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8일 개정 전기통신사업법 시행에 필요한 세부사항 등을 마련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일명 '넷플릭스법')을 9월 9일부터 입법예고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CP업계에서는 불합리적이고 역차별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사진=픽사베이,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넷플릭스법’이라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인터넷 CP(콘텐츠 사업자)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은 CP업체들이 통신망 이용시 망 품질 유지를 위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통신망 사용료와 관련해 ‘무임승차’ 비판을 받고 있는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기업 넷플릭스 등 해외 CP를 규제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국내 IT 업계에선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외 CP를 단속하려다 오히려 콘텐츠를 제공하는 국내 부가통신사업자들만 과도한 의무를 지는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 개정안, 부가통신사업자에 망 품질 유지 의무 부과… CP업계 ‘반발’

과기정통부는 8일 개정 전기통신사업법 시행에 필요한 세부사항을 등을 마련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9월 9일부터 입법예고 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부가통신사업자의 서비스 안정성 확보 등을 위한 조치, 유보신고제(15일 내 약관신고 반려 가능) 도입에 따른 반려의 세부기준, IoT 서비스 재판매사업 진입장벽 완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부가통신사업자에는 네이버, 카카오 등 CP업체들이 포함된다.

과기정통부는 “이용자에게 편리하고 안정적인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부가통신사업자가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7를 지난 6월 신설했다”며 “적용대상이 되는 기준, 필요한 조치사항 등 법률에서 위임된 사항을 규정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부가통신사업자의 서비스 안정성 확보 등을 위한 조치’다. 적용대상 기준 마련안의 경우, 서비스 안정성 확보에 대해 실질적 수단과 능력을 보유한 필요최소한의 법 적용 대상 사업자를 선별할 수 있도록 이용자 수와 트래픽 양 기준을 마련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구체적으로는 지난해 말 3개월간 일평균 이용자 수와 트래픽 양이 각각 100만명 이상인, 국내 총 트래픽 양의 1% 이상인 부가통신사업자가 적용대상이다. 이 기준이라면 그동안 국내에서 대량의 트래픽을 발생했음에도 망사용료를 지불하지 않던 넷플릭스, 유튜브 등 해외 CP업체들을 상대로 충분한 제재를 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해당 기준에 적용되는 업체들은 국내 통신망 품질 유지를 위해 △트래픽의 과도한 집중, 기술적 오류 등을 방지하기 위한 서버의 다중화 △트래픽 양 변동 추이를 고려한 서버 용량 인터넷 연결의 원활성 등에 대한 안정성 확보 △트래픽 경로 변경 등 변수 발생 시 기간통신사업자(통신사) 등에 사전 통지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매년 서비스 안정수단 확보조치와 이행현황에 대한 자료도 의무로 제출해야 한다.

문제는 이런 글로벌 대형 CP업체뿐만 아니라, 국내 CP업체들도 해당 기준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카카오 역시 개정안의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상황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CP들은 이동통신사와 개별적으로 계약해 망사용료까지 지급하는 상황에서, 망품질 의무까지 짊어지게 된 셈이다.

넷플릭스나 유튜브가 해당 규정을 제대로 지킬지도 미지수다. 과기정통부 측은 국내 CP업체뿐만 아니라 해외 사업자도 같은 규제를 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해당 업체들이 사법부의 요구를 거부하고 회피할 가능성이 높다. 해외 CP업체의 경우, 국외 사업자에 대한 국내 대리인을 지정하도록 법적 의무가 부과됐으나 실효성은 충분치 않다. 자칫하면 외교 문제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법조계 의견이다.

◇ 인기협 “개정안 모호하고 불합리, 전면 재검토 해야”

이에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이하 인기협)는 8일 성명서를 통해 이번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개정안의 기준과 표현이 모호하며, 법이 위임한 범위를 일탈해 헌법상 기본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먼저 인기협에서 지적한 부분은 ‘일일평균 이용자 수’와 ‘일일평균 트래픽 양’이다. 실제로 개정안에 명시된 일일평균 이용자 수는 단순 서비스 방문자가 포함되는지의 여부가 불분명하다.

‘일일평균 트래픽 양’은 국내 총량이 실제 소통되는 트래픽 양인지, 통신사가 보유한 트래픽 양인지 등이 모호하다. 수범자인 부가통신사업자 입장에서 자사 서비스가 사용하는 트래픽양이 국내 총량의 1%에 해당하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아울러 인기협은 부가통신사업자인 CP업체가 서비스 제공에 대해 직접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기간통신사업자(이동통신사)의 이용자들을 위해 망 안정성 확보조치를 취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동시에 불합리하다고 비판했다.

인기협은 “부가통신사업자가 이용자의 단말기나 기간통신사업자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려 노력한다 할지라도, 단말기 자체의 노후화, 기간통신사업자의 유선 및 무선인터넷 특성 및 이용자가 가입한 요금제 등의 특성에 따라 여러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특성들은 무시한 채 모든 책임을 부가통신사업자에게 부여하는 것은 자기책임의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만약 동일한 안정성 확보조치를 위해 모든 기간통신사업자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도록 강제될 경우, 이는 부가통신사업자의 헌법상 기본권인 계약의 자유와 영업의 자유, 그리고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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