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짧아지고 계절이 바뀌며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문구가 어울리는 날씨가 다가왔다. 문화체육관광부나 지방자치단체들도 9월은 ‘독서의 달’로 지정하고 관련 행사를 통해 책읽기를 장려해왔다. 그러나 전세계를 덮친 코로나19로 인해 ‘독서의 계절’도 다른 모습을 맞은 듯하다. 코로나 속에서 비대면 독서 행사가 생겨났고, 도서출판업계는 격변을 앞두고 있다. 또 집 안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책읽기에 집중하게 된 사람들도 존재했다. <시사위크>는 감염병 시대의 독서문화와 그 여파에 대해 알아보았다. [편집자주]

코로나19 사태가 우리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사람들 중 일부는 책장에서 잊혀진 책을 꺼내거나 온라인으로 도서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사태가 우리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사람들 중 일부는 책장에서 잊혀진 책을 꺼내거나 온라인으로 도서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우리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대부분의 시민들은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에 수많은 여가 중 독서를 선택한 사람들도 생겨났다. 반면 비대면으로 책을 구입하는 경향이 늘며 대형 오프라인 서점에 손님이 줄어드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 달라진 ‘독서의 달’ 행사

매년 9월은 ‘독서의 달’로 문화체육관광부·지방자치단체 및 문화계 주최로 많은 행사가 열린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행사의 양상도 달라졌다. 코로나19 국면이 장기화되는 상황이지만, 온라인 생중계로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또 이전에는 독자들이 작가와 직접 대면하는 경험을 중시했다면, 온라인 생중계는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매년 개최되던 ‘대한민국 독서대전’도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았다. 올해 제주시 주관으로 열린 독서대전의 모든 일정이 비대면 행사로 진행됐다. 각종 공연·강연이 온라인으로 생중계(무관중) 됐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은 이달 14일부터 유튜브 채널 ‘알라디너TV’를 통해 이길보라, 장기하, 황효진, 장강명 작가 등 다양한 저자들의 라이브 북토크를 중계했다. 조선아 알라딘 마케팅팀 차장은 라이브 생중계에 대해 “처음엔 라이브 송출을 부담스러워하던 출판사나 작가들 역시 오히려 독자들과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는 창구로 라이브 방송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기존의 오프라인 작가와의 만남이 주로 서울 지역에서만 한정되어 있어 지방의 독자들이 소외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며 “라이브 방송을 통한 저자와의 만남으로 지방은 물론 해외에 거주하는 독자들까지 참여가 가능하고 참여 인원에 대한 제한도 없어 더욱 다양한 독자들을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이 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성인의 종이책 구매처의 변화. 성인이 인터넷 서점에서 종이책을 구매하는 비율이 지난해에는 30%까지 올라갔다. /그래픽=이현주 기자
성인의 종이책 구매처의 변화. 성인이 인터넷 서점에서 종이책을 구매하는 비율이 지난해에는 30%까지 올라갔다. /그래픽=이현주 기자

◇ 도서 구매·대출도 비대면

코로나의 유행으로 본의 아니게 ‘집콕’을 하게 된 이들이 선택하는 여가는 무엇일까. 많은 이들은 넷플릭스, 유튜브 등의 영상 시청이나 홈트, 홈쿡 등을 생각하지만 야외 활동이 줄어들면서 독서를 선택한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달 9일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실시된 8월 30일부터 9월 6일까지 전자책 단말기 등 태블릿 매출이 전월 동기 대비 117% 증가했다. 책을 읽을 때 사용하는 탁상용 조명 매출은 46%, 책꽂이와 책장도 각각 44%, 40% 더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아용 책 매출이 145%로 급증했고, 사회와 인문 분야 도서 매출은 각각 137%, 97% 늘어났다.

또 교보문고의 ‘2020년 상반기 도서판매 동향 및 베스트셀러 분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다른 여가 활동이 크게 위축된 결과 전체 도서의 판매 권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6% 증가했다. 야외활동이 위축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실제로 사회적 거리두기의 여파로 집에 있으면서 책을 선택한 정모(30·여·부천시) 씨는 “집에 있다 보니 책을 읽게 됐지만, 코로나 때문에 도서관도 안 여는 상황이라 주로 시립도서관에서 운영하는 e북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또 안산시에 사는 최모(32·여) 씨는 지하철역에 설치된 스마트도서관을 주로 이용한다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책을 읽으려는 시도를 하게 됐다. 어제도 배우자가 책을 빌려와서 읽더라”고 전했다. 고양시에 거주하는 이모(26·여) 씨는 “집에서 할 수 있는 것 중에 거창한 걸 하긴 어려워서 책읽기를 선택했다”며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 책장을 구경하다가 한두 권씩 읽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비대면 소비가 강세를 보이며 교보문고의 온라인 매출이 전체 매출의 56.3%를 차지해 오프라인 매출을 앞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문체부가 실시한 <국민독서실태조사>에서 ‘성인의 종이책 구매처’ 통계(2011~2019년)를 살펴보면,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는 비율이 8년 사이 12.2% 증가했다. 대형서점에서 책을 구매하는 비율은 거의 비슷했지만 동네서점 구매율은 크게 떨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로 비대면 소비가 활발해지며 온라인 매출이 증가하는 속도가 가속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 사태 이후 오프라인 서점을 찾는 빈도가 줄어들었다. 감염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 사진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 중인 이달 16일 오후 광화문 인근 서점의 모습. /사진=서예진 기자
코로나 사태 이후 오프라인 서점을 찾는 빈도가 줄어들었다. 감염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 사진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 중인 이달 16일 오후 광화문 인근 서점의 모습. /사진=서예진 기자

◇ 코로나 이후의 독서

앞서 언급된 ‘코로나로 독서 시간이 늘었다’는 이들에게 ‘코로나 국면이 끝나도 독서를 할 것 같은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최씨는 “코로나가 끝나면 못 갔던 여행도 가고 맛집도 가고 싶은데, 그러면 독서에 할애했던 시간이 줄어들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이씨도 “코로나가 얼마나 갈 지는 모르겠지만 습관화라는 게 시간을 오래 들여야 하는 것 아니냐”며 “예전 일상이 너무 그립기 때문에 지금만큼 독서를 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반면 정씨는 “책은 읽겠지만 도서관 출입 대신 이번 기회에 알게 된 e북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것 같다”며 “다만 도서관에서 이용할 수 있는 e북 서비스가 적은 게 아쉽다. 앞으로 이런 서비스가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사실 독서는 관심으로부터 출발한다. 이 같은 결과는 문체부 여론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문체부는 성인 6,000명을 대상으로 ‘나의 독서 생활화에 필요한 것의 우선순위’(국민독서실태조사)에 대해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선택한 항목은 ‘책과 독서에 대한 관심’(23.8%) 이었다. ‘읽고 싶은 좋은 책’(21.2%), ‘책을 읽기 위한 마음의 여유’(19.6%), ‘책에 대한 정보와 추천’(15.4%)이 그 뒤를 이었다. 의외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11%)은 다섯 번째에 속했다. 이 설문은 독서를 위해서는 ‘책과 독서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같은 통계의 결과와 시민들의 대답이 바로 도서출판업계가 현재 고민하는 지점이다. 집안에 있는 시간이 늘어 일시적으로 독서에 관심을 가졌지만, 이 추세가 그대로 이어질 것인지는 미지수다. 코로나 이후에도 시민들의 관심을 독서로 돌리기 위해 도서출판업계는 사태가 진정된 후 다양한 고객 참여형 행사를 적극 진행해 시민들이 책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다만 도서출판업계도 출판 트렌드에 대한 통찰이 필요해 보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비대면의 편리함을 알게 된 시민들이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비대면 콘텐츠 개발이나 집에서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는 홈쿡·홈카페·홈인테리어, 혹은 불황으로 인한 재테크나 자기관리 서적 등의 개발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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