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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소리도 없이’ 매료시킬 유아인‧유재명의 첫 앙상블
2020. 09. 21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배우 유재명(왼쪽)과 유아인이 영화 ‘소리도 없이’(감독 홍의정)로 만났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배우 유재명(왼쪽)과 유아인이 영화 ‘소리도 없이’(감독 홍의정)로 만났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강렬한 캐릭터 설정과 아이러니한 스토리 구조, 독특한 미장센까지. 그동안 보지 못한 신선한 범죄 영화의 탄생을 예감하게 한다. 충무로 대표 연기파 배우 유아인과 유재명이 폭발적인 시너지를 예고, 기대를 더한다. 영화 ‘소리도 없이’(감독 홍의정)다.

21일 영화 ‘소리도 없이’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으로 진행된 가운데, 연출을 맡은 홍의정 감독과 배우 유아인‧유재명이 참석해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소리도 없이’는 납치한 아이를 맡기고 죽어버린 의뢰인으로 인해 계획에도 없던 유괴범이 된 두 남자의 위태로운 범죄 생활을 그린 작품이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SF 단편 ‘서식지’로 호평을 받은 신예 홍의정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소리도 없이’는 묵묵하게 범죄 조직의 뒤처리를 하며 근근이 살아가던 태인(유아인 분)과 창복(유재명 분)이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모든 것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는 이야기로, 독특한 캐릭터 설정과 아이러니한 사건을 통해 기존 범죄물과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할 전망이다.

배우들의 마음을 빼앗은 것도 강렬한 이야기다. 유아인은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아주 놀랐다. 쇼킹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며 “아주 일상적이고 우리에게 익숙할 법한 이야기를 어떻게 이렇게 조합을 해서 마음을 자극하는지 생각하며 시나리오에 강하게 이끌렸다”고 말했다. 

유아인이 강렬한 이야기에 끌려 작품을 택했다고 밝혔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유아인이 강렬한 이야기에 끌려 작품을 택했다고 밝혔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이어 그는 “포스터를 보면 옛날 영화 같은 느낌이지만, 동시대적인 영화”라며 “우리가 많은 사건과 상황을 접하고, 뉴스를 접하면서 뭐가 옳고 그른지, 무엇이 선이고 악인지 나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에 묵직한 울림을 던지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이 작품에 임하게 됐다”고 ‘소리도 없이’를 택한 이유를 밝혔다.

유재명 역시 “시나리오를 읽는 순간 묘한 경험을 했다”며 “풍부하기도 하고 상징성도 강하고 담백하면서도 강렬하기까지 했다”고 회상했다. 또 그는 “정말 행복한 경험을 했다”며 “이런 작품에 나에게 들어왔다는 것 자체가 좋고 행복했다”면서 작품을 향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늘 새로운 행보로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유아인은 ‘소리도 없이’에서 범죄 조직의 소리 없는 청소부 태인을 연기한다. 극 중 어떤 이유 때문인지 말을 하지 않으며 범죄 조직의 뒤처리를 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인물이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대사가 없는 연기에 도전한 유아인은 인물의 감정 변화를 표정과 눈빛, 몸짓만으로 표현한다.

유아인은 태인에 대해 “사실상 범죄자이지만, 밉지 않고 악의가 느껴지지 않는 인물”이라며 “성실하게 묵묵히 자기 일을 해내는 친구다. 실질적으로 하고 있는 행위와 인간적인 본성이 묘한 밸런스를 이루며 전체적인 캐릭터가 형성됐다. 그래서 쉽게 판단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판단하는 세상의 악이나 부정적인 것, 누군가의 악행 그 이면에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있을지 상상하게 만드는 인물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사가 없는 인물을 연기한 것에 대해서는 “편한 부분도 있었지만, 한편으론 도전이기도 했다”며 “굳이 표정이나 눈빛으로 많이 표현하려고 노력하진 않았고, 그냥 상황에 대응하는 형태로 존재하려고 했다. 살도 찌우고 외모도 변화시키려 했다”고 말했다.

첫 장편 연출작으로 관객과 만나는 홍의정 감독.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
첫 장편 연출작으로 관객과 만나는 홍의정 감독.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

태인을 말이 없는 인물로 설정한 것은 홍의정 감독에게도 도전이었다. 홍 감독은 “대사가 없어 현실적인 디렉션을 하기 힘들었다”며 “관념적인 말들로 설명했다. 예를 들어 ‘영역을 침범당한 고릴라’처럼 해달라고 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유아인의 소화력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홍 감독은 “정말 이상한 제안을 했을 때 그것이 어색하지 않게 (유아인이) 하나하나 소중하게 받아줘서 편하게 얘기할 수 있었다”며 유아인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또 홍의정 감독은 “유아인이 굉장히 독특하고 자기주장 강한 배우라고 소문을 들었는데 정말 독특하고 자기주장이 강했다”고 유아인과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그러더니 “그런데 그런 사람이면 불편하고 긴장돼야 하는데, 할 말 못 할 말 다 할 수 있었다”며 “독특하면서도 편하게 흡수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는 균형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모르겠다. 처음 보는 유형의 인간”이라고 말했다. 

유아인도 홍의정 감독과의 작업에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홍 감독에 대해 “특이하고 독특한 사람”이라며 “그냥 잘하고 능력 있고 (영화를) 잘 만들고 사람을 홀리는 나쁜 놈이 많은데, 홍 감독은 그 능력을 조금 좋게 써줄 분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태도를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작업에 임하는 분”이라고 극찬했다.

범죄 조직의 신실한 청소부 창복 역은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배우 유재명이 분한다. 계획에도 없는 유괴범이 돼버린 아이러니한 창복의 상황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는 것은 물론, 태인을 연기한 유아인과 역대급 연기 앙상블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소리도 없이’에서 범죄 조직의 신실한 청소부 창복 역을 맡은 유재명.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소리도 없이’에서 범죄 조직의 신실한 청소부 창복 역을 맡은 유재명.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유재명은 창복을 두고 ‘착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스스로 복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밥을 먹을 수 있고, 누울 수 있는 공간도 있다는 것에 대해 항상 감사해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기도하면서 성실하게 해낸다”고 소개했다. 이어 “창복은 먹기 살기 위해 범죄에 가담했지만, 생활력도 강하고 신앙심도 깊은 인물”이라며 “나쁜 일을 하는 착한 사람이라는 독특한 설정이 흥미로웠다”고 덧붙였다.

유아인과의 호흡에도 만족감을 드러내 기대감을 높였다. 유재명은 유아인과 처음으로 연기 호흡을 맞춘 것에 대해 “‘잘 맞는 것 같아’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유아인을) 팬의 입장에서 설레며 만났는데 술도 한잔 하고, 이야기를 나눌수록 너무 재밌고 자유로운 사람이더라”면서 “새로운 경험이었다. 동료로서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며 웃었다.

유아인 역시 유재명에 대해 “삼촌 같기도 하고 아빠 같기도 하고 형 같기도 했다”며 “나이 차이가 나는 선배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불편함 없이 친구처럼 대해주셨다. 아주 특별했다”고 화답해 훈훈함을 안겼다.

이날 유아인과 유재명은 ‘소리도 없이’를 한 문장으로 소개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먼저 유아인은 “소리도 없이 관객들의 삶에 스며들 영화”라며 제목을 이용해 재치 있는 소개를 완성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요란하지 않게 삶 속에서 계속 떠오를만한 이야기를 전하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기대감이 있다”고 전했다. 

유재명은 “‘봄날의 낮술’ 같은 영화”라며 “어제 낮술을 마셨는데 좋더라. 자유로워지고, 날씨도 너무 좋았다. 취해도 기분이 나쁘지 않은 낮술 같은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어려운 시절에 ‘소리도 없이’를 통해 행복한 느낌이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오는 10월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