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핫트랙스가 오교철 신임 대표를 맞으며 독자 경영의 길에 나선다. / 교보문고
교보핫트랙스가 오교철 신임 대표를 맞으며 독자 경영의 길에 나선다. / 교보문고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지난 30여 년간 묵묵히 국내 음반 시장을 지탱하고 있는 교보핫트랙스가 체질 개선을 예고하고 나섰다. 교보문고의 서브에 머물렀던 한정된 역할에서 벗어나 디지털 플랫폼으로의 대전환에 시동을 걸고 있다. 

◇ ‘딸린 식구’ 설움 떨쳐낸 첫 적자

교보핫트랙스가 독자 경영의 길에 나선다. 교보핫트랙스는 최근 오교철 신임 대표이사를 새 수장으로 맞으며 포스트 코로나 대응에 본격적으로 나설 채비를 마쳤다. 

전임 대표이사들과 마찬가지로 교보생명 출신인 오 대표는 교보핫트랙스만을 전담하며 뚜렷한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 ‘문고출신 1호 사장’이었던 김성룡 전 대표를 포함해 교보핫트랙스는 지금까지 교보문고 대표가 겸임을 맡는 게 ‘전통’이었다. 교보핫트랙스의 오프라인 매장이 숍인숍 형태로 교보문고와 함께 운영되는 특성을 고려해 겸임 체제를 유지해 왔다.

이는 또 교보문고의 자회사(100%)로서 엄연히 별도 법인으로 운영되는 사업체인 교보핫트랙스의 역할이 평가절하 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남긴다. 굳이 전문 경영인을 따로 둬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만큼 사업의 전문성과 회사 비전 등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말이다.

일본과 달리 음반, 영화 BD(블루레이디스크) 등의 컨텐츠를 구매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지 않은 척박한 국내 환경에서 한 길을 걸어온 교보핫트랙스가 마침내 ‘딸린 식구’의 설움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교보핫트랙스는 위기에 처하고서야 독자경영의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됐다. 지난 2016~ 2017년 2년 사이에만 20곳에 가까운 신규 매장을 열어 매출 자체는 늘었지만 여전히 투자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교보핫트랙스는 26억원의 영업손실을 남기며 실적 공시가 이뤄진 지난 1999년 이후 첫 적자를 기록했다. 원가율과 판관비율 등이 증가해 경영 효율성이 훼손을 입었다.

아트박스, 텐바이텐 등 팬시 및 디자인 제품 판매처들이 온라인 경쟁력을 키워 호실적을 거둔 것과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교보핫트랙스도 뒤늦게나마 교보정보통신 CEO를 역임한 오 대표를 통해 온라인 플랫폼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부채비율도 374%까지 늘어나 재무 안전성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가 발생해 경쟁사 대비 오프라인 의존도가 높은 교보핫트랙스에 강한 위기의식을 불러오고 있다. 실제 코로나19 확진자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 3월 교보핫트랙스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40%가량 빠졌다. 자칫 교보문고의 걸음에 맞춰 점포를 늘렸던 공격적 행보가 패착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교보핫트랙스 관계자는 “문고와 핫트랙스 두 회사가 취급하는 재화의 특성을 고려해 단독 체제를 갖추게 됐고 이를 통해 경쟁력 제고에 힘쓸 수 있게 됐다”면서 “전임자인 박영규 교보문고 대표가 핫트랙스 이사회 의장직을 맡는 등 양산간 협력 체제는 유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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