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가 사기 의혹에 휩싸이며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니콜라가 사기 의혹에 휩싸이며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제2의 테슬라’라는 평가 속에 몸값이 치솟았던 미국의 수소전기차 기업 니콜라가 사기 논란으로 휘청거리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도 상당한 여파가 밀려오고 있다. 니콜라의 향후 행보가 여러모로 주목된다. 

◇ 수소트럭 비전 제시한 니콜라, 사기 의혹에 ‘휘청’

2014년 설립된 니콜라는 수소트럭을 중심으로 한 비전을 앞세워 단기간에 가파르게 성장해왔다. 1회 충전으로 1,920km를 운행할 수 있는 수소트럭, 미국 전역에 수소충전소 구축 그리고 거점충전소에 태양광발전 시설 설치 등이 니콜라의 ‘큰 그림’이었다. 

니콜라는 지난 6월 우회상장을 통해 나스닥에 입성했고, 전 세계적인 ‘친환경’ 흐름 속에 주가는 연일 치솟았다. 첫날인 6월 4일 종가가 33.75달러였는데, 3거래일 만인 6월 9일엔 79.73달러로 마감했다. 이날 장중 한때 93.99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후 거품논란 속에 주가 하락세가 나타나기도 했으나, 니콜라의 존재감은 날이 갈수록 커져갔다. 하지만 이달 들어 중대변수가 등장했다. 미국의 공매도 전문 리서치 기관인 힌덴버그리서치가 지난 10일 보고서를 통해 니콜라 사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니콜라 : 어떻게 거짓말의 홍수를 활용해 미국 최대 자동차 OEM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었나’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엔 니콜라가 수소전기차 기술 및 설비를 전혀 보유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과거 발표한 시제품 및 자료는 모두 조작된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파문은 일파만파 커졌고, 미국 증권선물거래위원회와 법무부가 조사에 착수했다. 그러자 의혹에 맞서왔던 트래버 밀턴 니콜라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는 지난 21일 전격 사임했다. 

이에 니콜라 주가는 거듭 추락을 면치 못했다. 우선, 힌덴버그리서치의 보고서 발표를 전후로 3일 동안 전일 대비 15.34%, 11.33%, 14.48%의 하락세가 이어지며 50.05달러였던 주가는 32.13달러로 내려앉았다. 이후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트래버 밀턴의 사임 다음날엔 또 다시 전일 대비 19.33% 추락하며 27.58달러에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24.05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 국내 여파도 커… 직·간접 투자 대규모 손실

이 같은 ‘니콜라 사태’은 바다 건너 우리나라에서도 상당한 후폭풍을 몰고 오고 있다. 니콜라에 대한 직·간접 투자가 대규모 손실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먼저, 해외 주식투자가 증가하면서 니콜라에 투자한 국내 ‘개미투자자’들 또한 적지 않다. 니콜라 주가가 19% 폭락한 날, 국내투자자들의 손실 규모는 약 34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니콜라 상장 직후부터 따지면 손실 규모는 더욱 클 전망이다.

‘니콜라 관련주’ 한화솔루션 역시 주가가 연일 하락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이 최대주주로 있는 비상장계열사 한화종합화학은 또 다른 비상장계열사 한화에너지와 함께 2018년 니콜라에 1억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이 같은 투자는 니콜라 주가 급등으로 ‘신의 한 수’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으나, 이제는 정반대의 상황이 됐다.

힌덴버그리서치 보고서 발표 직전 5만원 고지를 밟기도 했던 한화솔루션 주가는 사기 논란 이후 줄곧 하락세를 그리며 지난 16일 4만2,400원까지 떨어졌다. 트래버 밀턴 사임 직후에는 하루 만에 7.4% 하락하기도 했다. 23일 현재 주가는 3만6,000원대까지 떨어진 모습이다.

‘니콜라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트래버 밀턴은 사기 의혹 제기에 대해 줄곧 강경하게 맞서왔다. 자리에서 물러나긴 했으나, 공방이 계속될 여지는 남아있다. 또한 트래버 밀턴의 사임으로 니콜라가 리스크를 떨쳐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니콜라가 제시한 비전과 구축한 네트워크는 여전히 유효한 만큼, 다시 반등에 나설 것이란 시각이다.

니콜라가 ‘제2의 테슬라’라는 평가를 현실로 입증해낼지, 수소전기차 시대로 가는 길목에서 벌어진 ‘역사적 사기극’에 그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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