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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인터뷰] 신민아, 기다림은 헛되지 않았다
2020. 09. 21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배우 신민아가 영화 ‘디바’(감독 조슬예)로 오랜만에 스크린에 돌아왔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배우 신민아가 영화 ‘디바’(감독 조슬예)로 오랜만에 스크린에 돌아왔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완벽한 변신이다. 사랑스럽고 밝은 모습 대신 서늘하고 광기 어린 모습으로 스크린을 장악한다. 한층 깊어진 연기는 물론,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새로운 얼굴로 관객을 매료한다. 영화 ‘디바’(감독 조슬예)로 돌아온 배우 신민아를 두고 한 말이다. 기다림은 헛되지 않았다.

신민아는 오는 23일 개봉하는 영화 ‘디바’로 관객과 만난다. 2014년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이후 무려 6년 만이다. ‘디바’는 다이빙계의 디바 이영(신민아 분)이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한 후, 잠재됐던 욕망과 광기가 깨어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미스터리 스릴러. 극 중 그는 내면에 욕망과 광기를 숨기고 있는 다이빙 선수 이영을 연기했다.

오랜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신민아는 긴 공백기가 무색할 정도로 흠잡을 데 없는 열연을 펼쳤다. 실제 선수 못지않은 고난도 다이빙 실력부터 성공을 향한 열망과 집착으로 광기에 잠식돼가는 이영의 복잡한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내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신민아는 그동안 한 번도 보지 못한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면서,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했다. 주로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사랑스러운 이미지로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 온 신민아는 배우로서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며 앞으로의 행보를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1998년 패션잡지 모델로 데뷔한 뒤 드라마 ‘아름다운 날들’(2001)로 연기 활동을 시작, 배우로 20년을 살아온 신민아는 여전히 연기에 대한 설렘과 열정을 간직하고 있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화상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시사위크>와 만난 신민아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과 열정은 항상 똑같았다”며 배우로 살아온 시간을 되돌아봤다.

‘디바’에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신민아.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디바’에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신민아.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그중에서도 ‘디바’는 그의 필모그래피에 의미 있는 작품으로 남을 듯하다. 온몸을 던져 완성해낸 작품이기 때문이다. 신민아는 ‘디바’를 두고 “살점 같은 영화”라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오랜만에 스크린에 돌아왔는데, 굉장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기분이 어떤가.
“떨리기도 하고 ‘디바’가 찍으면서 많이 애착이 갔던 작품이라 설레는 마음도 크다. 그동안 안 해봤던 역할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그래서 ‘디바’ 시나리오 자체가 반가웠고 귀했다.  더 열심히 준비하고, 임했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이영의 감정에 공감이 많이 됐는데, 영화에 잘 담긴 것 같더라. 이영의 감정을 표현한 부분에 대해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하다.”

-이영의 숨겨진 욕망과 광기가 점진적으로 쌓여 결국에는 폭발하게 되는데, 그 과정을 담아내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어려웠다. 자칫 잘못하면 과해 보이거나 가짜로 보일 것 같았다. 이영의 마음에 공감하지 못하면 거짓처럼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걱정 때문에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이영의 폭발하는 감정의 방점을 어디에 둘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영의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이 몇 군데 있는데, 조금 더 표현해야 하지 않나 생각하면서 촬영을 했었다. 그런데 다행히 많은 분들이 표정이나 눈빛만으로도 이영의 감정을 느껴준 것 같아, 공감을 받을 수 있겠다 생각했다.”

-수영복을 전투복처럼 입었다고.
“아무래도 수영복을 입고 촬영을 할 때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 굉장히 예민한 감정들을 다루고 있는데 시선이 수영복으로 가면 부끄러운 걸 떠나 흐름이 깨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촬영할 때 제작진이 그런 시선이나 앵글로 찍을 생각이 전혀 없다고, 수영복은 전투복이라고 생각하자 해서 안심하고 편하게 찍을 수 있었다. 찍다 보니 어느 정도 익숙해지더라. 수영장에서 찍는 장면들이 많았고, 수영복이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

-이영의 어떤 감정에 특히 공감했나.
“이영이 수진에 대한 원망을 하게 되잖나. 그러면서 자기를 처절하게 만들고, 자기를 망가뜨리는 지점들이 있는데, 나 역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생각하면 나 자신을 바닥으로 몰아넣는 순간들이 있었던 것 같다. 이영이 수진을 통해 느끼는 감정들은 되게 복잡하면서 미묘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건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내가 경험해봤던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지점에서 이영이 이해가 됐고 공감이 간다고 생각했다.”

신민아가 ‘디바’를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신민아가 ‘디바’를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스포츠는 순위가 매겨지며 경쟁하는 시스템이다. 연예계도 비슷한 지점이 있는데, 이영처럼 누군가를 보며 질투나 시기의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나.
“운동선수처럼 적나라한 순위를 통해 디테일하게 평가하진 않지만, (연예계도) 시청률과 관객 수로 제일 처음 평가받지 않나. 그런 면에서 비슷한 면이 있다. 그리고 스스로 그 순간을 이겨내고 해내야 끝나는데, 나 역시 연기를 함에 있어서 스스로 해내야 하는 부분들이 있다. 마음가짐과 정신력, 경험 등 여러 요소들이 다 맞춰져야 표현할 수 있는 점이 굉장히 비슷하다고 생각했고, 공감이 많이 됐다. 질투나 부러움, 시기의 감정들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았으면 하는 감정이지만,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 역시 너무 멋지게 해내는 배우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나도 저렇게 표현하고 싶다는 마음들을 늘 갖고 있다. 되게 보편적인 감정이 아닐까 싶다.”

-여성 중심 서사에다 여성 제작진과 함께 한 보기 드문 작품이었는데, 어땠나.
“어떻게 하다 보니 제작사 대표님과 감독님, 촬영감독님 그리고 두 배우까지 다 여성이었다. 모두 훌륭한 분들이었다. 요즘 각 분야에서 훌륭하게 해내는 분들이 여성이 많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됐고, 이제는 여성영화라는 이야기가 무색할 정도로 시대가 변한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익숙해하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시대가 온 것 같다. 그 안에서 내가 이 작품을 이러한 시기에 할 수 있게 돼서 감사하고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여성 중심의 상업영화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반가운 마음이 있었다.”

-스크린 컴백은 무려 6년 만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사실 그렇게 오랜 공백기를 갖고 싶지 않았는데, 연이 안 닿았던 것도 있고 많은 기회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내가 원하는 작품과 내가 할 수 있는 작품의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오랜만에 ‘디바’라는 시나리오를 보게 됐고, 또 오랜만에 하고 싶은 마음이 큰 작품이라서 하게 됐다. 이렇게 오래 걸릴진 몰랐는데 어느새 6년이 지났더라.(웃음)”

-원하는 작품과 할 수 있는 것의 차이를 언급했는데, 어떤 작품이 하고 싶었나.
“그동안 많이 했던 것과 비슷한 결의 연기가 지루할 수도 있지 않나. 그런 면에서 안 해봤던 작품이나 왠지 모르게 끌리는 것을 하고 싶었다. 끌렸던 작품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새로운 것들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예전에 했던 비슷한 결의 제안이 들어오면 아무래도 꺼려지는 부분이 있다. 그런 면에서 기회가 많이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30대 여성이 할 수 있는 작품이 한동안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디바’가 적절한 시기에 내게 주어진 게 인연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디바’는 배우 신민아에게 여러모로 의미 있는 작품으로 남을 것 같은데.
“‘디바’는 살점 같은 영화다.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내가 온몸으로 표현해보고 싶었던 작품이었다. 그래서 나에게는 그냥 피붙이 같은 영화다.”

어느덧 연기 인생 20년을 맞은 신민아.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
어느덧 연기 인생 20년을 맞은 신민아.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

-어느덧 데뷔한지 20년이 넘었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 어떤가.
“20이라는 숫자를 들을 때마다 너무 깜짝 놀란다(웃음). 일을 하면서 연기를 하고 싶어 했던 열정은 계속 비슷했던 것 같다. 계속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오랫동안 같은 일을 해왔음에도 지루함을 아직까지 느끼지 못한 점이 너무 감사하다. 연기를 하는 배우라는 직업이 재밌기도 하고, 캐릭터 혹은 작품에 대한 갈증이 있어서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런 과정이 계속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안 해봤던 것을 할 때 두려움과 기대감이 있는데, 그 과정이 굉장히 재밌다. 결과와 상관없이 현장이 즐겁다. ‘디바’도 메이킹 영상을 보면, 굉장히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되게 밝게 웃고 있더라. 즐겼구나 싶었다. 늘 재밌게 받아들이려고 하는 것이 오래 연기할 수 있는 힘이 된 것 같다. 앞으로도 이런 나의 마음 상태가 더 유지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꾸준히 기부 활동도 해오고 있는데.
“정말 좋은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부분이 있었다. 예전에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는데,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시고 기부 얘기를 많이 하면서 본인도 기부를 하고 싶다는 좋은 마음들을 나누고 있다고 하더라. 그런 점에서 기쁘게 생각한다. 나도 그런 활동을 통해 좋은 기운을 많이 받는 것 같다.”

-최근 신민아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굉장히 많이 벌어지고 있지 않나. 그래서 더욱 정말 소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고 있다. 개봉할 수 있는 상황도 감사하다. 장마도 길고, 날씨가 정말 안 좋았는데 최근 날씨가 좋으니까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 좋음이 있더라. 오늘도 날씨가 너무 좋아서 행복하다고 느끼면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