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15일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정치개혁을 촉구하고 나섰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정의당이 선명성 부각에 나섰다. 그간 정의당은 ‘범여권’을 탈피해 독자성 강화에 주력해 왔다. 15일 심상정 대표의 비교섭단체 연설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나타났다.

정의당이 더불어민주당과 차별성을 강조한 포인트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민주당의 정치개혁 실패 비판, 여권 인사 논란 비판, 진보적 제안 제시가 그것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정치적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지점들을 넘나들며 진보정당의 면모를 과시한 셈이다.

◇ ‘정치개혁 좌초’ 원죄 지적

정의당은 민주당의 ‘정치개혁 좌초 원죄’를 지적하며 차별화에 나섰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가까스로 이뤄낸 ‘선거제 개혁’ 실패가 거대 양당의 밥그릇 싸움 때문이라는 점을 비판했다.

심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국회가 새롭게 구성되면 늘 등장하던 유력 정치인들의 단골 메뉴가 사라졌다. 다름 아닌 정치개혁”이라며 “틀에 박힌 주장은 물론, 형식적인 립서비스조차 없다”고 꼬집었다.

그 이유는 “위성 정당의 후유증”이라고 평가했다. 심 대표는 “개혁을 거부한 보수야당과 개혁을 무너뜨린 여당의 합작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모두를 부끄럽게 만든 후과(後果)”라며 “그럼에도 거대양당의 반성문은 아직 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정치개혁과 관련해 민주당을 압박하는 모양새를 자주 보여왔다. 21대 국회 개원을 앞둔 상황에서 여야가 법제사법위원장을 둘러싸고 갈등을 보이자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를 강하게 주장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총선 기간 민주당 위성 정당에 불참을 선언하고, ‘원칙을 지킨 정당’이라는 점을 강조해 온 것도 비판자로서 명분을 확보한 셈이다. 

심 대표는 “길 잃은 정치개혁, 민주당의 결자해지를 요구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은 민주당에게 180석을 안겨주었지만, 정치개혁 실패를 면제해 준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 연이은 여권 인사들 논란에 쓴소리

여권 인사들의 논란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심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지금 포털을 장식하는 정치 뉴스가 무엇인지 보라”며 “재산누락, 불법증여, 갑질 논란, 자녀 특혜 등 온갖 기득권 찬스를 노리는 불법이 입법자들이 만들어 낸 뉴스로 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은 코로나와 전쟁 중인데, 정치권은 특권 사수 전쟁 중이다. 참담하고 부끄럽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상직 민주당 의원의 이스타항공 논란에 대해서는 강한 어조로 힐난했다. 심 대표는 “212억 자산가가 5억 고용보험료를 떼먹어 (해고 노동자들이) 고용안정 기금조차 못 받고 있다”며 “이런 악덕 기업주에게 금배지 달아 준 집권 여당이 이렇게 나 몰라라 하고 있으면 되는가”라고 쏘아붙였다.

이날 연설에 담기지 않았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의혹에 대해서 적극적인 해명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 것도 이같은 의지를 보여준 대목이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지난 13일 “(추 장관은) 당시 민주당 대표로서 본인의 발언과 행동이 어떤 위력으로 다가설지에 대해 숙고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실망스럽기까지 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의당의 비판은 그 자체로 선명성이 부각된다. 과거 ‘데스노트’로 주목을 받았던 것도 이를 방증한다.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종민 부대표는 전날(14일) 토론회에서 “정의당은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대안은 다르게 제시했어야 한다. 그런데 비판도 대안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며 “이것이 정의당의 현재 위기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정의당은 이날 연설에서 민주당이 부담감을 느끼는 진보적 제안들을 쏟아내며 민주당과는 다른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뉴시스

◇ 민주당이 못하는 진보적 제안

정의당이 던지는 진보적 제안도 차별화를 보여주는 지점이다. 과거 진보정당이 ‘무상급식’, ‘무상교육’ 등을 선점하고 이를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대중적 지지를 얻었던 것과는 달리, 최근 정의당은 그런 모습이 사라졌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같은 문제에 직면한 정의당은 선명한 진보적 의제를 띄우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선 정치적 부담감을 느낄 의제들을 주장하며 진보정당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모양새다.

심상정 대표는 이날 연설을 통해 재난 시대에 맞서 대전환을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 4대 과제를 강조했다. ▲방역단계별 ‘코로나 재난 매뉴얼’의 제도화 ▲‘전국민고용·소득보험’ 도입 ▲국민의 기본권 강화 ▲재난극복을 위해 강력한 재정혁신 추진을 주장했다. 

민주당이 선별적 재난지원금을 강조할 때 정의당이 보편적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맞불을 놓은 것도 이런 이유다. 심 대표는 이날 팬데믹 상황이 언제든 재발 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코로나 방역 2단계부터는 ‘전 국민 재난기본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재차 주장했다.

부동산 이슈 등 민주당으로서 역풍을 우려할 수 있는 제안도 거침없는 모습이다. 정의당은 임대인의 피해단계별 임대료 감면 동참을 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말정산시 소득공제로 보상해주면 된다고 덧붙였다. 심 대표는 “방역 전시체제라며 영업의 자유를 제한하고, 시민들에게 소득손실을 강제하면서 임대소득은 왜 보장돼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뿐만 아니라 위기 상황을 대처할 재정혁신 방안으로 ▲상위 1% 부유층에 초 부유세 도입 ▲국회의원 세비 30% 삭감 등의 제안도 쏟아냈다. 21대 국회 입법 과제로 선정한 차별금지법·중대재해 기업처벌법 등의 처리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심 대표는 “재난 속에서도 국가가 안전과 최소한 존엄한 삶을 보장해 줄 거라는 믿음을 국민에게 드리는 것, 그것이 전시 정부와 국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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