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원 감독이 영화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으로 돌아왔다. /TCO(주)더콘텐츠온
신정원 감독이 영화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으로 돌아왔다. /TCO(주)더콘텐츠온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신박하고 신선한 코믹 스릴러가 온다. 기발한 연출력으로 독보적인 장르와 스타일을 개척한 신정원 감독이 8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으로, 이제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코믹물의 탄생을 예고한다. 영화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감독 신정원)이다.

소희(이정현 분)는 하루 21시간 쉬지 않고 활동하는 남편 만길(김성오 분)과 신혼의 단꿈에 빠져있다. 그러던 어느 날, 만길이 자신을 죽이려는 것을 알게 된 소희는 고등학교 동창인 세라(서영희 분)와 뜻밖에 합류하게 된 양선(이미도 분) 그리고 미스터리 연구소 소장 닥터 장(양동근 분)과 힘을 합쳐 반격에 나선다. 만길의 정체가 지구를 차지하러 온 외계인 언브레이커블임이 밝혀지고, 정부 요원까지 합세하면서 대결은 점점 커져만 간다.

영화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은 죽지 않는 생명체 언브레이커블을 죽이기 위한 이야기를 그린 코믹 스릴러다. 영화 ‘시실리 2km’(2004) ‘차우’(2009) ‘점쟁이들’(2012) 등을 통해 특유의 상상력을 발휘하며 마니아층을 형성한 신정원 감독의 신작이다. 코미디의 귀재 장항준 감독이 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신정원 감독이 장르적 변화를 꾀해 완성했다.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은 웃기면서 무섭고, 무섭다가도 웃음이 터지는 영화다. 코믹과 스릴러를 적절히 버무려 두 장르의 장점을 모두 살려냈다. 여기에 SF와 호러, 액션까지 가미해 다채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가장 흥미를 끄는 건 ‘언브레이커블(unbreakable)’이라는 존재다. 언브레이커블은 죽지 않는 모습으로 좀비를 떠올리게 하지만, 좀비는 아니다. 좀비가 죽은 인간이라면, 언브레이커블은 죽지 않는 인간이다. 또 바이러스에 오염돼 좀비가 되는 것과 달리, 언브레이커블은 자체 생성되거나 DNA가 변형된 변종 생명체다.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극을 풍성하게 채우는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사진은 이정현(왼쪽)과 김성오 스틸컷. /TCO(주)더콘텐츠온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극을 풍성하게 채우는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사진은 이정현(왼쪽)과 김성오 스틸컷. /TCO(주)더콘텐츠온

영화에서 언브레이커블은 오래전 에너지가 고갈된 다른 행성에서 유입된 외계 생명체로, 평범한 인간으로 위장해 지구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바이러스를 퍼트려 인류를 멸망시키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기름과 금속을 주된 식량으로 하며, 뛰어난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는 언브레이커블의 존재는 그동안 보지 못한 새로운 생명체로 영화의 신선함을 배가시킨다. 특히 오랜 기간 생존을 위해 우성인자만 선택적으로 골라 진화했다는 설정도 기발하다. 충무로 대표 미남배우 정우성, 강동원도 언브레이커블일 수 있다는 그럴듯한 가정이 ‘깨알’ 웃음을 안긴다.

외계 생명체인 만길 외에도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극을 풍성하게 채운다. 행복한 신혼 생활 중 난데없이 남편이 적이 된 순진한 아내 소희부터 정육점을 운영하는 센 언니 세라, 등장부터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하는 무명 배우 양선, 브로콜리를 떠올리게 하는 미스터리 연구소 장 소장까지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캐릭터들이 다채로운 재미를 유발한다.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으로 뭉친 (위 왼쪽부터) 이미도와 서영희, 이정현과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낸 양동근(아래). /TCO(주)더콘텐츠온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으로 뭉친 (위 왼쪽부터) 이미도와 서영희, 이정현과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낸 양동근(아래). /TCO(주)더콘텐츠온

특히 강인하고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들이 돋보인다. 언브레이커블에 맞서는 이들은 특별한 능력을 지닌 초능력자도, 막강한 힘을 자랑하는 히어로도 아닌 여고 동창생 3인방이다. 여성 캐릭터들이 주축이 돼 언브레이커블과 대결을 펼치는 과정과 그들만의 특별한 연대를 담아내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한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은 배우들을 만나 더욱 입체적으로 완성됐다. 이정현은 순진한 얼굴로 할 말은 다 하는 소희로 분해 안정적으로 극을 이끌고, 언브레이커블 만길 역을 맡은 김성오는 코믹 연기부터 섬뜩한 카리스마, 강렬한 액션까지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존재감을 뽐낸다. 세라를 연기한 서영희와 양선으로 분한 이미도도 안정적인 연기로 힘을 보탠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양동근이다. 언브레이커블의 정체를 추적하는 미스터리 연구소 소장 닥터 장으로 분한 그는 특유의 개성 강한 말투와 능청스러운 표정, 독특한 몸짓으로 캐릭터를 한층 입체적으로 만들어냈다. 영화의 웃음 코드도 대부분 그의 몫이다. 등장하는 모든 순간 웃음을 참을 수 없을 것이다.

다만 ‘B급’ 감성이 짙은 탓에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8년 만에 돌아온 신정원 감독은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사랑스러운 작품”이라며 “만족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러닝타임 110분, 오는 2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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