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7일 온라인으로 열린 2020 한반도국제평화포럼(KGFP)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통일부-뉴시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한미 동맹에 대해 “냉전동맹을 탈피해 평화동맹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발언과 “남북이 주도하고,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평화(CVIP)의 시대를 열어야 할 것”이라고 언급해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은 이 장관이 7일 온라인으로 열린 2020 한반도국제평화포럼(KGFP)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는 모습. /통일부-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일 “한미관계가 어느 시점에는 군사·냉전동맹을 탈피해서 평화동맹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한미동맹은 안보협력을 넘어서는 관계”라며 유감이라는 입장을 냈다. 

또한 이 장관은 지난 7일 “남북이 주도하고,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평화(CVIP)의 시대를 열어야 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촉진을 희망하는 이 장관이 언급한 ‘냉전동맹’과 ‘CVIP’의 의미는 무엇일까.

◇ 논란 불러온 이인영의 발언

이 장관이 ‘냉전동맹’이라고 발언하자 미 국무부는 유감을 표명했다. 냉전동맹이라는 발언이 논란이 된 이유는 한미·미일 동맹 등이 ‘냉전 시대의 유물’이라는 중국 측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 장관이 통일부 장관으로서 미국과 마찰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미국이 이례적으로 장문의 논평을 통해 이 장관의 발언을 반박한 것은 중국과의 갈등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미국은 중국을 경제·안보 측면에서 봉쇄하기 위해 유럽 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반중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동북아의 주요 동맹국인 한국의 이탈을 단속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통일부는 이에 대해 지난 7일 브리핑에서 “냉전시대에 출발한 한미 동맹이 군사동맹에서 출발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추구라는 가치동맹으로 발전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한미동맹이 동북아 지역의 평화를 주도하는 평화동맹으로 진화할 것을 기대한다는 취지에서 나온 발언으로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선을 그었다. 

또 이 장관은 지난 7일 ‘2020 한반도국제평화포럼(KGFP)’ 개회사에서 “분단은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주어졌지만 평화는 노력 없이 오지 않는다”면서 “남북이 주도하고, 국제사회와 협력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평화(CVIP)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CVIP는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언급된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entlement)에서 ‘비핵화’를 ‘평화’로 바꾼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Peace’의 약어다.

지난 2018년에는 정세균 당시 국회의장이 ‘CVID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완전한 평화에 이르러야 한다’는 취지로 CVIP를 언급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CVIP가 ‘비핵화’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이 장관의 속내가 드러났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통일부는 “반세기를 넘는 분단구조를 허물기 위해서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발전을 견고하고 되돌릴 수 없는 평화 상태를 구축하는 것이 긴요하다는 취지”라며 “평화를 강조하는 의미로 이해해 달라”라고 설명했다.

이인영 장관의 발언은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3주년 특별연설과 맥락이 있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지난 7월 29일 청와대 본관에서 이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이인영 장관의 발언은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이제는 북미 대화만 바라보지 말고 남북 간에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은 찾아내서 해나가야 한다”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지난 7월 29일 청와대 본관에서 이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 남북대화로 북미대화 유도하기

하지만 ‘냉전동맹’과 ‘CVIP’를 중첩해서 보면 이 장관의 남북관계에 대한 구상을 엿볼 수 있다. 취임 초부터 펑화에 대한 의지를 강조해 온 이 장관은 남북이 한반도 평화를 주도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정치인 출신으로 통일부 장관에 임명된 것도 남북교류를 통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진전과 북미 비핵화 협상을 앞당기는 등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함이다.

이런 면에서 보자면 ‘냉전동맹을 평화동맹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발언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일환인 셈이다. 한미동맹은 냉전의 여파인 남북분단을 계기로 시작됐지만, 이제는 남북평화를 통해 북미 간 대화를 촉진시켜 한반도 평화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도 지난 7일 ‘냉전동맹’ 발언에 대해 “미 국무부가 이 장관을 색안경 끼고 보는 것 같은 느낌이 있어서 안타깝다”면서 “평화를 위한 동맹이라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것이다. 우리가 (미국이 전쟁을 하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에 전부 군대를 파견해준 것도 평화를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문 특보는 “한반도 평화는 하나의 프로세스로 봐야 한다”며 “긴장을 완화하고, 신뢰를 구축하고, 종전선언을 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하나의 평화체제를 만드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 결국 평화를 만드는 것에 있어 남북이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 장관은 미국을 향해 ‘평화’에 방점을 둔 해법을 활용해야 하며, 이를 토대로 북미대화를 진전시켜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발언한 “이제는 북미 대화만 바라보지 말고 남북 간에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은 찾아내서 해나가야 한다”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또 우리 정부가 지난해 ‘하노이 노딜’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대북 개별관광 및 보건·방역 협력카드 등을 제시한 것도 이와 같은 의미로 볼 수 있다. 현재 코로나19로 북한이 문을 닫은 상황에서 이 장관의 이 발언은 북한을 향한 유인책인 것이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여전히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