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22일 정오 4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전격 합의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여야가 4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에 합의했다. 본회의를 하루 남기고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우려를 샀던 것과는 달리 극적인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 '양보'가 만들어낸 합의문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2일 국회에서 4차 추경안 관련 합의문에 서명했다. 여야는 전날(21일)까지도 추경안에 대해 이견만 확인했기 때문에 이날 본회의 처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기나긴 협상 끝에 결국 접점을 찾았다.

가장 쟁점이 됐던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급’은 여당이 한발 물러서며 선별 지급으로 결정됐다. 만 16세~34세, 만 65세 이상에 지급하기로 했다. 당초 9,200억원 예산을 계획했지만, 5,200억원을 감액했다.

절약된 재원은 야당이 요구한 사업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특히 여야는 독감 백신 무상 예방접종 예산을 증액하기로 합의했다. 야당은 ‘전 국민 통신비 지급’에 맞불 전략으로 이를 요구해 왔다. 합의문에 따르면, 의료급여 수급권자 70만명과 장애인 연금·수당 수급자 35만명 등 105만명이 대상이 된다. 

또 다른 쟁점이었던 아동특별돌봄비 확대와 관련해서도 야당의 요구가 일부 수용됐다. 당초 초등학생까지가 대상이었지만, 야당에선 형평성을 지적하며 중·고등학생까지 확대를 요구했다. 이에 최종적으로 만13~15세 아동에 대해 비대면 학습지원금 15만원을 지급 하기로 합의했다. 

그 외에 ▲법인택시 운전자 고용대응 등 특별지원 사업 예산 지원 ▲유흥주점·콜라텍 등 집합금지 업종에 희망자금 200만원 지급 ▲의료인력 대상 상담·치유·교육 훈련비용 지원 ▲사각지대 아동 보호 강화 및 상담시설 보강 등의 내용이 합의문에 담겼다.

여야 모두 ′협치′의 결과라는 점에서 이번 추경안 합의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뉴시스

◇ 추경 전격 합의 의미

이번 추경안의 전격 합의는 4차 추경안 자체가 코로나19로 인한 민생 위기에 초점을 맞췄던 만큼, 민주당에서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통신비의 경우,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철회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도 했다. 하지만 범여권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던 만큼 이를 고수하지 않고 대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 대표는 이날(22일) 추경안 합의 직후 페이스북에 “통신비를 국민께 말씀드린 만큼 도와드리지 못해 송구스럽다”며 “그 대신에 코로나19 백신 확보와 독감예방접종을 늘렸다. 중학생 보육과 법인택시 지원도 추가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협치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여야 모두 이번 합의에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박홍근 민주당 예결위 간사는 이날 합의문을 발표하면서 “역대 추경 지출로 보자면 최단기로 통과됐고, 여야가 합의한 당일 (추경안을) 처리하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예결위 간사 역시 “초기엔 양당 간 입장이 강했지만, 심사과정을 거치고 서로가 조금 더 유연한 입장으로 협상을 마무리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며 “귀를 열고 많은 것을 수용해 준 민주당 원내대표와 간사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드린다”고 말했다.

여당으로서는 ‘추석 전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이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실익을 얻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이 그동안 이같은 입장을 꾸준히 강조해온 만큼, 이번 합의 결과도 나쁘지 않은 셈이다.

박 간사는 이날 합의 이후 “여당 입장에서 통신비 삭감 수용은 어려웠다”며 “그럼에도 추석 전 지급해야 한다는 것에 부득이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서면브리핑을 통해 “정부도 이번 지원금이 추석 전 최대한 집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간 제1야당으로서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한 국민의힘도 모처럼 어깨를 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앞으로도 야당과의 긴밀한 협조를 당부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정기국회라는 장정(長征)의 협치가 시작되는구나 하는 기대가 헛되지 않도록 여당은 앞으로도 야당과 긴밀히 협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추경안은 이날 저녁 예결소위와 예결위 전체회의를 거친 뒤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될 예정이다. 여야가 합의를 이뤄낸 만큼 순탄한 처리가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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