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좀처럼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창궐한 코로나19는 발생한지 불과 두 달 만에 전 세계로 퍼져나가 온 지구를 삼켰고, 계절이 세 번이나 바뀐 지금까지도 우리를 지독히 괴롭히고 있다. 코로나19는 개인의 일상뿐 아니라, 교육‧경제‧문화 등 사회 전반을 바꿔놓았는데, 다수가 좁은 공간에 밀집하는 극장을 기본 플랫폼으로 하는 영화산업 역시 큰 타격을 입었다. 극장가 최대 ‘대목’으로 꼽히는 추석 연휴에도 코로나19로 인한 ‘보릿고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이 위기 속에서 영화계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편집자주]

코로나19 시대 영화계에도 비대면(Un-tact) 문화가 확산됐다. /그래픽=이현주 기자
코로나19 시대 영화계에도 비대면(Un-tact) 문화가 확산됐다. /그래픽=이현주 기자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코로나19 시대 영화계에도 비대면(Un-tact) 문화가 확산됐다. 관객들은 극장 관람 대신 집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을 택했고, 급락하는 관객 수에 극장 개봉을 포기하는 작품들도 등장했다. 영화제 역시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달라진 관람 문화에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는 특수를 누렸다.

◇ 극장 대신 ‘방구석 1열’

올 상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혔던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은 지난 4월 23일 글로벌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됐다. 당초 2월 개봉을 목표로 홍보 활동에 나섰던 ‘사냥의 시간’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OTT 공개라는 파격적인 결정으로 화제를 모았다.

올해 디즈니 첫 라이브 액션 영화 ‘뮬란’(감독 니키 카로)도 수차례 개봉을 연기하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지 않자, 북미와 서유럽 등에서 극장 상영을 포기하고 디즈니 자체 온라인동영상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 공개를 결정했다. 다만 한국을 포함한 디즈니플러스가 진출하지 않은 국가에서는 극장 개봉을 택했고, 국내에서는 지난달 17일부터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이보다 앞서 지난 4월 유니버설 스튜디오 애니메이션 ‘트롤: 월드 투어’(감독 월트 도른‧데이빗 P. 스미스)는 극장과 VOD 동시 공개라는 이례적인 선택을 하면서 극장-온라인 사이 약 90일간의 홀드백(영화가 다른 수익 과정으로 중심을 이동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깨는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한국 독립영화 ‘국도극장’(감독 전지희) 역시 지난 5월 극장 개봉과 VOD 서비스를 동시에 실시했다.

◇ 달라진 영화제 풍경

코로나19는 영화제 풍경도 바꿔놓았다. 상반기 예정돼있던 국내외 국제영화제들은 대부분 취소 혹은 연기하거나, 디지털로 전환됐다. 국내에서는 전주국제영화제가 최초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동시에 진행해 이목을 끌었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도 온‧오프라인으로 열렸다. 환경영화제는 TV와 협업을 시도하는 등 새로운 형태의 영화제를 제시했다.

국내에서 상반기 문을 여는 첫 국제영화제 행사인 전주국제영화제(JIFF)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 열리는 영화 행사로 개최 형태에 이목이 집중됐다.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심사 상영(5월 28일~6월 1일)과 온라인 상영(5월 28일~6월 6일), 장기 상영회(7월 21일~9월 20일)로 개최 방식을 전환해 진행됐다. 전주국제영화제는 무관객 심사상영과 장기상영이라는 대안적이고 새로운 형태의 영화제를 제안하며 성공리에 행사를 마쳤다.

서울환경영화제(SEFF)도 큰 규모의 국제영화제는 아니지만 새로운 실험을 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당초 5월 개최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일정을 한차례 연기해 지난 7월 2일 개막한 제17회 서울환경영화제는 종합편성채널 JTBC와 협력을 통해 방송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TV스페셜’이라는 섹션아래 ‘진흙’ ‘마더로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레시피’ 총 3편이 전파를 탔고, JTBC 대표 예능프로그램인 ‘방구석 1열’에서 환경영화제 특집을 하며 영화제에 대한 인식을 넓히는 기회를 마련하기도 했다.

코로나19는 영화제 풍경도 바꿔놓았다. /전주국제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
코로나19는 영화제 풍경도 바꿔놓았다. /전주국제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

지난 7월 9일부터 같은 달 16일까지 열린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는 극장상영과 온라인 상영을 동시에 진행했다. 극장상영의 경우 두 좌석 거리두기를 비롯해 전신 소독기를 설치하는 등 철저한 방역 아래 진행됐다. 온라인 상영의 경우 영화관람 OTT 플랫폼 왓챠를 통해 이뤄졌다. 산업행사 아시아 판타스틱영화 제작네트워크(NAFF)의 경우에는 해외 영화제들이 비즈니스 미팅에 사용한 플랫폼 비스퀘어 서비스를 국내에서 처음 도입하기도 했다.

국내 최대 영화 행사인 부산국제영화제(BIFF)도 코로나19 여파로 일정을 연기하고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10월 7일부터 10월 16일까지 열기로 했던 기존 개최 기간을 10월 21일부터 10월 30일까지로 조정했고, 안전한 운영을 위해 개·폐막식, 야외무대인사, 오픈토크 등 관객이 몰릴 수 있는 행사는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해외 영화 관계자 초청도 진행하지 않는다. 리셉션 및 파티도 모두 취소했다. 아시안 콘텐츠&필름마켓, 아시아프로젝트 마켓, 포럼 비프 등은 온라인으로 개최된다. 영화 상영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선정작 상영은 센텀시티 영화의 전당에서만 진행되며, 정부의 방역 지침에 따라 관당 50인 미만의 관객만 수용한다. 다만 연기된 개최 일정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지속되거나, 그 이상으로 격상될 경우 영화제 개최를 취소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OTT 기업 넷플릭스는 ‘코로나 특수’ 톡톡히 누리고 있다. /넷플릭스
글로벌 OTT 기업 넷플릭스는 ‘코로나 특수’ 톡톡히 누리고 있다. /넷플릭스

◇ ‘코로나 특수’ 누리는 OTT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극장에서의 관람을 대체할 수 있는 OTT 이용자 수는 크게 증가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고 집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중에서도 글로벌 OTT 기업 넷플릭스는 ‘코로나 특수’ 톡톡히 누리고 있다. 지난해 유료 구독 멤버십 수 1억6,700만을 보유했던 넷플릭스는 올해 2분기 기준 1억9,300만 유료 구독 멤버십 수를 기록하며, 2,600만 신규 구독자를 확보했다.

특히 지난 4월 공개된 넷플릭스 1분기 경영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1분기(1~3월) 약 1,600만 신규 구독 멤버십을 끌어모았는데, 이는 기존 분기별 최대 신규 구독 멤버십 수인 960만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인 데다, 넷플릭스가 당초 예상했던 700만의 2배가 넘는 기록이다.

디즈니플러스도 코로나19로 인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4일(현지시각) 미국 <씨넷>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출시된 디즈니플러스는 올해 2분기 전 세계 가입자 수가 6,050만명을 넘어섰다. 당초 디즈니는 출범 이후 5년 만에 가입자 6,000만~9,000만명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불과 8개월 만에 5년 예상치를 달성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토종 OTT인 왓챠플레이 역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 3월 총 시청시간이 36.9%나 증가하기도 했다. 왓챠플레이 허승 팀장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눈에 띌 정도로 증가폭이 컸지만, 지금은 변동폭이 크진 않다”고 밝혔다. 이어 “7월 대비 8월 총 시청 시간은 소폭 증가했다”며 “원래 여름방학과 휴가 시즌이기 때문에 (시청 시간이) 증가하는 시기이긴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재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