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여권 86세대를 겨냥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모두가 평등하고 존엄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위해서라면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싸우겠다던 그 뜨거운 심장이 어째서 차갑게 식어버린 것입니까.”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의 86세대를 향해 일성을 던졌다. 불평등이 만연한 시대에 민주화를 열었던 세대가 기득권이 돼버린 것을 아쉬워하면서다.

장 의원은 지난 16일 정기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저는 1987년생이다. 제가 태어난 해인 87년 민주화가 이뤄졌다”며 “그때 독재 타도를 외치며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여러 의원님들을 포함한 모든 분들 덕분에 우리는 대통령 직선제라는 소중한 제도적 민주주의를 달성할 수 있었다”라며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그 거대하고 두려운 벽을 마주하면서도 맞서 싸우는 것이 옳기 때문에, 정의롭기 때문에 자신의 젊음을 아낌없이 불태우셨을 것”이라며 “그 두려움은 시대를 온몸으로 살았던 여러분만이 아는 두려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장 의원은 곧 “저는 다른 두려움을 안다”라며 “무한한 경쟁 속에 가루가 되어버릴 것 같은 두려움, 온갖 재난과 불평등으로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끝까지 지켜줄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 누구를 타도해야 이 두려움이 사라지는지 알 수 없는 두려움”이라며 현 시대의 문제점을 거론했다. 

장 의원은 정치권의 주역이 된 86세대가 변화의 동력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2017년 ‘이게 나라냐’를 외치며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을 때 많은 시민들은 기대에 부풀었다”며 “민주화 주인공들이 민주적인 방식으로 권력을 잡을 때 그 권력이 지금껏 우리 사회의 케케묵은 과제들을 깨끗이 청산하고 마주한 도전들에 용감히 부딪쳐갈 것이라고 기대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것은 한때 변화의 가장 큰 동력이었던 사람들이 어느새 기득권자로 변해 변화를 가로막고 있는 존재가 되어버린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여권에서 부모 특혜, 부동산 문제, 성 추문 등이 연이어 불거지는 데도 이를 옹호하고 감싸기에 급급한 모습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대해 장 의원은 “모두가 평등하고 존엄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위해서라면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싸우겠다던 그 뜨거운 심장이 어째서 차갑게 식어버린 것인가”라며 “더 나쁜 놈들도 있다고, 나 정도면 양반이라고 손쉬운 자기합리화 뒤에 숨어서 시대적 과제를 외면하는 것을 멈추라”고 호소했다.

87년생 의원의 일침에 정치권에서도 울림이 있는 분위기다. 김상희 국회부의장은 장 의원의 질의가 끝나자 “87년생 장혜영 의원님 정말 잘 하셨다”고 화답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가 민주당 586그룹은 아니지만, 87세대이기 때문에 장 의원의 호소를 보고 울림을 느꼈다”며 “잠시나마 제게 성찰의 시간을 주신 장 의원께 감사드린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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