까지 동반해 산사태·홍수·해일 등 자연재해가 발생, 그 피해가 일반 기상재난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지난해 발생한 태풍 ‘링링’의 경우, 이전에 발생했던 태풍 ‘루사’나 ‘매미’ 등 초대형 태풍에 못미친다는 평을 받았음에도 2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논밭이 침수되거나 휩쓸려나가 여의도 50배 면적인 1만4,000ha 규모의 농작물이 피해를 입었다. 

문제는 이 같은 태풍이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세계적으로 커다란 태풍과 장마 등 기상이변이 속출하면서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일대에 허리케인 ‘로라’가 발생해 최소 6명이 사망하고 80만 가구에 정전이 발생했다. 

환경 분야와 기상 전문가들은 최근 들어 태풍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의 전조 증상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태풍이란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하는 강력한 열대성 저기압을 말한다. 사진은 기상청에서 지난 2일 천리안위성 2A호 적외영상을 통해 촬영한 태풍 마이삭의 모습../ 

◇ 태풍, 지구 온난화로 뜨끈해진 공기에 무럭무럭 성장

태풍이란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하는 강력한 열대성 저기압을 뜻한다.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한 저기압대가 이동할 경우, 기압변화로 주변 지역의 공기가 몰려들면서 소용돌이치면서 ‘적란운(수직으로 발달한 커다란 구름, 보통 번개와 비를 동반)’이 발생한다. 이렇게 생선된 적란운이 이동하게 되면, 보퍼트 풍력계급 (해상의 풍랑 상태를 기초로 해 만든 풍력) 12등급에 속하는 엄청난 바람이 불게 된다. 이것이 태풍이 바로 ‘큰 바람(太風)’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유다.

거대한 몸집으로 성장한 태풍이 이동하기 위해선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한데, 이때 사용되는 에너지는 뜨거워진 공기의 ‘열에너지’다. 때문에 많은 기상 전문가들과 환경단체가 지구 온난화 때문에 태풍의 피해가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최근 산업 발전으로 이산화탄소(CO₂)의 배출량이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지구 온난화가 심화되고 있다. 마치 비닐하우스 온실처럼 지구 대기권을 둘러싼 이산화탄소 등 온실 가스는 지구 복사에너지(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받은 에너지)를 흡수했고, 이는 지구 전체의 해수면과 공기 온도를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태풍 입장에서는 성장과 이동에 필수 연료인 ‘열’을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는 환경이 된 셈이다.

실제로 지난 2018년 미국 국립기상연구소 연구팀(NCAR)은 글로벌 기상학술지 ‘저널 오브 클라이메이트(Journal of Climate)’에 개제한 논문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에서는 허리케인(태풍)이 훨씬 더 많은 습기를 품어 강수량은 증가했고, 풍속은 빨라졌으며, 이동속도는 느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발생한 22개의 허리케인을 21세기 말에 해당하는 예상 기후 조건에서 생성할 경우를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22개 허리케인의 평균 최대 풍속은 6% 증가했고, 이동속도는 9% 느려졌다. 시간당 평균 최대 강수량은 24%나 증가했다. 2008년 미국 걸프만에서 1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허리케인 ‘아이크’의 경우 지구 온난화 환경 기후에서 생성된다면 풍속은 13% 빨라지고 강수량은 3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기상청이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 따르면 1990년대 중반 이후 한반도 주변 태풍 활도은 빈도와 강도가 모두 증가하는 추세다. 기상청은 이것이 한반도 주변의 해수면 온도 상승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은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북상 중인 7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해안마을./ 뉴시스

국내 전문가들도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온 변화가 태풍의 활동 증가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우리나라 기상청은 올해 7월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서 “한반도 주변의 태풍 활동은 1990년대 중반 이후 빈도와 강도가 모두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한반도 주변의 연직바람시어(Vertical Wind Shear: 윗공기 아랫공기의 속도차로 인해 생기는 상하방향의 운동)의 약화, 북서태평양 고기압의 서쪽 이동,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 상승 등과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국민생활자문단이 지난해 8월 21일 개최한 ‘제24회 국민생활과학기술포럼’에서 김백민 부경대학교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도 “지구 온난화로 인해 기상재해가 급증하고 있으며, 지난 2016년 역대급 강풍을 동반한 태풍 ‘차바’도 한반도 근해의 고수온 현상과 밀접한 상관관게를 보인다”고 밝혔다.

◇ 지구 온난화 지속되면 태풍 피해↑… 그린피스, “국토의 5%는 물에 잠길 것”

그렇다면 지구 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태풍 등 미래의 기상재해는 얼마나 더 심각해질까. 

글로벌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미국의 기후변화 연구 기관 ‘클라이밋 센트럴(Climate Central)’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오는 2030년에 온실가스 배출이 현 상태로 유지될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태풍과 해수면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쳐 국토의 5%가 물에 잠기고 332만명이 침수 피해를 볼 것으로 예측됐다.

세부적으로는 경기도가 약 130만명의 침수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됐으며, 인천이 75만여명, 서울이 34만여명, 전북이 31만여명 순으로 뒤를 이었다. 면적으로는 전라남도가 1,529km로 가장 피해가 컸으며, 충청남도와 전라북도가 각각 1,409km², 1,176km² 면적의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됐다.

분석 결과 침수 피해는 내륙보다 해안에서 또, 동해와 남해보다 서해안에서 두드러졌다. 이는 서해안 일대가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고도가 낮고, 태풍으로 인한 해일 크기 역시 동해보다 서해와 남해에서 더 높기 때문이다.

그린피스는 시뮬레이션 결과 오는 2030년에 온실가스 배출이 현 상태로 유지될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태풍과 해수면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쳐 국토의 5%가 물에 잠기고 332만명이 침수 피해를 볼 것으로 예측했다. 사진은 제10호 태풍 '하이선'의 영향으로 전남 신안군의 천일염전이 물에 잠긴 모습./ 뉴시스

그린피스는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태풍과 기상재해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그렇다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들 경우, 얼만큼의 태풍과 호우 피해를 줄이는 것이 가능할까.

그린피스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207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현상태로 유지할 경우, 태풍 및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 인구는 368만명, 침수 면적은 6,348.57km²으로 집계됐다. 반면 파리기후협약에서 목표로 하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 1.5℃ 이내 유지’를 지키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을 실시할 경우, 침수 피해 인구는 360만명, 침수 면적은 6,203.98 km²로 피해 규모가 감소했다. 

우리가 상상한 것처럼 ‘극적’인 피해 감소 효과가 나타나진 않았으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정상훈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온실가스가 배출된 후 이상 기후 현상으로 우리에게 되돌아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수십년 간 이미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된 상태이며, 우리가 지금부터 온실가스를 상당 수준 감축한다 하더라도당장 기후 현상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왕쟈오 그린피스 홍콩 지리정보시스템(GIS) 전문가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2050년 저지대 해안 지역에 거주하는 인구는 10억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비정상적인 기상 현상이 잦아지면서 저지대 거주민의 홍수 피해 역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정 지역에서 열대성 저기압과 해수면 상승이 결합해 100년에 한 번꼴로 발생하던 폭풍 해일이 2050년에는 매년 발생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상훈 그린피스 캠페이너도 “최근 한반도를 강타한 유례없는 홍수를 통해 알 수 있듯 이대로 간다면 기후위기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될 것”이라며 “해수면 상승 피해로 경제 및 국민의 주거권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 정부와 국회는 지금 당장 기후위기 비상 선언 발표와 함께 예상되는 피해를 대비하기 위한 장기 국가 계획을 세우고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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