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4명, 차량 교체 주기 5년 미만… 수입차 보증기간 3~5년
영국차, 타 브랜드 대비 감가율↑… 1년 만에 30% 이상↓ 차종도

신차는 소비자가 구매한 직후부터 감가가 시작된다. 때문에 일부 차량 교체 주기가 빠른 소비자들은 차량 구매 시 감가상각을 큰 부분으로 고려한다. / 게티이미지뱅크
신차는 소비자가 구매한 직후부터 감가가 시작된다. 때문에 일부 차량 교체 주기가 빠른 소비자들은 차량 구매 시 감가상각을 큰 부분으로 고려한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수입자동차의 판매대수가 전년 대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활개를 치는 가운데에도 수입차 브랜드의 신차 구매 수요는 꾸준한 모습이다. 그러나 이는 주요 브랜드의 활약으로 의한 것으로, 일부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판매량이 전년 대비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 중 하나로 자동차 감가상각을 들 수 있다. 신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은 본인이 원하는 차량을 구매하면서도 향후 중고차로 다시 되팔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과거 엔카닷컴(전 SK엔카) 측이 325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 열 명 중 네 명은 자동차를 구매한 지 5년 이내에 다른 차로 교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K엔카 설문 중 ‘자동차 교체 주기’ 항목에서 ‘3년 이상 5년 미만’을 선택한 응답자들이 28.3%로 가장 많았다. 이어 ‘1년 이상 3년 미만’을 선택한 응답자가 14.5%로 나타나 5년 이내에 자동차를 교체하는 이들은 총 42.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수입차 시장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수입차의 교체 주기가 상대적으로 빠른 이유로는 (브랜드에 따라 다르지만) 무상 보증 서비스 기간이 대부분 3~5년 정도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부품 가격 및 수리비가 상대적으로 비싸 보증기간이 끝나는 시점 또는 보증기간 만료일 도래 전에 차량을 매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보증기간 내에 차량을 중고차 시장에 매물로 내놓을 경우 상대적으로 감가가 적다. 그러나 수입차 브랜드 중에서도 감가상각이 적은 브랜드와 차량이 있는 반면, 동일한 연식·동급 차종임에도 유독 감가율이 크게 책정돼 다시 되팔 때 가치가 낮게 책정되는 차량도 존재한다.

/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국내에서 수입차 중 판매대수 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와 볼보, 렉서스 등의 브랜드 차량을 두고 방어율이 높다고 평가한다. 타 브랜드 차량에 비해 찾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벤츠 인증 중고차 사이트에서 세단 C클래스 차종은 트림에 따라 차이는 보이지만 2017년 최초 등록차량 기준, 현재 거래되는 가격은 약 3,500만원 전후로, 당시 신차 가격 대비 잔존가치가 58~64%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직영중고차 사이트 케이카(K-Car)에서도 비슷한 수준이다.

2018년식 C클래스 하이브리드모델 350e 차량도 중고차 시장에서 4,350~4,800만원에 가격이 형성돼 신차 가격 대비 67~74% 수준을, C200·C220d 등 가솔린이나 디젤 모델도 62~69%의 잔존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2019년식 C클래스는 신차 대비 70~80% 수준의 가격에 거래된다.

벤츠 E클래스도 국내에서는 감가가 적은 차량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17년식 E클래스는 중고차 시장에서 60% 중반대의 잔존가치를 유지했다. 2018년식과 2019년식 E클래스는 신차 판매가 대비 각각 △69~75% △80~90% 수준의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 한국토요타자동차
렉서스가 노재팬 속에서도 판매량을 끌어올리면서 중고차 감가율 방어까지 이뤄내고 있다. / 한국토요타자동차

지난해부터 노재팬 영향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렉서스도 중고차 시장에서만큼은 강자로 통한다. 특히 렉서스 ES300h 차종은 렉서스 인증중고차 사이트에서 2019년식과 2020년식이 5,090~6,100만원 정도에 판매돼 1년에 10% 정도의 감가를 보인다. 케이카에서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렉서스의 준대형 SUV RX도 감가율 방어가 돋보인다. 2017년식 RX 차량은 인증중고차 사이트에서 6,200만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어 출고한지 3년이 지났음에도 75% 이상의 잔존가치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지난 15일에는 엔카닷컴에서 2019년식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잔존가치를 조사한 결과 볼보 XC60 차종이 6,100만원 정도의 시세를 형성해 신차가 6,870만원 대비 89%의 잔존가치를 유지해 최소 감가율을 기록했다.

반면, 재규어랜드로버 차량은 감가율이 크기로 유명하다. 재규어랜드로버 차종은 인증중고차 사이트에서 판매되는 차량도 감가가 타 브랜드에 비해 큰 편이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재규어의 준대형급 세단 XF. 타 브랜드 동급 차종 대비 중고차 시장에서 감가가 큰 편에 속한다. /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재규어 인증중고차의 2018년식 잔존가치는 SUV E페이스·F페이스가 75% 전후이며, 세단 XE·XF는 60~63% 정도다. 단 2년 만에 감가율이 40%에 육박한다. 케이카 직영 중고차로 확대하면 감가는 더욱 커진다. 케이카에서 거래되고 있는 재규어 차량은 2018년식 F페이스가 4,000만원대 초중반으로 신차 가격 7,580만원 대비 56% 수준이다.

재규어 세단 XE는 2017년식이 잔존가치가 50%보다 낮은 수준이며, XF는 2019년식 모델이 4,000만원대 중반 수준에 거래가 되고 있다. XF는 준대형급으로 벤츠 E클래스와 동급이다. 신차 가격도 6,500만원 전후에 판매되지만, 단 1년 만에 30% 이상의 감가를 기록한 모습이다.

랜드로버는 차종에 따라 감가가 크게 차이 난다. 1억원을 호가하는 대형 SUV는 3년이 지난 2017년식 차종임에도 신차 가격 대비 잔존가치가 70~80%를 유지해 감가가 적은 편이다.

그러나 랜드로버 브랜드 내에서 엔트리급 차종인 디스커버리 스포츠와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감가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식 디스커버리 스포츠 2.0 TD4 HSE 트림은 인증중고차 사이트에서 4,000만원에 판매되는데, 2018년 당시 신차 가격은 7,020만원으로 단 2년만에 43%나 감가가 이뤄졌다.

이보크는 2018년식 2.0 TD4 SE 트림이 4,900만원, 2.0 TD4 HSE 다이나믹 트림이 6,900만원 수준이다. SE 트림은 신차 값이 6,950만원으로 30% 정도 감가가 이뤄졌으며, HSE 트림은 8,720만원 대비 21% 감가가 이뤄졌다.

한국닛산
한국닛산이 지난 5월 국내 철수를 발표한 후 재고 차량을 1,000만원 이상 할인 판매하고 나서 중고차 시장에서 닛산과 인피니티 차량의 시세가 무너져 내렸다. 닛산 알티마. / 한국닛산

닛산·인피니티 차량도 감가가 크다. 이는 최근 더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지난 5월말 한국닛산이 한국 시장에서 브랜드 철수를 발표하면서 재고를 떨이로 처분하는 바람에 감가가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닛산과 인피니티 차량은 중고차 시장에서 매물을 찾기도 쉽지 않다.

닛산 알티마와 맥시마는 2017년식이 1,000만원 중반대에 거래되고 있으며, 2018년식 알티마도 1,600~1800만원에 매물이 등록돼 있다. 단 2년 만에 차 값이 신차 가격 3,260만원(SL트림)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케이카에 인피니티 차량은 2017년식 이후 매물로 Q30S가 있다. 해당 차량은 현재 1,80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으며, 이는 당시 신차가격 △프리미엄 3,820만원 △익스클루시브 4,310만원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신차 감가상각은 차량 구매 후 1년 동안 약 20% 정도 떨어지고 이후 2년째 16%, 3년째에 14%, 4년째에 10% 정도 복리로 하락하는 게 보통”이라며 “신차 구매 후 3년이 경과했다면 그 차량의 잔존가치는 절반 수준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차량의 감가가 크다고 알려진 재규어랜드로버의 경우 서비스센터 수를 비롯한 전반적인 서비스 부분이 미흡하다고 업계에 알려져 있으며, 이러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측의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닛산과 인피티니티는 한국시장 철수를 발표한 이후 서비스 문제가 대두되면서 중고차 시장에서 찾는 이들이 줄어드는 추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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