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 대선주자 여론조사 결과 이낙연 대표가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이어 2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뉴시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 대선주자 여론조사 결과 이낙연 대표가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이어 2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상승세로 대세론에 힘이 빠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9일 전당대회에서 60%가 넘는 득표율로 당권을 잡았지만 ‘컨벤션 효과’(정치적 이벤트를 통해 정당이나 정치인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를 누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독주를 이어가던 이 대표는 지난 7월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판결 이후 날개를 단 이재명 지사에게 추월을 허용했었다.

이에 이낙연 대표 측은 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표로 선출되면 다시 지지율이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전대가 끝이 났지만 이와 같은 기대는 실현되지 않았다.

한국갤럽이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실시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서 이 지사가 이 대표를 두달째 앞서며 20%선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의 ‘다음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이 지사라고 답한 응답자는 전월보다는 3%포인트 오른 22%로 집계됐다. 이어 이 대표는 4%포인트 상승한 21%를 기록했다. 이 대표는 이 지사보다 상승 폭은 컸지만 이 지사를 따라잡지는 못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이 대표가 40%를 얻어 28%를 획득한 이 지사를 여유있게 앞질렀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이 실시한 9월 1주차(3∼5일)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서도 이재명 지사(23%)가 이낙연 대표(22%)를 1%포인트 격차로 앞섰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 ‘컨벤션 효과’ 없었던 이유

민주당 내에서는 전대 자체가 흥행에 실패했기 때문에 이 대표가 컨벤션 효과를 얻지 못했고,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관련 의혹 등 악재가 연이어 터지면서 이 대표의 지지율에도 악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이낙연 대표와 가까운 이개호 민주당 의원은 11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전대에서 당 대표로 선출되면 지지율이 회복될 것이라고 봤는데 기대 만큼 지지율에 반영이 안됐다고 보여진다”며 “컨벤션 효과를 거두려면 전대가 국민들의 관심을 많이 끌어줘야 하는데 거의 관심이 없는 전대였다. 그런 영향이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회복되다가 다시 빠졌다. 추미애 장관 문제 등등 여러 가지 여론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 문제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 당 대표가 됐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당 대표 역할 수행을 통해서 국민에게 다가서면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 그룹에서는 전대 흥행 실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사태, 이재명 지사의 2차 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 주장 등이 대선주자 지지율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컨벤션 효과는 없었다고 본다. 전대 자체가 흥행을 못한데다가 코로나19 재확산 사태를 수습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다보니 관심이 당보다는 청와대에 쏠리는 구조가 됐다”며 “또 이재명 지사는 2차 재난지원금을 전국민에기 지급하자는 어젠다를 던지는데 이낙연 대표는 방어적으로 다른 입장을 취하다보니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임기는 원칙적으로 2년이지만 당권·대권 분리 규정에 따라 대선에 출마하려면 대통령선거 1년 전인 내년 3월 9일까지 대표직에서 물러나야만 한다. 이 대표는 6개월 남짓에 불과한 임기 동안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대선주자로서의 경쟁력도 입증해야만 한다.

이 대표가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이 지사에게 앞서기 때문에 유리한 상황인 것은 맞다. 그러나 이 지사가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계속해서 우위를 보이며 본선 경쟁력을 자랑할 경우, 당 내에서 ‘대선주자 이낙연’의 경쟁력에 대한 회의감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이 대표는 짧은 임기 동안 반드시 성과를 내야만 한다. 그러나 앞날은 그리 밝아보이지 않는다. 이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첫 국무총리를 지냈고 현재 민주당 대표를 맡고 있기 때문에 그의 지지율은 민주당의 악재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추미애 장관의 아들 의혹에 이어 윤영찬 의원의 ‘포털 압력’ 논란 등 악재가 계속 터져나오면서 민심을 자극하고 있다.

특히 ‘추미애 리스크’는 공정성 논란을 일으켜 문재인 정부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혔던 ‘제2의 조국 사태’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추미애 리스크’가 해소되지 못하고 장기화될 경우 문재인 정부는 물론이고 이 대표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 대표가 추 장관 관련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표는 11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추 장관 아들 관련 의혹에 대해 “상황을 파악해서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상의를 해보라”고 말한 것을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의혹이 더욱 증폭되고 있는 추 장관과 명확하게 선을 긋고 가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러나 이는 민주당 지지층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이 대표가 추 장관과 거리두기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추 장관 관련 의혹으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다”며 “갑자기 추 장관 때리기에 들어간다면 여권 내 지지층이 등을 돌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몸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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