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역화폐 관련 연구 보고서를 발표한 ′조세재정연구원′을 연일 비판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연일 ‘지역화폐’를 두고 맹공을 퍼붓고 있다. 조세재정연구원의 연구 보고서를 두고 ‘얼빠진 국책기관’이라고 표현했고, ‘적폐’라는 말까지 꺼냈다. 그러나 이 지사의 거침없는 행보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역풍의 조짐도 피어나는 분위기다.

이 지사는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세연을 향해 ‘얼빠진 국책연구기관’이라고 비판했다. 조세연이 지역화폐가 '실효성이 없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낸 이후다. 이 지사는 보고서의 문제로 ▲정부의 핵심정책을 전면 부인 ▲현재 시기와 동떨어진 2010~2018년이 연구대상 ▲2년 전까지 연구 결과를 지금 내놓음 ▲골목상권‧영세자영업자 진흥이라는 정부 정책목표 부인 ▲ 다른 국책연구기관의 결과와 상반 등을 지적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 지사에게 힘을 실어 줬다. 김 원내대표는 전날(17일) “지역화폐가 코로나 상황에도 지역경제 활성화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며 “코로나 상황이 아니었을 때도 골목 상권을 포함해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됐다는 걸 현장에서 목격했다”고 옹호했다. 그러면서 그는 “민주당과 정부는 내년도 예산에서 지역사랑 상품권의 발행 규모를 15조원대로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지사는 18일 조세연을 맹비난했다. 그는 이날 YTN 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지역화폐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고, 현 정부에서 대폭 확대하는 정책 중 하나”라며 “객관적 데이터에 따라 객관적 연구결과를 내야 하는데, 내용도 문제인데다가 정치적 개입 같은 의문을 갖게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연구라고 보기보다는 우리가 자주 이야기하는 청산해야 할 적폐 행위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앞선 비판에 대해선 ”표현이 조금 과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지만, 자세를 굽히지는 않았다.

◇ ‘이재명표 정책’ 지키기

‘기본소득’과 ‘지역화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상징적 정책으로 평가된다. 이 지사가 강력하게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 정치권의 일반적인 견해다.

이 지사는 2016년 성남시장 재임 당시 기본소득의 일환인 ‘청년 배당’을 시행한 바 있다. 올해 초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시기에는 전국 최초로 ‘전 도민 기본소득’을 시행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란 비판이 거셌지만, 추진력을 보여주며 인기를 얻었다.

최근 2차 재난지원금을 두고 정부·여당과 다른 목소리를 낸 것도 이런 이미지를 굳히는 계기가 됐다. 정부가 선별지원 방침을 고수하자 이 지사는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나아가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원망과 배신감이 불길처럼 퍼져가는 것이 제 눈에 뚜렷이 보인다”고 적기도 했다. 

이 지사가 ‘경기도식 재난지원금’을 발표한 뒤 조세연의 이같은 연구 결과가 나와 더욱 발끈한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지난 9일 ‘추석 경기 살리기 한정판 지역화폐’를 발표했다. 경기지역화폐 충전 시 지급하는 10%의 기본 인센티브에 15% 인센티브를 추가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조세연의 연구는 6일 후인 지난 15일 발표됐다. 이 지사는 “정부가 채택해 추진 중인 중요정책에 대해 이재명의 정책이라는 이유로 근거 없이 비방하는 것이 과연 국책기관으로 온당한 태도인지 묻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자신의 정책을 부각하며 대권 후보로서 입지 다지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대선 주자로서의 위치를 각인시키기 위한 것일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비판에 대해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확산되는 형국이다. /뉴시스

◇ 정치권 확전에 역풍도

하지만 역풍도 만만치 않다.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도 비판이 새어 나오며 확전 양상이 되고 있다. 특히 학문적 연구 결과를 비난한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주진형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국책연구기관이라고 해서 정부의 정책에 비판적인 이야기를 할 수 없다는 말을 하는 것인지 질문하고 싶다”며 “이렇게까지 발끈하는 것을 보면 그릇이 작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이어 “누가 읽어봐도 대단하게 억지스러운 주장을 한 것이 아니다. 연구하는 사람 입장에선 그 정도까지는 이야기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국민의힘 역시 이날 논평을 통해 “생각이 다르다고 적폐로 몰아가는 것은 연구원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또한 전날(17일) 페이스북에 “전문가들의 입을 막으려는 듯한 언행은 토론이 아니다”라며 “(연구결과가) 마음에 안 드실 수도 있고, 반박할 수도 있지만 ‘조사와 문책’이라니. 어떤 경우에도 ‘답정너’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학계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연구결과를 보다 더 나은 정책의 밑거름으로 삼기 위해 대화와 토론을 하는 것이 아닌 특정 이익과 정치 세력을 옹호한다고 단정 지으며 적폐로 규정하고 선동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그렇게 치를 떨며 극복해 낸 군사 독재식 폭력정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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