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6개월 고용유지 必·계열사 자금지원 불가… 자회사, 활로 모색해야
산은, 6월 국회 답변서 “매각 무산 시 다각적 방면 검토”… 분리매각 시사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7일 한국인 유학생 200여명을 올해 3월 이후 최초로 베트남 하노이공항으로 수송했다. 아시아나항공 A330 /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측이 아시아나항공 M&A와 관련해 HDC현대산업개발 측에 계약 해제를 통보하고 채권단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 사진은 아시아나항공 A330 / 아시아나항공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9개월을 이어온 아시아나항공과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간 인수합병(M&A)이 결국 ‘노딜’로 마무리 됐다. 매각 불발로 인해 6년 만에 다시 채권단의 손에 맡겨지게 된 아시아나항공은 고강도 구조조정이 이뤄진 후 재매각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구조조정과 관련해 계열사들을 분리매각 할 가능성도 거론되는 가운데, 특히 알짜 자회사로 알려진 에어부산의 거취에 이목이 집중된다.

◇ 산은, 거래 불발에 기안기금 2.4조원 수혈… 구조조정 비롯 경영정상화 추진

지난 11일,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주도해오던 금호산업 측은 HDC현대산업개발에 M&A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HDC현산 측이 12주의 재실사를 재차 요구한 것을 두고 인수의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번 결정과 관련해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사장)은 “계약 해제는 당초 예정된 거래 종결일(4월 초순)로부터 5개월 이상 경과한 현재시점까지 HDC현산의 거래종결의무 이행이 기약 없이 지연된 것에 따른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은 ‘계속기업으로서의 가치’를 보전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매각이 무산된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인 산업은행에 맡겨졌다. 산은 측은 이번 매각 불발 소식이 알려진 직후 아시아나항공에 즉시 유동성 지원을 발표했다. 최대현 산은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금호산업이 HDC현산에 계약 해지 통보를 한 것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에 2조4,000억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이하 기안기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자금 지원과 함께 산은·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에 올라 경영정상화를 진행할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채권단 측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영구채는 약 8,000억원 규모로, 이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지분율이 37%에 달한다. 금호산업(30.7%)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율을 제치고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이 이행될 시 아시아나항공은 산은의 비(非)금융 계열사로 편입된 후 전문가 자문을 토대로 노선조정·원가절감·조직개편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정상화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될 때쯤 재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2조4,000억원의 기안기금을 지원받게 되는 아시아나항공은 당분간 인력 구조조정 논란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6개월간 고용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지원 받은 기안기금은 원칙상 모회사나 계열사를 위해 사용될 수 없다. 때문에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아시아나세이버 등으로 자금 지원은 불가능에 가깝다.

아시아나항공은 기안기금을 고용유지 및 채무 상환 등 부채비율 저감을 위해 사용할 전망이다. 올해 반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2,291.3%, 자본잠식률은 49.8%을 기록했다. 아시아나항공 계열사들도 상황이 좋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하면 독자적으로 활로를 모색해야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이에 비쳐볼 시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는 분리 매각될 가능성이 크다.

산은 측은 앞서 지난 6월 ‘국정감사 결과 시정 및 처리 요구사항에 대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의 ‘아시아나항공 매각 과정에서 자회사 분리매각을 검토해볼 것’이라는 요구사항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무산될 경우 기존 통매각 원칙에서 물러나 저비용항공사(LCC) 등을 분리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산은을 비롯한 채권단 측은 아시아나항공 계열사 분리매각 등을 검토하고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이 특가 프로모션을 연이어 실시하면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에어부산, 에어서울
아시아나항공 노딜로 인해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등 계열사가 분리매각 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에어부산, 에어서울

또한 통매각을 추진하더라도 아시아나항공이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지 않은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아시아나세이버 등의 거취는 불투명하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자 측이 지주사 체제라면 앞서 언급한 3개 계열사는 지주사 기준 증손회사로 포함돼 손자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이 지분을 100% 보유해야하는 문제가 상존한다.

이 때문에 앞서 HDC현산 측과 M&A 계약을 맺었을 당시에도 에어부산은 지분이 아시아나항공 44.17% 외 나머지 55.82%는 부산시·부산은행·넥센·부산롯데호텔 등이 쥐고 있어 100% 지분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시아나IDT와 아시아나세이버 등은 그나마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주식 비중이 지난 반기보고서 기준 각각 76.22%, 80.00% 수준이라 나머지 지분을 소액주주들로부터 매입하기가 비교적 쉽다.

즉, 아시아나항공 매각에서 에어부산은 별도 매각이 필요해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의 몸집을 줄이기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다.

에어부산 측은 분리매각을 추진하더라도 독자적으로 생존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에어부산은 이전부터 항공기 정비 부분에 투자를 집중하면서 경정비 정도까지는 자가 정비가 가능한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에어부산의 경우 김해공항에서 가장 많은 슬롯을 운영하고 있고 김해공항발 중국·동남아·일본 노선의 경쟁력이 높게 평가 돼 분리매각을 추진할 경우 관심을 보이는 기업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에어부산 측은 “분리매각을 회사 측에서 결정하기는 힘들지만 자가 생존은 가능하다”며 “다만 매각에 대해서는 채권단 측의 선택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안기금 지원 요건에 의해 아시아나항공은 계열사 지원이 금지됐는데, 코로나19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2분기에만 매출 타격이 80% 이상을 기록했고 보유 현금이 빠르게 줄고 있다”며 “모회사의 지원 없이 자체 생존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으로 분리 매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저비용 항공 시장을 중심으로 재편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이들이 생존에 성공한다 해도 기단 규모를 축소하는 등 공급 축소가 불가피해 향후 여객 수요 회복 시 상위 업체들의 수혜가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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