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 로쏘 전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회장은 협회 설립 후 첫 외국인 수장이었으나 불명예 퇴장하고 말았다. /FCA코리아
파블로 로쏘 전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회장은 협회 설립 후 첫 외국인 수장이었으나 불명예 퇴장하고 말았다. /FCA코리아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 3월, 설립 후 첫 외국인 회장을 맞이했던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아 수장 공백 사태를 맞게 된 가운데, 후임 인선에 관심이 집중된다.

수입차협회는 지난 3월 파블로 로쏘 전 FCA코리아 사장을 제13대 회장으로 선출했다. 하지만 로쏘 회장은 불과 넉 달여 만인 지난 7월, 성희롱 및 폭언·폭행 의혹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제기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FCA코리아는 로쏘 전 사장의 직무를 정지시킨 뒤 조사에 착수했고, 수입차협회 역시 7월 28일 긴급 임시 이사회를 소집해 로쏘 회장에 대한 직무정지를 의결했다. 당시 수입차협회는 “언론에서 언급되는 의혹과 관련해서 정상적인 회장직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필요 시 협회 차원의 또 다른 후속 조치를 강구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FCA코리아는 8월 12일 제이크 아우만 신임 사장을 후임으로 선임했다. 이는 로쏘 전 사장의 퇴출을 의미했다. 다만, 로쏘 전 사장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조사 결과는 일체 발표되지 않았다. FCA코리아 측은 본사 차원에서 조사 및 인사가 진행됐다며 전달받은 것이 없다는 입장뿐이었다. 수입차협회 또한 이와 관련해 추가적인 조치 및 입장 발표는 없었다. 

이처럼 호기롭게 출범한 첫 외국인 회장 체제가 반년도 채 되지 않아 좌초되면서 수입차협회는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다. 현재 수입차협회는 임한규 상근 부회장이 회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다. 

수입차협회는 오랜 기간 ‘한국인 수장’ 체제가 이어져왔다. 최근에는 정재희 전 포드코리아 사장이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제9~11대 회장을 역임한 데 이어 정우영 혼다코리아 전 대표가 바통을 이어받은 바 있다. 모두 업계에서 오랜 세월 잔뼈가 굵은 인물들이었다. 또한 윤대성 전 부회장이 1995년 협회 설립 때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운영을 주도해왔다.

즉, 로쏘 회장의 선임은 수입차업계의 세대교체를 의미했다. 부회장단 역시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전 사장, 르네 코네베아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사장, 타케무라 노부유키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 등으로 꾸려지며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진 바 있다.

로쏘 회장의 후임 인선에 대해 수입차협회 관계자는 “총회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일정이나 방식 등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마땅한 후임 인물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로쏘 회장의 경우 2012년부터 한국생활을 시작해 국내 상황을 두루 잘 알고 있었다. 현재는 그만한 외국인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업계 1위인 벤츠코리아의 경우 협회 부회장단에 포함됐던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전 벤츠코리아 사장이 ‘도피 논란’을 남긴 채 이미 한국을 떠났고, 그의 후임은 내년 1월에야 한국에 올 예정이다. 이외에 외국인 수장들은 대부분 한국에서의 경력이 길지 않다.

협회 수장 자리가 다시 한국인에게 돌아간다 해도, 최근 들어 1세대 인물들이 대거 물러난 탓에 후보군은 손에 꼽을 정도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수입차업계가 어떤 인물을 수장으로 맞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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