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은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대법관 임기 종료 후에도 위원장직을 내려놓지 않는 것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대법관과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직해 온 권순일 선관위원장이 대법관 임기 종료시 선관위원장직에서 물러나는 그동안 관례를 깨고 위원장직을 유지하자 야권이 발끈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완수‧권영세‧김용판‧김형동‧박수영‧서범수‧이명수‧최춘식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8일 성명서를 내고 “권 위원장이 대법관 임기가 종료됐음에도 위원장직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한다”며 “이는 헌법상 독립기관인 선관위의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권 위원장은 21일 예정된 선관위 간부급 인사에도 관여할 계획이라고 한다”며 “역대 최악이라고 평가받는 21대 총선 관리의 총책임자로서 후안무치한 행보”라고 쏘아붙였다.

선관위원장직은 헌법에 따라 선관위원들의 호선으로 선출돼 왔으며 그간 줄곧 현직 대법관이 맡아왔다. 대법관의 지위가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대법관 임기 종료 시 선관위원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관례처럼 여겨졌다.

권 위원장은 지난 7일 대법관 임기 종료와 동시에 선관위원장에서 물러나야 했지만, 사퇴하지 않자 야권이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권 위원장의 임기는 법적으론 2023년까지다.

야권은 대법관에서 물러난 권 위원장의 정치적 중립성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권 위원장이 인사권을 행사할 선관위 간부들은 내년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2022년 대통령선거, 지방선거를 관리하게 된다”며 “선거소송은 10배 이상, 증거보전 신청은 30배 이상 늘어난 역대 최악의 선거 관리를 한 위원장이 임명한 간부들을 국민께서 믿을 수 있을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역시 권 위원장을 비판했다. 안 대표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축구에서 심판이 일방적으로 상대팀에게 유리한 편파판정을 할 때 ‘상대편 12번째 선수’라고 한다”라며 “권 위원장이 딱 그렇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권 위원장은 총선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현금살포에 버금가는 노골적인 금권선거 지시를 했을 때 경고 한마디 하지 않는 등 여러 번에 걸쳐 정부 편을 들었다”며 “그런 권 위원장이 이제는 관례를 깨고 대법관 퇴임 후에도 선관위원장을 계속하겠다고 한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에 잘 어울리는 선관위원장”이라고 비꼬았다.

이어 안 대표는 “국가 의전서열 5위에 걸맞는 아름답고 당당한 뒷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며 “이미 얻을 것 얻고 오를 데까지 오른 성공한 인생이지 않는가. 무엇을 더 바라서 추한 모습을 보이려 하는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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